발암물질 '조리흄'에 무방비 노출...폐암 산재 169명 인정
임금체계 개편·안전한 노동 환경 조성·결원 문제 해결하라

지난 4월 21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대표단 및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저임금 철폐! 학교 급식 위기 해결!'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다.

(MHN 조윤진 인턴기자)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과 기이한 임금 체계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 발암물질에 고통받는 급식실 노동자들, 폐암 산재 처리조차 어려워

지난 2024년 12월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급식 노동자 중 폐암 산업재해 신청자는 214명이며, 이 중 169명이 산재 승인을 받았다. 폐암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13명에 달한다.

급식노동자들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 '조리흄(cooking fumes)'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0년부터 조리흄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초미세먼지보다 작은 조리흄이 기관지를 통해 폐포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고 이후에는 폐암으로까지 이어진다. 

급식노동자 10명 중 3명은 폐 질환을 겪고 있으며, 2021년에는 고용노동부의 권고로 시행된 폐 CT 검사에서 급식 종사자 32.4%가 폐 결절 등의 이상 소견을 보였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는 "향후 폐암 산재는 계속 늘어나고 산재 사망자 또한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근무 기간이 폐암 발병 잠복기인 10년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폐암 산재 신청을 불승인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복지공단은 "폐암은 암 인자가 생긴 뒤 발병하기까지 최소 10년 정도 걸린다는 의학적 결과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학교 급식실의 실태를 간과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조리흄은 고온의 기름을 활용해 조리하는 과정에서 대량 배출되기에 대규모 급식시설일수록 더욱 취약하다. 대규모 급식시설이라는 점 외에도 학교 급식실은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거나 가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10년 근무 경력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지난 4월 1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2025년 상반기 학교급식실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다.
지난 4월 1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2025년 상반기 학교급식실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다.

급식노동자들은 폐질환 외에도 손목터널증후군, 허리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2022년 '학교 급식실 노동자 작업조건 실태 및 육체적 작업부하 평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학교 급식실 노동자 96.3%가 손과 손목에 통증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급식 노동자 1인당 적정 식수 인원은 60~80명임에도, 평균적으로 114.5명의 식수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태호 학비노조 위원장은 "급식 노동은 고강도 노동"이라며 "500kg이 넘는 제육볶음을 만들고, 미역 50kg을 혼자 다듬는 일이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 방학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급식실 노동자들

그런가 하면, 교육공무직 2유형으로 분류되는 급식실 노동자들의 월 기본급은 206만 6000원으로, 최저임금인 209만 6270원에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방학 중에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동시에, 취업까지 금지시켜 급식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협당하고 있다.

또한, 급식 노동자들이 급식실을 떠나면서 빈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채용 미달률과 결원율, 퇴사율 모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15일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3월 기준 전국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결원율은 4%에 달한다. 특히 2025년 상반기 신규채용 모집인원의 채용 미달률은 29%에 이르며, 퇴사율도 증가해 2022년 17%이었던 퇴사율이 2024년 상반기 22%로 늘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4만 3877명의 급식노동자 중 1748명이 결원인 상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광주와 전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조리실무사가 부족한 상태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의 급식노동자는 4050 여성이다. 민 위원장은 "급식노동자를 밥하는 아줌마로 싸게 쓸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본다"고 일갈했다. 이어 "안정적인 노동환경을 마련하지 않으면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거리로 향한 급식실 노동자들, 정당한 요구에도 비난 받는 현실

이와 같은 끔찍한 노동 현실에, 급식노동자들이 거리로 향했다. 지난 4월 21일부터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학비연대) 대표단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민태호 학비노조 위원장, 정인용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이 단식에 나섰다.

학교 내 비정규직 저임금 구조와 급식실 결원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한 급식실 환경을 조성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특히 민 위원장은 "학생들에게 안전한 밥을 주기 위해, 우리의 밥을 멈췄다"고 전했다.

지난 1일 학비연대는 더불어민주당과 '학교 비정규직 저임금 구조 해결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 '방학 중 무임금 대책 마련'을 명시한 대선 정책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단식 농성은 11일 만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급식실 노동자의 요구가 학생들의 권리를 위협한다는 어이없는 비난을 제기하기도 한다.

급식노동자의 권리와 학생들의 권리가 양립 가능함에도 급식노동자의 권리가 학생들의 권리에 저해된다며 쟁의 행위를 가로막으며,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강요한다. 이는 틀림없는 인권 탄압이다.

학생 교육 복지의 주체자이기도 한 급식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 과정에 지지를 표명하고, 이들의 권리 보장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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