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국내 소설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MHN 이나영 인턴기자) 오래도록 주목할 만한 국내 문학으로 김초엽의 SF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소개한다.
김초엽은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해 국내 SF의 새로운 부흥을 가져온 소설가다. 과학적 상상력을 경유해 동시대가 요청하는 화두들에 참여하는 그의 소설은 매니아의 것으로 간주되었던 SF를 베스트셀러 목록에 견고히 등장시키며 한국 SF의 계보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장르적 재미를 성취했을 뿐 아니라 SF가 현재적인 장르임을 입증하며 순문학장에서도 비평적 중요성을 인정 받고 있는 소설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등단작 '관내분실'을 포함해 일곱 편의 SF 단편이 엮인 김초엽의 첫 소설집이다. 수록된 단편 '스펙트럼'은 영화화가 예고되기도 했다.
2019년 김해시, 포항시, 알라딘 독자 설문 등 유수 기관에서 뽑은 올해의 책과 제43회 오늘의 작가상에 선정되었고, 유명 독서가 6인의 추천으로 알라딘 '21세기 최고의 책'에도 이름을 올린 도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허블
김초엽이라는 세계의 포문을 여는 소설집의 첫번째 수록작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완벽한 유토피아를 상상하기 전에 불완전한 현재를 응시하는 김초엽의 안내서와도 같은 작품.
얼굴에 흉터가 남는 유전병을 가진 릴리 다우드나는 불법 바이오 해커가 된다. 그는 인간 배아 디자인을 통해 흠결 없는 완벽한 인간인 신인류를 만든다. 유전병으로 고통 받은 릴리는 태어날 아이들에게 무결한 특성만을 선물하는 것이 선행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시술이 산업화되고 실패한 시술이 발생하며 '흠결 있는 인간'이 태어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결과로 지구의 도시 이타사는 신인류인 개조인이 살아가는 구역인 도심과 비개조인이 살아가는 도시 외곽으로 분리되어 있다. 도심은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외곽은 보호 받지 못하는 열악한 구역이다. 비개조인은 '열등한' 존재로서 차별받고 있다.
한편 지구 바깥에는 또 다른 세계인 '마을'도 있다. 생전에 릴리는 자신의 딸 올리브를 디자인하던 중 배아에게서 본인과 같은 유전병을 발견하지만 이를 폐기하지 못했다. '흠결 있는' 올리브를 위해 어떤 질병과 흉터가 있어도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 또 다른 신인류를 만들어낸다. 지구가 아닌 곳에 이 신인류들-'흠결 있는 존재'들로만 구성된 '마을'을 건설했다. 요컨대 도시 이타사와 달리 마을은 유토피아를 표방하는 공간이다.
엄마 릴리에 관해 조사하며 모든 역사를 깨달은 올리브는 성년식의 일환으로 지구에 다녀오는 순례의 관습을 마을에 남겼다. 마을의 주민들은 맹목적인 행복이 가득한 아름답고 안온한 세계에 머물다가 순례길에서야 지구의 실상을 목도하게 되는 것. 흠결의 개념조차 없는 마을에서와 달리 주민들은 지구에서 '비개조인'으로, 이른바 열등한 존재로 취급 받게 된다.
소설은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마을 주민 데이지의 궁금증을 중심부에 품고 있다. 그건 바로 지구 순례길에서 귀환하지 않는 주민들이 있다는 사실. 매해 지구로 떠나는 순례자들보다 돌아오는 순례자가 적다는 사실. 최초의 순례자인 올리브 또한 마을에 돌아오지 않고 지구에서 여생을 보냈다. 지구의 실상이 기입되면 질문은 조금 더 구체화된다. 왜 지구에서 돌아오지 않을까?에서 왜 차별 받는 세계에 남기를 선택할까?로. 말하자만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를 선택하는 마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말이다.
데이지는 묻는다. ▶“그들은 왜 지구에 남을까? 이 아름다운 마을을 떠나, 보호와 평화를 벗어나, 그렇게 끔찍하고 외롭고 쓸쓸한 풍경을 보고도 왜 여기가 아닌 그 세계를 선택할까?”
도시 이타사와 마을은 얼핏 현격히 유리된 세계처럼 보이지만 같은 논리를 안은 동일자만을 허락해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사한 배제와 분리의 논리를 안고 있다. 지구에의 정착을 선택한 순례자들은 편안한 동일성보다 고통이 있을지라도 다름을 포옹하기를 택한 자들이다. 데이지는 그 선택을 헤아려본다. ▶"지구로 내려간 우리는 그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많은 이들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거야. 그리고 우리는 곧 알게 되겠지. 바로 그 사랑하는 존재가 맞서는 세계를. 그 세계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비탄으로 차 있는지를. 사랑하는 이들이 억압받는 진실을. 올리브는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김초엽이 SF의 세계를 동원해 응시하는 곳은 완벽한 유토피아도, 끔찍한 디스토피아도 아니다. 어쩌면 문학평론가 인아영의 수사처럼 "불가능성을 껴안는" 곳을 상상한다고, 타자를 잠깐이나마 '우리'로 호명할 수 있을 가능성의 지평을 전망해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 이는 극한의 고통도, 섣부른 낙관도 아니다. 디스토피아도, 유토피아도 아닌 언제나 과정 속에 있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는 움직일 수 없다면, 이 어중간한 세계에서 이렇게는 말할 수 있는지도, 말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이 행복할 거야.”('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사진=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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