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계의 "윈도우"와 "애플"의 대결
엔비디아 두뇌 vs 테슬라 신체, 미래는 누가 잡나

(MHN 이종헌 기자) 로봇 기술의 거대한 도약, 그 중심에 선 두 거인의 대결이 펼쳐진다.

엔비디아와 테슬라 두 혁신의 아이콘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범용 AI 로봇’ 시대의 문을 열며, 산업 현장부터 가정까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둘 다 ‘로봇 회사’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진짜 목표와 전략은 정반대다. 이들의 경쟁은 마치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윈도우’와 하드웨어 혁신의 ‘애플’이 로봇 시장에서 맞붙는 것과도 같다.

한쪽은 전 세계 로봇의 두뇌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다른 한쪽은 인간을 닮은 신체로 직접 세상을 움직이려 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일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에서 대만 지도를 꺼내며 대만 업체와 협력 관계를 소개하고 있다. 2025.5.19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일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에서 대만 지도를 꺼내며 대만 업체와 협력 관계를 소개하고 있다. 2025.5.19

실제로, 엔비디아는 대만에 1만 대의 최신 AI GPU를 투입해 ‘AI 팩토리’를 구축하며 전 세계 로봇의 두뇌가 되려 하고,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투입해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진짜 ‘로봇 신체’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번 연재시리즈에서는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어떻게 서로 다른 길로 로봇 혁신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지, 두 기업의 전략과 기술, 상용화의 현장, 그리고 이 변화가 산업과 우리의 일상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최신 사례와 함께 깊이 있게 파헤친다.

엔비디아: 범용 AI 인프라와 ‘피지컬 AI’ 생태계

엔비디아는 직접 로봇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전 세계 로봇의 ‘두뇌’가 되는 AI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로봇 AI의 ‘윈도우’ 또는 ‘안드로이드’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젠슨 황 CEO는 “AI 혁신이 디지털에서 피지컬로 확산된다”고 선언하며, 엔비디아가 지향하는 로봇 전략의 방향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범용성, 확장성, 개발자 생태계에 집중하며, 산업용-물류-의료-휴머노이드 등 전방위적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로봇 산업의 ‘기초 인프라’로 자리매김 중이다.

대표적으로, ‘Isaac’ 플랫폼과 ‘GR00T’라는 AI 모델, 그리고 ‘GR00T-Dreams’라는 합성 데이터 생성 툴, 고성능 하드웨어인 ‘Jetson Thor’ 등이 있다.

2025년 GTC에서는 ‘Isaac GR00T N1’이라는 오픈소스 로봇 모델, ‘Cosmos’라는 새로운 개발 환경, ‘Newton’이라는 차세대 물리 엔진도 공개했다.

젠슨 황 CEO는 “AI Factory”, 즉 모든 기업이 실제 공장뿐 아니라 AI가 돌아가는 디지털 공장도 갖게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핵심은 ‘합성 데이터’와 ‘디지털 트윈’이다. 예전에는 실제 환경에서 일일이 데이터를 모아야 했지만, 이제는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수십만 번의 동작 데이터를 한꺼번에 만들어내고, 그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실제 로봇에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다양한 로봇에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AI를 만든다. 실제 Boston Dynamics, Agility Robotics 등 글로벌 로봇 제조사들이 엔비디아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특히 ‘Cosmos’ 플랫폼은 로봇 개발 과정을 훨씬 더 빠르고 쉽게 만들어주며, 산업 현장이나 물류 자동화 같은 실제 시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엔비디아의 기술과 플랫폼은 앞으로 산업 구조와 경제 질서 자체를 바꿀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테슬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대량생산-상업화 지향

테슬라는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직접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설계-제조하며, 전기차 생산 경험과 자율주행 AI(Full Self-Driving) 기술을 융합한다. 목표는 명확하다.

“실제 산업 현장과 가정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로봇을 대량생산해 상업화한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통합, 대량생산 역량, 그리고 실제 공장에서의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계의 애플’을 지향한다.

초기에는 공장 자동화에 집중하고, 이후에는 가정과 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 가격 경쟁력, 빠른 상용화, 그리고 데이터 플라이휠 효과를 무기로 시장 선점을 노린다.

옵티머스는 이미 테슬라 공장에서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2025년 말까지 5,000~12,000대 생산, 2026년 외부 판매 및 임대 프로그램 시행, 2027년에는 50만~100만 대 생산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격은 2만~3만 달러대로 책정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실제 인간의 행동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해 옵티머스에 학습시키고, 센서와 액추에이터 등 하드웨어도 직접 개발한다.

최근 시연에서는 쓰레기 버리기, 청소, 요리, 부품 운반 등 다양한 작업을 하나의 신경망으로 수행하는 모습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그렇다면,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로봇을 ‘똑똑하게’ 만들고 있을까?

이 기술들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삶과 산업을 어떻게 바꿔놓게 될까?

이 흥미로운 대결의 뒷이야기는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파헤친다.

“엔비디아 vs 테슬라 옵티머스, 로봇에 두뇌를 심는 법: AI 학습 전쟁” - ② 에서 계속...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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