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보건소, 주민센터 폐의약품 수거함 이용이 원칙
일반 쓰레기 배출 시 과태료 최대 100만원 가능성

(MHN 이주환 인턴기자) 가정에 남은 약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건강과 환경은 물론 법적 문제까지 부를 수 있다.

폐의약품이란?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유효기간이 지나 변질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된 의약품을 '폐의약품'이라고 한다. 병원 처방이나 약국 구입 후 남은 약을 서랍 속에 두었다가 비슷한 증상이 오면 다시 먹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의약품도 식품처럼 유통기한이 있고, 포장을 뜯어 보관한 뒤에는 습기와 빛에 노출돼 변질 속도가 빨라진다.

"약은 대개 3~4개월이 넘어가면 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래 보관한 약은 먹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는 약사 조언처럼 재복용은 약효 저하뿐 아니라 복통 설사 두통 등의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특히 유산균 항생제 연질캡슐은 제형 특성상 변질 우려가 커 장기 보관을 피해야 한다.

무심코 버렸다간 과태료 100만원

처리도 문제다. 남은 약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면 폐기물관리법 제8조의 투기 금지 규정에 저촉될 수 있고, 같은 법 제68조에 따라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단속의 현실성 여부와 별개로, 폐의약품은 법과 지침상 일반 생활폐기물이 아닌 유해 폐기물로 분류돼 별도 수거가 원칙이다. 무심코 버린 약은 매립 과정에서 토양과 지하수로 유입돼 생태계 교란과 항생제 내성 확산 같은 2차 위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폐의약품을 쓰레기통이나 하수구에 버린다고 답한 사람이 55.2%, 그냥 보관한다고 답한 사람이 36%에 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폐의약품 버리는 방법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제형별 올바른 배출 방법

가까운 약국·보건소·주민센터의 폐의약품 수거함에 배출하면 된다. 구분 없이 모든 약을 한꺼번에 배출하는 것은 아니다. 내용물과 포장재를 분리수거하되, 가루나 특수 용기에 담긴 약품은 흐르거나 날릴 위험이 있으므로 그대로 배출해야 한다.

제형별 요령은 다음과 같다.

▲알약(종합감기약, 진통제 등): 비닐 포장지를 제거하고 내용물만 모아서 밀봉한다. 약포지를 제거하지 말고 원포장 그대로 배출하거나, 알약만 한 봉투에 모아 겉면에 '폐의약품' 표시. 다만 안에 분말이 들어있는 캡슐 알약은 캡슐에서 가루만 분리하여 한 곳에 모아 배출한다.

▲가루약: 개봉하지 않은 작은 포장 상태 그대로. 약 포장지를 뜯지 않고 그대로 밀봉 배출한다.

▲물약·시럽·점안액: 한 용기에 모아서 용기째 뚜껑을 단단히 닫아 내용물 누출 없이 배출. 안에 든 용액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뚜껑을 꽉 닫아야 한다.

▲연고: 용기째 뚜껑을 단단히 닫아 배출. 짜거나 하지 않고 포장재 그대로 밀봉한다.

▲기타 특수 형태(흡입제, 스프레이, 안약 등): 따로 분리하지 말고 포장재째로 배출한다.

▲혼합 금지: 일반 재활용과 섞지 말고, 변기에 흘려보내지 않는다.

우체국 폐의약품 회수 사업

'폐의약품 회수 사업'은 잘못 버려지는 폐의약품의 수거율을 높이고 안전하게 폐기하기 위해 우체국에서 진행하는 정책이다.

우체통이나 우편 수거함에 폐의약품을 밀봉해 배출하면 우체국에서 회수하여 지자체에서 지정한 보관장소로 배달한 다음 소각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행정복지센터에서 폐의약품 회수 봉투를 받거나 일반 종이봉투, 비닐봉지 등에 밀봉한 다음 '폐의약품'이라고 표기하여 우체통 회수함에 버리면 된다. 보건소나 행정복지센터 등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배출 요령이 수거함 겉면에 적혀 있기 때문에 분리배출하기에 용이하다.

우리 동네 우체통 위치 정보는 우정사업본부 누리집에서 '우체국 위치 찾기' 서비스를 이용하여 쉽게 찾을 수 있다.

분류 항목에서 우체통을 체크하고, 지역과 상세주소를 입력하면 알아보기 좋게 리스트로 위치 정보를 제공해준다.

약국이 자발적으로 수거를 돕기도 하지만 법적 의무는 없어 과도한 반입은 현장 부담이 될 수 있다. 남은 약은 쌓아두지 말고 발견 즉시 분리 배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올바른 보관법도 중요

폐의약품을 잘 버리는 것만큼 꼭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제대로 보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보관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습기와 빛을 피하고, 처방전과 함께 복용기한을 메모해 혼용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냉장 보관이 권장되는 의약품이 아닌 이상 실온 보관이 권장된다. 용기에 담긴 약은 개봉 후 1년 이내, 가루약이나 시럽 약은 약 1개월 이내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연고 약품은 개봉 후 뚜껑을 잘 닫아 밀봉해 두어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보통 6개월 이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케이스에 따로 덜어 사용하는 경우에는 1개월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의약품별로 유통기한이 조금씩 상이하니, 설명서나 케이스 등을 버리지 말고 꼼꼼히 체크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작은 실천이 만드는 큰 변화

결국, 남은 약을 올바르게 버리는 일은 내 건강을 지키는 안전 수칙이자 환경과 법을 지키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생각보다 간단한 과정이니 일반 분리수거하듯 쉽게 습관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사진=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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