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하는 고전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MHN 이나영 인턴기자) 오래도록 주목 받는 고전으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소개한다.

1919년 뉴욕에서 태어난 소설가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는 중학교에서 퇴학 당했던 자전적 경험을 살려 1951년 32세에 전후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거듭난 장편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발표하며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를 구가했다. 다만 화제성과 달리 그는 1965년 이후로 문단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은둔 생활을 지속하다 2010년 타계했다고 알려진다. 불후의 명작 단 한 권을 남기고 잠적한 소설가의 이미지로 기억되고는 한다.

일탈이 주된 소재인 '호밀밭의 파수꾼'은 출간 당시 학교와 도서관에서 금서로 지정된 도서였으나 이윽고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고 현재는 청소년 권장도서로 지목된다. 특히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광적인 호응을 얻으며 일명 '비트 세대'와 '성난 젊은이들', 히피 등 기성세대에 반기를 드는 젊은 문화의 모태가 되었다고 알려진 작품이다. 

비틀즈의 리더 존 레논을 총살한 마크 채프먼이 경찰이 올 때까지 태연히 읽고 있었던 책이며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에게 총을 난사한 존 힝클리 주니어의 애장서로도 알려지며 '암살자의 바이블'로 불리기도 했던 비화를 가진 소설.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 도서이자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 '뉴스 위크' 선정 세계 최고의 책 100선 등에 이름을 올렸다.

■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정영목 옮김|민음사

낙제점을 받고 사립 학교에서 퇴학 당한 16세 홀든 콜필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2박 3일간 뉴욕 한복판을 떠돈다. 옛 스승, 매춘부, 수녀, 옛 여자친구 등을 만나며 예기치 못한 여정이 펼쳐지지만 세계의 위선과 속물성은 선명해질 뿐이다. 서부로 떠나겠다고 결심한 홀든에게 그가 애정을 주는 여동생 피비는 묻는다. "오빠는 모든 일을 다 싫어하는 거지? 오빠가 뭘 좋아하는지 한 가지만 말해봐" 

홀든은 답한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홀든은 센트럴파크 호수의 물이 얼면 오리들이 어디로 가는지 아느냐고 묻는 사람이다. 어른들이 내뱉는 상투어도, 틀에 박힌 인간상도 경멸하는 홀든은 매사 삐딱한 시선으로 불평을 늘어놓지만 이 반항아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허위와 기만을 또렷이 직시하고 있다. 홀든을 지키는 파수꾼은 없었지만 홀든은 꼬마들이 놀고 있는 곳, 오염되지 않은 순수의 세계를 엄호하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떠나지 않은 홀든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학교로 돌아가기를 기다리게 된다. 씁쓸하기도 한 이 결말이 패배나 순응이 아니라 도피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계와 다시 관계 맺기 위한 준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이 여전히 사회 '내부'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일종의 불씨가 되었듯 말이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을 위해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홀든은 젊고 예민한 감수성으로 성장기의 혼란을 온몸으로 겪어낸다. 너무도 정당한 반항아로서 그는 그린데이, 빌리 조엘, 오프스프링 등 수많은 뮤지션의 영감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세계와의 불화 속에서 통과 의례와도 같은 성장통을 겪어내는 청소년과 청년들의 파수꾼으로서 홀든은 오래도록 각인된 이름이다.

사진=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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