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이준 기자) '유상증자'로 성난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은 장중 유상증자를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종가 98만1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4.10% 하락했다.

최근 총 주식의 약 20%에 육박하는 주식 유상증자 하겠다고 밝힌 고려아연은 이날 "그동안 일반공보 유상증자의 필요성과 적정성에 대해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여전히 부정적 의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앞서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은 지난 10월 30일 유상증자 하겠다고 발표했다. 규모는 보통주 373만2650 주이며, 금액은 2조5000억 원이다.

유상증자를 발표한 날 주가는 종가 기준 29.94% 가량 하락하는 등 크게 휘청였다. 고려아연이 밝힌 신주발행가액은 주당 67만 원으로 당시 주가(전날 종가 기준 약 154만 원)와 다소 차이가 존재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이래서 국장(국내 증시) 하지 말아야해", "MBK 이겨라", "사기 아니냐", "장 열리면 바로 매도한다"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식에 자금 확보 등의 이유로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상증자로 기업의 자금줄이 트여 성장할 것으로 본다면 '호재', 주식이 희석돼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본다면 '악재'로 꼽힌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MBK 연합과의 분쟁에서 승기를 잡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가 성공하면 고려아연 측이 획득할 지분은 약 3%대로 추정됐다.

금융감독원은 6일 "유상증자 추진경위 및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며 고려아연에 유상증자 정정신고를 요청했다. 이는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공개매수한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풀이된다.

한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이날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를 위한 방안을 추진해 주주와 시장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를 기울이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이사회 의장직 사임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