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국내 소설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MHN 이나영 인턴기자) 오래도록 주목 받는 국내 소설로 박완서의 장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소개한다.
1970년 마흔의 나이로 장편 소설 '나목'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한 박완서 소설가. 2011년 1월 담낭암으로 타계할 때까지 40여 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간 그는 한국 현대 문학의 거목이자 빛나는 유산으로 남았다.
시대사와 개인사가 유려하게 교집합을 이루는 그의 소설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아래에서 시대와 인간상을 날카롭게 해부했다. 신형철 평론가는 그에 대해 "어떤 소설을 펼치건 우리는 거기에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문장들이 인간 심리의 진상을 분주하게 실어나르는 장관을 목격한다"며 선생의 문학은 "지난 40년간 역사와 풍속과 인간을 장악"해온 "장악(掌握)"의 문학이라고 평한 적 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1992년 발표되어 박완서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한국 소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의 필독서로 남아 여전히 사랑 받고 있는 장편 소설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웅진지식하우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박완서가 “이런 글을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써 보았다.”라고 밝힐 만큼 자전적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1930년대 개성 부근 개풍군 박적골에서 유년기를 보낸 주인공은 오빠를 서울 학교에 보내려는 엄마에 의해 상경한다. 서울에서 일제 치하와 해방 이후, 한국 전쟁을 지나는 스무 살까지의 삶이 그려진다. 1950년 주인공은 서울대학교 문리대학에 입학하지만 전쟁이 발발하고, 순진하게 좌익에 가담했다 의용군이 된 오빠는 고초를 겪다 돌아온다. 제때 피난을 가지 못한 가족들은 고요한 현저동에 남는다. 혼란하고 격동하는 현대사가 따라 붙을수록 생동하던 박적골의 풍경은 더 이상 요원한 노스탤지어로 남는다. 풍족하고 충만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묘사가 소설의 초반부를 인상적으로 채우고 있다.
▶"우리는 그냥 자연의 일부였다. 자연이 한시도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니까 우리도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농사꾼이 곡식이나 푸성귀를 씨 뿌리고, 싹트고 줄기 뻗고 꽃피고 열매 맺는 동안 제아무리 부지런히 수고해 봤자 결코 그것들이 스스로 그렇게 돼 가는 부산함을 앞지르지 못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삼시 밥 외의 군것질거리와 소일거리를 스스로 산과 들에서 구했다. 삘기, 찔레순, 산딸기, 칡뿌리, 메뿌리, 싱아, 밤, 도토리가 지천이었고, 궁금한 입맛뿐 아니라 어른을 기쁘게 하는 일거리도 많았다. 산나물이나 버섯이 그러했다."
▶"내가 최초로 맞본 비애의 기억은 앞뒤에 아무런 사건도 없이 외따로인 채 다만 풍경만 있다. 엄마 등에 업혀 있었다. 막내라 커서도 어른들에게 잘 업혔으니 다섯 살 때쯤이 아니었을까. 저녁노을이 유난히 새빨갰다. 하늘이 낭자하게 피를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을의 풍경도 어둡지도 밝지도 않고 그냥 딴 동네 같았다. 정답던 사람도 모닥불을 통해서 보면 낯설 듯이./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내 갑작스러운 울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 또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건 순수한 비애였다. 그와 유사한 체험은 그 후에도 또 있었다. 바람이 유난히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저녁나절 동무들과 헤어져 홀로 집으로 돌아올 때, 홍시 빛깔의 잔광이 남아 있는 능선을 배경으로 텃밭머리에서 너울대는 수수 이삭을 바라볼 때의 비애를 무엇에 비길까."
상경 직후 아카시아꽃을 따먹는 서울 아이들을 본 주인공은 그 비릿한 맛에 헛구역질을 하다 불현듯 시골 어디에나 있었던 싱아를 떠올린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주인공의 혼란한 물음표는 근심 없이 야생에서 주전부리와 소일거리를 찾아다니던 박적골에서의 유년을 향한다. 싱아는 그 한때의 대변이다. '그 시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정처 없는 물음은 앞으로 뒤따를 무수한 혼란의 시간을 예비하듯이 선제적이다. 온 몸으로 생생하게 체험하는 역사의 감각들이 소설을 빼곡히 채운다.
소설의 후반부, 현저동에 덩그러니 남아 공포감을 느끼던 주인공은 문득 생각한다. ▶"그때 문득 막다른 골목까지 쫓긴 도망자가 휙 돌아서는 것처럼 찰나적으로 사고의 전환이 왔다. 나만 보았다는 데 무슨 뜻이 있을 것 같았다. 우리만 여기 남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약한 우연이 엎치고 덮쳤던가. 그래, 나 홀로 보았다면 반드시 그걸 증언할 책무가 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다. 증언할 게 어찌 이 거대한 공허뿐이랴. 벌레의 시간도 증언해야지. 그래야 난 벌레를 벗어날 수가 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무엇보다 성장 소설로 분류된다. 증언을 예감하며 우뚝 선 문장은 글쓰는 자, 기록자로서 박완서의 등장을 예고하면서 성장이라는 수식에 방점을 찍는 결정적인 장면으로 보인다. 이 문장이 수록된 마지막 장의 소제목은 "찬란한 예감"이다. 자신의 체험을 복구해야 할, 기억할 만한 서사로 전환하는 자는 이미 찬란하게 성장을 넘어서고 있다.
사진=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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