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은 우리 시대의 전문 서평가와 젊은 서평가들이 함께 이끌어 가는 코너입니다. 깊은 생각과 참신한 눈길로 이 시대의 의미 있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지음 / 포레스트북스)

무례한 줄도 모르고 무례함을 남발하는 타인에게, 무례하지 않게 대처하는 법이 있을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더군다나 20대의 사회 초년생이라면, 새로운 공동체를, 회사를,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마주하는 ‘나와 다른’ 각양각색 사람들의 무례함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바로 심리적 거리가 다르다는 이유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훅 넘어버리기 때문.

상처를 받는 것에 익숙해 흉터로 남기기보다, “당신의 무례함이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모르나요?”라는 식의 상처를 거절할 줄 아는 방법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상처받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작가는 “참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끝났다”(p. 23)라고 말한다. 이 책은 작가의 에피소드와 함께 타인이 던진 상처에 대응하며 담대해질 수 있는 가치관이나 태도에 대해 일러준다. 상처를 주는 줄도 모르는 무례한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며, 부끄러운 걸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단호함을 이 책을 통해 배워볼 수 있길 고대한다. (정수빈 / 문학평론가·서평칼럼니스트)

 

■눈, 물 (안녕달 지음 / 창비)

겨울밤, 여자는 어쩌다 눈아이를 낳았다.

온기에 녹지 않도록 차가운 바닥에 내려놓고 정성껏 돌보다가 계절이 지나 봄, 초록이 찾아왔다.

녹아서 없어지는 아이가 고통받자 여자는 ‘언제나 겨울’을 찾아 도시로 나선다. 소비를 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낙원과 행복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는 가진 자 뒤로 소외된 자가 가려진 이면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여자는 도시의 어둠을 직시하며 일을 구하며 존재가 그림자같이 희미해진다.

어린이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수성을 적시던 작가의 전작과 달리 <눈, 물>은 결이 다소 무겁게 다가온다.

소비 만능주의로 가득한 도시 뒤로 소외된 이들을 조명하고 주류 세계에 편입되었지만 돌아오지 못한 채 ‘빈 문’을 남기고 간 이들을 비춘다.

문득 생명을 지키는 이들이 떠올랐다. 각자도생 삶 속에서도 눈송이가 녹지 않도록 찬 바닥에 내어주던 여자의 돌봄은 얼어붙은 물웅덩이가 된 눈송이가 여자의 온기를 잡아줌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잃어가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냉기와 온기가 나란히 스미는 계절. 차가움과 따스함의 경계에서 우리는 희미한 희망의 끈을 발견한다. (최상현 / 출판평론가, 9N비평연대)

 

■ 누구나 킥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도제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평범한 일상에 작은 반동을 일으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영감을 주는 책. 익숙함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내향적이고 규칙적인 작가가 난생처음 특공무술이라는 낯선 세계에 뛰어들며 경험한 변화와 성장을 유쾌하고 뭉클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방어에만 익숙했던” 자신의 삶을 돌이키며, 공격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였을 때 어떤 희열과 자유를 얻을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퇴근 후 체육관에서 맹연습한 자세와 대련, 승급 시험을 향한 도전은 단순히 운동 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넘어 자신의 한계를 깨부수고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여정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새해를 약 한 달여 남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한마디. “누구나 킥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대개, 바로 지금이다.” (김미향 / 출판평론가,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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