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5년 만 신작
미키 역 로버트 패틴슨, 첫 내한
2월 28일 국내 개봉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영화 '미키17'을 통해 인간 냄새 물씬 풍기는 SF를 선보인다.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이번이 첫 내한이다. 차기작 촬영으로 바쁜 일정임에도 봉준호 감독의 고국인 한국에는 꼭 오고 싶다는 로버트 패틴슨의 강한 의지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한국에 상당한 애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한 번도 한국, 서울에 오지 않았다는 게 놀라웠다. 감독님과 한국 팬분들 만나보고 싶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정착도 하고 싶다. 아파트 찾고 있다"는 유쾌한 답과 함께 "온지 하루도 안 됐지만, 한국 영화 산업은 정말 대단하다. 많은 감독님들, 배우들 보면서 컸다. 한국 작품도 더 많이 하고 싶다"라며 한국 팬들과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2022년 발간된 에드워드 애시튼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2019) 이후 약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봉준호 감독은 먼저 "흔히 말하는 SF영화지만 동시에 인간 냄새 가득한, 인간적인 SF다. 패틴슨이 연기한 미키라는 평범하고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다. 인간 냄새 물씬 나는 새로운 느낌의 SF다"라고 이번 영화를 소개했다.
앞서 '기생충' '설국열차' 등 전작에서 사회 계급 문제 등을 다뤄왔다. 이번 작품도 비슷하다.
이에 봉 감독은 "계급 문제라고 하면 거창한데, 이 친구 직업은 반복적으로 죽는 거다"라며 "프린터 서류 뽑듯이 인간이 출력된다. 그 자체로 비인간적이다. 극한의 처지에 있는 노동자 계층이다. 자연스럽게 계급의 문제도 스며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거창하게 계급간 투쟁을 다룬다는 정치적 깃발을 들고 있지는 않다. 인물이 얼마나 불쌍하고, 힘든 상황을 헤쳐가는지 성장영화 측면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원작과의 차이도 설명했다. 먼저 7번이 아닌 17번의 프린팅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횟수를 좀 늘리고 싶었다. 7번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일상적인 직업이니까 더 많은, 다양한 죽음 통해서 노동자 느낌을 더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미키의 직업을 역사 선생님에서 마카롱 사업 실패를 한 청년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서는 "원작 성격은 하드SF, 과학기술적 설명이 정말 많다. 전 과학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들은 빼고 인간 냄새로 채워갔다. 그 과정에서 미키도 노동계층의 더 불쌍한 친구로 만들고 싶었다. 과거사를 더 단순하게, 외롭게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로버트 패틴슨이 미키 17과 미키 18, 1인 2역을 소화했다. 그를 캐스팅 한 이유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패틴슨은 배트맨 같은 히어로 영화도 있었지만, 라이트하우스 등 뛰어난 인디 영화에서도 놀라운 연기 보여줬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관심을 꾸준히 갖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는 사실상 1인 2역을 해야했다. 약간 멍청하고 불싼한 17부터 예측불가 기괴한 카리스마가 있는 18을 다 표현해야 했다. 둘이 다 되는 사람이 누군가, 처음부터 패틴슨을 생각했다. 캐스팅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본인도 이런 이상한 걸 하고 싶었다더라"라고 과정을 소개했다.
패틴슨 역시 "이런 캐릭터를 찾기 쉽지 않다. 이런 거대한 규모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다. 감독님께서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거대한 스케일에서도 유머를 계속 보여주신다. 스타워즈처럼 보이는 세트장에서 일을 하다가 그 안에서 가볍고 재밌는 장면도 촬영한다. 이런 SF는 흔치 않다. 용감한 작품이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캐릭터를 보면 자신감이 1도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자기연민은 없다.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멍청한 느낌도 있다"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는 "처음에는 개를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버릇 나쁜 개가 있었는데 교육이 잘 안 됐다. 훈련을 시키려고 할 때마다 뒤로 누워서 애교를 부린다. 그게 미키랑 비슷해 보였다. 벌을 못 내리게 된다. 어떤 벌을 내려고 바뀌지 않는다. 17번을 죽어야 깨닫는다"라고 연기 준비 과정도 전했다.


17과 18 사이 차이에 대해서는 "17은 불쌍하고 수동적인 캐릭터다. 두려움도 많다. 자신이 루저라고 느끼고 흐르는대로 맡긴다. 깨달음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18이 등장한다. 잘못된 프린트인데, 뇌 일부가 제대로 프린팅되지 않았다"라며 "일란성 쌍둥이 같지만, 18은 17의 잠재된 자아가 아닐까 싶다. 왜 그렇게 못났느냐 질책하는 것을 의인화한 것 같다. 17을 일깨워준다. 무서운 형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결국 애정이 있다"라며 포인트를 언급했다.
이 모든 작업을 함께 한 봉준호 감독에 대한 애정도 컸다. 패틴슨은 "전 세계에서 지금 현재 봉 감독님 레벨의 분은 4-5분 정도밖에 없을 것 같다. 모든 배우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님"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감독님 영화는 세계관이 특별하다. 그러면서 말이 된다.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선을 건드리기도 한다. 왜 그런지 말로 형언하기 어렵다. 퍼포먼스 측면도 그렇다"라며 "장르의 구분도 크지 않게 한다. 이런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다. 이번에 절 생각했다고 하셨을 때 빠르게 응했다"라고 굳건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로버트 패틴슨 외에 스티븐 연이 미키의 친구 티모 역, 마크 러팔로가 독재자 마샬 역, 나오미 애키가 나샤 역으로 출연한다. 봉 감독은 이 세 인물에 대해서도 기대를 드러다.
티모에 대해서는 "미키의 유일한 친구인데 그다지 유익하지 않다. 그게 미키가 처한 상황이다. 불쌍하고 가엾고 측은지심 느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라고 했다.
또한 "평생 한 번도 악역을 안 해봤다는 마크 러팔로 배우가 새로운 유형의 독재자로 나온다. 본 적 없는 독특한 유형의 독재자. 어리숙하고 귀여운 모습도 있다"라며 '그런 매력으로 군중을 사로잡고, 위험함이 나오기도 한다. 즐겁고 열심히 연기해줬다. 시나리오 봤을 때는 당황하더라. 자기한테 왜 그런 역을 주느냐고. 그동안 정의로운 역할을 많이 했던 터라. 당황했지만 결국 즐거워하셨다"라고 비하인드도 전했다.
"25년 감독 경력 최초로 사랑이야기가 나온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미키와 나샤의 러브스토리가 있다. 정재일 씨가 만든 사랑의 음악들도 있다. 멜로영화라고 하기는 뻔뻔스럽지만 그런 사랑의 장면들이 있다. 그게 제일 뿌듯하다"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월 28일 한국에서 최초 개봉한 후, 3월 7일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개봉한다. 이에 앞서 오는 2월 13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 초청돼 전 세계에 선보인다.
사진= ⓒ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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