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야생을 불러일으키는 연대의 외침'

intro.
아프리카를 잊지 못한다. 가장 찬란했던 내 청춘의 대륙. 그곳에서 느꼈던 감각과 경험들은 언제나 내 가슴 속에 살아있으며 예술적 영감(靈感)의 보물 창고다. 나는 아프리카의 뜨거운 생명력을 닮은 책들을 통해서 아프리카를 다시 기억하려 한다. 그리하여 강인한 생명의 힘을 품은 그림으로 끝내 삶이 성숙되기를 원한다. 두 번째 책은 「어둠의 심연」 (조지프 콘래드 지음/이석구 옮김/을유문화사)이다.

‘그곳에는, 그곳에서는 어떤 흉악한 것이 자유롭게 설치는 것을 볼 수 있었네. 그것은 이 세상에 속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들도‧‧‧‧‧‧아니야,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곤 할 수 없었네. 실은 그것이 제일 고약한 일이었네. 그들도 어쩌면 인간일지 모른다는 의심 말일세.’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에 나오는 영국인 찰스 말로는 어렸을 때부터 지도를 보며 탐험을 꿈꿨다. 선원이 된 말로는 긴 똬리를 튼 거대한 뱀을 닮은 강의 지도를 신비롭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강의 지도를 다시 보다가 큰 무역회사 하나가 그 강을 끼고 사업한다는 사실이 떠올라 연줄을 동원해서 증기선 선장이 된다.
말로는 식민지 교역선을 타고 강 상류를 운항하며 무성한 식생들과 커다란 나무들이 만들어낸 기이하고도 원시적인 밀림의 울창함에 압도당한다. 거대한 적막 속,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되어 태초를 향한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은 말로는 강을 따라 어둠의 심연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간다. 말로는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어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불가사의하고도 격렬한 장면을 보게 된다. 그는 무서운 인상을 쓰고 손뼉을 치며 펄쩍펄쩍 뛰는 괴물들의 광란처럼 보이는 원주민들의 행위에 겁을 먹으면서도 궁금해한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말로는 가식 없이 내지르는 격렬한 소리와 야만적으로 보이는 원주민들의 행동의 의미를 무의식적으로 공감하며 전율한다. 믿고 싶지 않지만, 자신 내면 깊은 곳에 잠자던 원시성이 깨어나면서 그들도 자신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찰스 말로가 야생 그대로의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서 느꼈던 것처럼 나에게도 아프리카에서 원초적인 내면을 발견했던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나는 한동안 세렝게티 국립공원 내의 한 호텔에 오래 머물렀었던 적이 있다. 젊은 동양 여자가 동행자도 없이 혼자서 호텔에 오래 있는 것이 궁금하기도 하고 안타까워 보였는지 하루는 한 여직원이 호텔 직원들의 파티에 나를 초대했다. 일명 ‘나이트’에서 할 예정인데, 멀지 않으니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정글 속에 클럽이 있다니 신기했고, 그들의 놀이문화가 궁금했던 나는 밤이 되자 나에게 참석을 권했던 직원을 따라 나갔다. 정글 속 밤은 고요하며 어두웠고, 더듬더듬 그 직원의 뒤를 따라서 걷는데, 생각보다 많이 간다고 생각하며 두려움이 조금씩 밀려왔다. 그러나 다시 되돌아가고 싶어도 이젠 혼자 갈 수 없었다. 그런데 희미하게 멀리서 음악 소리가 들리니 호기심과 두려움이 더욱 증폭되었다. 그리고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벽돌로 대충 지어 시멘트를 바른 허름한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었다. 마치 축사를 닮은 문도 없는 그 작은 건물 안에는 백열등 몇 개만 켜져 있었고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이 음악 소리에 격렬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나이트’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러나 그 어느 춤판보다 흥겹게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장소의 열악함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말로가 원주민들로부터 들었던 가식 없는 소리에 호응한 것처럼, 나도 가식을 벗어던진 순수한 그들의 몸짓과 함께 어울릴 수 있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아프리카를 가고 싶어 했던 이유가 그런 원초적인 순수함을 찾고 싶어서였을까? 말로가 밀림 속에서 울려 펴지던 북소리의 여운을 느끼듯이, 나는 북소리만 담긴 음악을 들으며 화폭 앞에 섰다. 캔버스 앞에서라도 가식을 버리고 자유롭게 나의 원초적 무의식과 조우하고 싶어서다. 사실은 그게 제일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심장 박동처럼 고동치는 북소리를 들으며 내 마음의 심연의 색을 고른다. 찰스 말로, 코끼리를 잡아 상아를 무역하는 사냥꾼들, 상아를 찾아 헤매는 교역상 커츠, 노예가 되었던 사람들 그리고 상아의 주인 코끼리까지. 모두 같은 색깔의 피를 갖고 있다. 망설임 없이 붉은 물감을 찍어 나의 태고(太古)를 향한 붓질을 시작한다.

콘래드는 지명이나 인명의 직접적인 언급은 “환상을 파괴하고 암시성을 제거함으로써 모든 예술 작품의 매력에 치명적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나는 그림의 이미지를 미리 떠올리지 않았다. 태고에는 붉은 피를 가진 우리 모두 하나에서 시작했음을 기억하고 북소리를 들으며 그저 ‘붉은 태고(太古)’를 그리고 싶었다. 중첩된 이미지들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보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라는 답은 없다.
「어둠의 심연」은 우리 내면에 잠재된 야생을 불러일으켜 태고 때부터 울려 퍼지는 ‘생명 연대’의 진정한 외침을 들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콘래드가 그린 마력의 풍경 안에 들어가면, 인간 본성의 다양한 심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문명을 등지고 극한의 야생에서 맹목적으로 자신과 싸우는 커츠의 영혼을 신비롭게 지켜본 찰스 말로처럼 말이다.
글- 천지수(화가·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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