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1학년 당시의 필자. 뒷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선수. 우측 사복입은 사람이 김만영 코치

지금 대학생들은 교복을 입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에는 교복을 입고 대학에 다녔다.

첫 수업, 교양학부 수업을 받으면서 나는 비로서 대학생이 된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강의는 현재 이공대 앞 건물에서 있었기 때문에 운동부 숙소에서 다닐 수 있었다.

그 때 운동부 숙소에는 지방 출신 선수들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숙소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내게는 특혜를 준 것 같았다.

당시 고려대 상대는 들어가기 쉽지 않은 학과였다.  문과생 중에서는 법대에 이어 두번째로 커트라인이 높았다. 그래서인지 면학분위기가 진지했다. 뭔가 느낌이 달랐다.

고대 상대에는 5개 운동부 중에서 나 이외에 세 명의 동기가 있었다. 상대는 경영학과, 상학과 두 개 학과가 있었고 내가 다닌 경영학과에는 축구부, 야구부 동기가 입학했다. 그리고 상학과에는 럭비부가 한 명 다녔다. 그런데 이들 4명의 입학생 중 나와 럭비부 동기 두 명만 졸업을 했다.

아이스하키 동기생은 모두 네 명이었다. 장득봉(농대), 이용헌(법대), 김광일(문과)이었다. 나는 운동을 하면서도 수업에 열심이었다. 운동부 중에서 내가 가장 착실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 덕에 우리과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최재국 전 현대자동차사장, 오용국 국민은행 부행장 등이 내 동기들이다. 학과 친구들과는 지금도 모이지만 운동부는 나 혼자다.

1학년에 들어가 운동을 시작한 처음에는 다소 실망이었다. 선배 중 한 명인 김동권형이 군대에 간다고 송별모임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하키부는 서로 다른 파벌이 있었다. 그 형이 자리에 남아 있는데도 몇 명의 선배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래서 나는 술상을 엎어버렸다.  

고려대의 장점이 팀워크와 의리라고 들었는데 막상 겪어 보니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신입생 주제에 나서서 “잘못 들어왔다”고 했다. 그랬다가 동권이형한테 되게 얻어 맞았다. ‘버릇없다’는 것이었다. 형의 한방 펀치에 나는 옆방으로 나가 떨어졌다.

고려대에 온 것이 후회됐다. 운동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까지도 했다. 그런데 경희대학에서 온 곽일섭형이 나를 밖으로 끌고 나가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면서 나를 위로해 줘 마음을 풀었다. 그리고 훈련을 시작했다.

이렇게 고려대에서의 훈련은 상심한 상태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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