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엄민용 선임기자) 최근 경륜은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든 임채빈과 정종진의 양강 구도, 여기에 27기부터 29기까지 20대의 젊은 선수들이 경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선수로서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노장은 살아 있다’를 성적으로 증명하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1기 허은회와 6기 박종현이다.

■‘선발급 최고령’ 허은회

1965년생으로 현역 최고령 선수인 허은회(1기, B2, 팔당)는 매년 자신과의 싸움을 펼쳐 나가는 동시에 특유의 노련미로 젊은 선수들과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경륜은 기록이 아닌 7명의 선수가 순위 경쟁을 펼치는 스포츠로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수다. 따라서 환갑의 나이에 조카나 아들뻘인 20∼30대 선수들과 승부를 펼치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화려한 국가대표 경력을 가진 허은회는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실업팀 지도자로 활약하다가 1994년 1기로 경륜 선수가 됐다. 지도자 생활을 했기에 실전 공백이 있었지만, 특유의 부지런함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아마추어 선수 시절의 기량을 다시금 발휘하며 경륜 역사상 최초로 대상경륜 3회 연속 우승의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허은회의 올해 성적은 총 16경주에 출전해 1승에 그쳐 승률은 6%에 불과하다. 하지만 2착 2회, 3착 5회를 기록해 삼연대율은 50%에 이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한국 경륜의 새 역사를 계속 써 나가고 있는 선수가 바로 허은회다.

이 외에도 우수급에 있다가 선발급으로 내려온 윤진철(4기, B1, 인천 검단)과 최근 복귀전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인 남태희(4기, B2, 미원) 역시 노련미를 앞세워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나도 있소이다” 우수급 박종현

허은회가 선발급의 대표적 노장 선수라면 우수급에서는 박종현(1968년생, 6기 A3, 충남 개인)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선발급에 있다가 세월을 역행하며 오히려 올해 상반기 등급심사에서 등급이 올라 올해부터 우수급에서 경주에 출전했다. 올해 1∼2월 출전한 경주에서 기존 우수급 강자들에게 밀려 계속 입상에 실패하고 5∼7위에 머물러 특별 강급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전법을 마크로 바꾸며 승부수를 띄웠고, 그 결과 4차례 3착을 차지하며 젊은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박종현의 조카가 지난해 인기 예능 ‘나는 솔로’에 출연한 바 있는 경륜 선수 류근철이고, 그의 아들 박제원이 현재 30기 경륜 후보생으로 입학해 경륜훈련원에서 맹훈련 중이다. 내년부터는 현역 부자(父子) 선수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예상지 ‘명품경륜 승부사’의 이근우 수석은 “허은회와 박종현 등 노장 선수들이 많은 나이에도 젊은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고객들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며 “선수들에게는 인생의 선배로서 또는 좋은 본보기로서 활약을 이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