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제국고를 졸업한 '상속자들' 박신혜와 박형식이 11년 만에 '닥터슬럼프'를 겪는 의사가 돼 다시 만났다.

지난 25일 오후 JTBC 새 토일 드라마 '닥터슬럼프' 온라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은 오현종 감독, 박신혜, 박형식, 윤박, 공성하가 참석했으며 진행은 방송인 박경림이 맡았다.

'닥터슬럼프'는 인생 상승 곡선만을 달리다 브레이크 제대로 걸린 남하늘(박신혜)과 여정우(박형식)의 ‘망한 인생’ 심폐 소생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그 남자의 기억법' '역도요정 김복주'에 이어 '닥터슬럼프' 연출을 맡은 오현종 감독은 작품에 관해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취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사람 이야기다.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걸 외면하려는 의사들이 마음의 병을 겪었을 때 어떻게 극복하고 치유하면서 마음을 나누는지를 그렸다"며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드라마가 어둡지는 않고, 밝은 이야기를 그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 감독은 "작품 제안 받고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은 안타까움과 연민이었다. 의사라면 치열한 삶을 살면서 살아왔을 텐데,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모습에서 이 캐릭터들이 속으로 아픈 걸 내색하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지친 감정을 감내하려는 캐릭터들에 연민이 가서 따뜻하게 그려보고 싶었다"고 연출을 맡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오 감독은 "네 분이 맡은 캐릭터 모두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극 중 의사로서 살아가는 모습들은 다른 드라마에도 노출이 됐었으니까 저희는 이들이 겪는 마음의 병에 초점을 맞췄다"며 "자문해 주시는 선생님께서 마음의 병을 얻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얻는 훈장 같은 거라고 하더라. 마음의 병을 드러낼 때 치유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는 걸, 사람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걸 그리면서 인물의 성장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묻는 말에 오 감독은 '희망'을 꼽았다. 오 감독은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감추려고 노력하는데, 드러내는 순간 치유의 첫걸음을 떼는 거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더라. 드라마 보시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지프스 : the myth' 이후 3년 만에 복귀한 박신혜는 극 중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마취과 의사 남하늘 역으로 분한다.

박신혜는 '닥터슬럼프'에 합류한 것을 두고 "제가 가장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전작에서 장르물을 많이 하다 보니 이다음은 무슨 챕터를 열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오랜만에 나도 내가 잘하는 걸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책을 읽었을 때 하늘이라는 캐릭터가 공감이 많이 갔다. 늘 작품을 선정할 때 제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있지만 지인들이 봤을 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야겠다는 기준이 생겼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신혜는 "하늘이는 번아웃으로 우울증이 온 캐릭터다. 우울증이라고 한다면 대단한 방법으로 이겨내야 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하늘이는 작고 소소한 즐거움으로 이겨낸다. 저 또한 그런 시절이 있었다 보니 하늘이를 연기한다면 자연스럽게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박신혜는 교복을 입는 장면으로 남다른 고충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신혜는 "1~2부에 서사 설명을 하면서 형식 씨랑 제가 교복을 입었었다. (교복 입는 장면은) 잠깐 1~2부만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회상 장면이 계속 나오다 보니까 계속 입게 되더라"라며 "거의 촬영 내내 교복을 입어서 괜찮을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함께 교복을 입고 촬영한 배우들에게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는데 현재 고등학생이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주변에서 아직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해주시지만 스스로 죄책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를 듣던 박형식은 "괜히 죄짓는 기분"이라고 덧붙여 폭소를 안기기도 했다.

'힘쎈여자 도봉순' 이후 7년 만에 로코로 돌아오는 박형식은 인생 최악의 슬럼프에 빠지는 스타 성형외과 의사 여정우 역을 맡았다. 박형식은 "그간 심각하고 진지하고 깊은 내용을 담은 작품을 하다 보니 제가 어느 순간 웃고 싶었나 보다. 그 순간 닥터슬럼프가 왔고, 읽으면서도 많이 웃어서 참여하고 싶더라. 우울증, 슬럼프 이야기를 하면 다운될 것 같지만 책을 읽으면서 부드럽게 그 부분을 터치해 줄 것 같았다"고 합류 계기를 밝혔다.

그리고 박형식은 "보통 힘들거나 지친다고 하면 옆에서 힘내, 할 수 있어, 응원할게라고 하는데 그게 힘이 될 때도 있지만 정말 힘이 들 때는 쓰러진 채로, 넘어진 채로 있어, 쉬어가도 괜찮다는 말이 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우리가 어릴 때부터 치열하게 살아가는데 매번 성공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 계속 일어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쉬어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신혜와 박형식은 '상속자들' 이후 11년 만에 재회한다. 

두 배우를 캐스팅한 것을 두고 감독은 "솔직하게 제가 한 건 아니고 제작사 대표님과 작가님이 두 배우를 모시려고 엄청나게 공을 들이면서 마음고생도 많이 하셨다. 그 찰나에 제가 합류했고, 막상 와보니 저도 같이 한번 해보고 싶은 좋은 배우들이라서 작업해 봤는데 너무 많이 배웠다. 이번 작품은 작업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현장에서 즐기면서 일했다는 느낌이었는데, 연출에게 큰 축복이었던 것 같다"고 비화를 전했다.

이어 박신혜는 "재회의 기쁨을 말로 표현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며 춤사위를 보여줬고, 박형식은 "항상 작품 할 때마다 긴장되고 떨리고 두려운 게 있는데,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으로 지면이 단단해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재회 소감을 밝혔다.

'가족끼리 왜 이래'를 통해 형제였던 박형식과 10년 만에 재회한 윤박은 허세 넘치고 자존심 가득한 성형외과 의사 빈대영 역으로 분했다.

윤박은 "현장 시너지가 좋아서 즐거웠던 기억밖에 없다. 촬영이 50회차 지났을 때쯤에 제가 합류했는데, 이미 다 배우들끼리 친한 관계라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고 있을 때 박형식이 한줄기 빛이었다"며 "이런 관계를 진작에 만났어야 했다. 10년 전에는 싸우기만 하고 관계가 안 좋은 설정이었는데 유쾌하고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고 재회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윤박은 "실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캐릭터인데, 말하면 다들 무시하고 그런다. 요즘 말하는 아재개그, 실없는 이야기들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겠다는 공감을 하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열연했던 공성하는 '닥터슬럼프'로 돌아온다.

공성하는 "제가 상대적으로 작품이 적은데, 감독님께서 제 작품을 다 봐주시고 연기에 대해 좋게 말씀해 주셨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누면서 끝까지 의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가지 해왔던 캐릭터보다 명랑하고 쾌활하기도 해서 못 보여드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꼭 해보고 싶었다"고 합류 계기를 전했다.

공성하는 "드라마 읽으며 울컥하고 공감한 부분도 많았다. 제작발표회 오기 전에 대본을 훑어보면서 어떤 장면이 제일 좋았나 생각해 봤는데 어떤 길이든 같이 가자는 대사가 이 작품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이전 작품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긴 한데 공성하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가 아니라 또보배(또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얻고 싶은 수식어도 공개했다.

한편, JTBC 새 토일 드라마 '닥터슬럼프'는 오는 27일 오후 10시 30분 첫 방송 한다.

사진=JTBC '닥터슬럼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