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 참사 속 홍콩 콘서트 강행…기부와 묵념으로 증명한 '연대'의 가치

(MHN 홍동희 선임기자) 지난 11월 말, 홍콩 타이포 지구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참사로 도시 전체가 비통함에 잠겼다. 159명이라는 안타까운 희생자가 발생한 이 비극 속에서, 글로벌 K-팝 그룹 트와이스(TWICE)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 입성이라는 역사적인 첫 단독 콘서트를 코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도의 기간에 축제는 부적절하다"는 취소 여론과 "약속된 공연을 지켜야 한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트와이스와 JYP 엔터테인먼트는 '강행'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단순한 공연의 성공을 넘어, 재난 시대에 엔터테인먼트가 가져야 할 태도와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공연 강행 발표에 앞서 트와이스 측이 내놓은 카드는 '진정성'이었다. 홍콩 월드비전에 100만 홍콩달러(약 1억 8,800만 원)를 쾌척하며 피해자 구호에 직접 나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 "돈을 벌러 왔다"는 비판에 대해 "우리는 돕기 위해, 그리고 함께하기 위해 왔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라이브 네이션 측의 티켓 수익 추가 기부 약속까지 더해지며, 상업적 공연은 순식간에 '자선과 치유의 장'으로 그 성격이 재정의되었다.

12월 6일과 7일, 카이탁 스타디움의 불이 켜졌지만, 여느 때와 같은 화려한 폭죽은 없었다. JYP는 화재 참사를 연상시킬 수 있는 시각적 효과를 전면 배제하고, 차분하고 엄숙한 연출을 택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것은 화려한 영상이 아닌, 희생자들을 기리는 1분간의 묵념이었다. 5만 명의 관객과 멤버들이 함께 만든 이 정적은 스타디움을 거대한 추모의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저희의 무대가 여러분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멤버들의 진심 어린 멘트는, 죄책감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을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재난 상황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언제나 '애도'와 '비즈니스'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다. 이번 홍콩 참사에서도 로컬 아티스트 카렌 목은 공연을 취소하며 애도에 동참했고, 트와이스는 형식과 메시지를 수정하여 강행을 택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트와이스의 사례는 글로벌 문화 자본이 로컬의 비극과 마주했을 때, 회피가 아닌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트와이스는 이번 공연을 통해 K-팝 아티스트가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돌을 넘어, 사회적 이슈와 호흡하고 위로를 건네는 '공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슬픔에 잠긴 홍콩의 밤,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켜진 수만 개의 응원봉은 화려한 조명이 아니라, 상처 입은 도시를 비추는 희망의 등대였다. 그것은 트와이스가 보여준 진정한 '월드 클래스'의 품격이었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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