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장까지 숨져...원청 책임 회피 불가, 현장조사 착수

(MHN 이민주 인턴기자) 산업재해 현장에서 반복되는 사망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다시 묻고 있다.

지난 21일 전남 순천 레미콘공장에서 발생한 질식사고로 2명이 숨지고 1명이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이 사고는 화학약품 저장탱크 청소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현장에서는 산소 결핍과 유해가스 중독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 직후 측정된 탱크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정상치의 10배에 달하는 3400ppm, 황화수소 농도는 기준치의 약 6배를 넘는 58ppm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환기와 산소, 가스 농도 측정, 보호 장비 착용 등 기본적인 밀폐공간 작업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2년 1월 시행 이후 노동자의 사망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직접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위험요인 점검 및 개선, 사고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의 집행력이 약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거나 최소한의 형식적 조치만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순천 사고는 단순히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닌, 원청 공장 임직원들이 직접 희생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영진의 안전 관리 의무 위반 여부가 직접적인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부는 중대재해 예방을 국정과제로 강조해 왔다. 이재명 정부 역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하며, 최근 잇따른 산업재해 발생에 대응해 전국 사업장 안전 점검 강화, 밀폐공간 작업 규제 보완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계는 “법 시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가 현장에서 집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으며, 재계는 “과도한 형사처벌보다 예방 중심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순천에서 이틀 연속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산업재해가 특정 기업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제도적 보완과 집행력 강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단순히 존재하는 법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으로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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