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조각도시', 지난 3일 종영
후반부 작위적 전개, 신파 감성 아쉬움으로
요한 역 도경수, 성공적인 첫 악역 도전

(MHN 장민수 기자) 치밀함은 허술함으로, 기대는 실망으로. 성공적인 출발이었기에 마무리가 못내 더 아쉬웠던 '조각도시'다.
디즈니+ 시리즈 '조각도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태중(지창욱)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되고, 모든 것을 계획한 요한(도경수)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드라마다. 2017년 개봉한 배종(박광현) 감독의 영화 '조작된 도시'를 시리즈로 리메이크했다.
초반부는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태중에게 누명을 씌우는 방식이 세세하게 그려지며 탄탄한 전개를 기대하게 했다. 교도소에 수감된 후 변화하는 태중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강한 카타르시스가 일었다. 순진하고 평범했던 청년이 극한의 절망을 맛보고 복수를 계획하는 과정도 강렬했다.



그러나 이후 전개는 같은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다. 빈틈없이 사건을 조각하던 치밀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전개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영화적 허용'으로 밀어냈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순간이 점차 늘어났다. 난데없이 중국어를 내뱉는 킬러부터 경찰서를 습격한 조폭 무리 등 과한 설정 또한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부와 권력을 거머쥔 요한에게 지극히 평범한 태중이 맞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서일까. 태중의 복수 또한 영 찜찜하게 마무리됐다. 그저 요한이 짠 판에 끌려다니다 마지막 주먹 대결에서 승리했을 뿐. 주인공의 활약이 미미하니 한껏 쌓아 올린 카타르시스는 증발해 버렸다.
후반부로 갈수록 가족애와 동료애를 강조한 연출 또한 아쉽다. 용식(김종수)과 그의 딸 은비(조윤수) 서사가 지나치게 강조됐다. 태중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이기는 하나, 점점 신파로 흘러가다 보니 복수극으로서의 힘이 떨어졌다.


물론 그 모든 것이 작품의 메시지와 무관하지 않다. 권력과 시스템 속 개인의 존재, 가짜와 조작이 판치는 세상. 이러한 부조리한 세태를 비판한다. 정(情)과 선(善)을 바탕으로 한 연대의 힘이 강조되기도 한다. 현시대에 필요한, 적절한 메시지지만 장르적 재미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럼에도 영화를 시리즈로 확장한 시도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억지로 늘리는 것이 아닌 캐릭터와 설정에 새로움을 가미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채로운 액션신 또한 돋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24일 OTT 플랫폼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디즈니+ TOP 10 TV쇼 부문 월드와이드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도경수의 새로운 얼굴을 만난 것 또한 반가웠다. 첫 악역에 도전한 그는 다소 부족한 피지컬을 스마트함으로 덮어냈다. 권태 가득한 표정과 감정 없는 말투도 자연스러웠다. 그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악역의 탄생이었다. 극이 용두사미로 끝났더라도, 도경수에게는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한 기록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
한편 '조각도시'는 지난 3일 공개된 12화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MH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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