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경기를 지켜보는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 KOVO 제공
사진= 경기를 지켜보는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 KOVO 제공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배구계 고참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지난 1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은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2 V-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흥국생명과 경기를 치르기 전, 안타까운 소감을 밝혔다. 

현재 배구판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IBK기업은행 김사니 감독대행에 대해서다. 

지난 달 23일부터 기업은행의 임시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 대행은 무단이탈 물의에도 불구하고 서남원 전 감독 경질 후, 별도 자숙 없이 돌아와 '감독이 없다' 는 이유로 지휘봉을 잡고 팀을 이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고참 선수들의 태업의혹과 함께, 두 차례 숙소를 무단이탈한 세터이자 주장 조송화에 대한 징계 논란이 함께 일어났음에도 "내가 진실이니 밖의 풍문은 듣지 말고 나를 따르라" 고 발언한 것이 드러나며 논란에 기름을 한 차례 더 부었다. 

그 외에도 김 대행은 사령탑 자리에 앉기 무섭게 "(경질된 서 전 감독이) 작전타임 당시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부었다" 고 눈물의 증언을 내놓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폭언을 퍼부었는지에 대해 묻자 입을 닫아버려 다시 한번 자충수를 두었다.

이와 같은 행적으로 현재 김 대행은 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여자부 6개 구단 감독들의 분노를 사며 '악수 보이콧' 까지 당한 상태다. 더불어 기업은행 측의 주먹구구식 대처가 드러나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사진= 경기에서 작전지시를 하는 IBK기업은행 감독대행 김사니 코치ⓒ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사진= 경기에서 작전지시를 하는 IBK기업은행 감독대행 김사니 코치ⓒ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페퍼저축은행 김 감독은 지난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팀을 4강 신화로 이끈 전 국가대표 사령탑 출신이다. 당시 국가대표팀에는 흥국생명 소속의 김사니가 포함되어 있었다. 김 감독은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선수들에게 자비 약 600만원을 털어 오륜마크가 새겨진 금반지를 선물할만큼 마음을 깊이 썼다.

딸처럼 키운 제자가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을 본 김 감독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잘못된 김 대행의 행적을 보며 '악수 보이콧' 에 동참했지만, 심경이 매우 복잡할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김 감독은 김 대행 대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는 "배구계 고참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며, "슬기롭게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감정도 있지만 말을 아끼겠다" 고 전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역시도 같은 날 "(김사니가) 좋은 후배고, 흔하지 않은 여성 지도자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코트는 우리에게 직장이다, 개인감정과 일은 구분해야한다" 며 김 대행과 명백히 선을 그었다. 스승은 고개 숙이고, 대선배는 등을 돌렸다.

기업은행은 오는 5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를 앞둔 상태다. 제자 대신 고개를 숙인 김 감독이, 김 대행의 악수를 외면하는 장면은 그 어떤 보이콧보다 씁쓸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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