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시절에 힘껏 불렀던 응원가 부활 소식에 선수/팬 모두 반색

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대항해시대 당시 남아메리카의 스페인 정복자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전설의 장소가 바로 엘도라도(El Dorado)라고 한다.

도시 전체가 금으로 도배된 거대한 도시이면서도 황금이 넘쳐나는 전설의 이상향으로 여겨지는 엘도라도는 ‘천국’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혹은 개인이나 팀이 가고자 하는 최고의 이상향을 일컫기도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엘도라도’는 한국시리즈 우승이 아닐까 싶다. ‘왕조’의 의미로 확대 해석하면, 연속 우승을 자주 하는 강팀에게 주어지는 보통명사이자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삼성 라이온즈 팬들이 ‘엘도라도 응원가’에 남다른 애착을 갖는 이유도 과거의 영광을 함께 했던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엘도라도가 사용된 시기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총 6년간이다. 이 시기에 삼성은 440승 366패, 승률 0.546를 기록했다. 6년 동안 정규시즌 우승 4회, 한국시리즈 우승 3회, 한국시리즈 준우승 1회를 기록하면서 ‘삼성 왕조’를 구축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강삼성 승리하리라’로 대표되는 엘도라도 응원가는 삼성의 황금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삼성 팬들은 물론 선수들까지 힘이 나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 팬들은 MHN스포츠에 “왕조시대를 함께하고 삼성을 논하면 빠질수 없는, 승리 그 이상의 의미다. 선수에게도 팬들에게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라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강조한다.

2021년 가을야구 진출 당시의 삼성. 자료사진=연합뉴스
2021년 가을야구 진출 당시의 삼성. 자료사진=연합뉴스

이렇게 큰 인기를 끌었던 엘도라도 응원가는 2017년을 끝으로 종적을 감춰야 했다. ‘저작인격권 문제’ 때문이었다. 당시까지 프로야구 각 구단은 KBO를 통하여 응원가에 대해 음악 저작권 협회를 비롯한, 한국음악실연자협회, 한국음악제작자협회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편곡으로 더 부르게 쉽게 응원가를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원곡을 변형했기 때문에 원작자들이 저작재산권과는 별개로 저작인격권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최초 일부 저작자들이 구단에 주장하던 것이 기사화되면서 다른 원작자들도 같은 주장을 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지게 됐다. 엘도라도 역시 이러한 이유로 원저작자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부득이하게 사용을 멈춰야 했다.

엘도라도는 1970년대, 독일 레게팝 밴드 Goombay Dance Band가 원곡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곡의 저작권자들이 모두 가수로서, 그리고 작곡자로서 은퇴를 한 상황이라 협상의 대상이 확실하지 않았다. 매년 이에 대한 저작권 협상을 위하여 그 대상을 찾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는 것이 삼성 응원단의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올 시즌 들어 제일기획의 독일 법인의 적극적인 도움과 이종열 신임 단장의 노력까지 더해져 저작권 협상이 완료됐다는 소식이 전달됐다. 뜻하지 않은 소식에 삼성 팬들은 물론, 선수들까지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엘도라도 응원가의 힘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삼성은 개막 원정 2연전을 싹쓸이하며 기분 좋은 시즌 출발을 선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엘도라도 응원가를 사용할 수 없던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삼성은 6시즌 동안 395승 447패, 승률 0.469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 가을야구도 2021년 딱 한 번 경험했을 뿐, 과거 ‘삼성 왕조’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응원가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전력 외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선수들과 팬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플러스 요인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요기 베라 역시 “야구의 90%는 멘탈적인 부분이다. 10%는 피지컬의 문제다.”라며 야구 외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남긴 바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