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 김세연ⓒ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휴온스 김세연ⓒ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고양, 권수연 기자) 쉽지는 않은 시즌이었다. 

어느새 두 시즌을 거쳐온 휴온스다. 창단 첫 해에는 지금의 하나카드처럼 '신생돌풍'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비상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고비가 많았다. 하위경쟁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꼴찌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42전15승27패. 

올 시즌 주장 선정 또한 특이했다. 엄상필, 김병호, 쿠드롱, 강동궁 등 연륜있는 남성 베테랑을 뽑는 타 팀과 달리 휴온스는 29세 막내둥이 김세연을 주장으로 내세웠다. 

김세연은 PBA출범 원년 파나소닉 오픈 준우승으로 시작해 20-21시즌은 시즌 통산 2회의 우승(TS샴푸 챔피언십,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LPBA 사상 단독 최다상금 1억원을 한번에 손에 쥐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LPBA 상금이 조절되며 현재까지 이 상금 기록은 깨지지 않는다. 

직전시즌에도 TS샴푸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연마다 한번씩은 결승무대를 찾은 셈이다. 

그러나 팀에게도, 김세연 본인에게도 2022-23시즌은 지난했다. 올해 최고성적은 하나카드 챔피언십에서 이룬 4강이다. 정규투어 최종 성적은 17위를 기록했다. 

휴온스 김세연ⓒ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휴온스 김세연ⓒ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본지와 21일, 구장에서 마주앉은 김세연은 유달리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 회고했다. "올 시즌을 돌아보니 좀 어땠느냐"는 질문에 김세연은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다"며 어렵게 운을 뗐다. 

"사실 2차투어(하나카드 챔피언십)때 준결승에 갔던 성적으로 올해 파이널에도 겨우 나갈 수 있게 됐어요, (성적이) 너무 안 풀리니까 자괴감도 들더라고요, 본인 스스로에게 화도 났고 눈물도 많이 났고요. 그 와중에 프로선수니까 잘은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어요"

개인투어, 여기에 팀리그 일정까지 겹쳤기에 스케줄이 빠듯했다. 매일 개인연습을 마치고 구장에 나와 8시간 가량 손님들을 상대로 연습게임을 하고, 투어와 동시에 팀리그를 준비해야했다. 

리더라는 타이틀을 달았기에 부담감이 더했을 것이다. 나이 어린 주장이 오빠, 삼촌 뻘의 고참 선수들을 '이끈다'는 것이 일반적인 개념과 보통 난이도의 일은 아니다. 한 식구나 친구들이 만나도 다투는 것이 사람인데, 하물며 서로 다른 성격과 연령대의 여섯명이 만났으니 오죽할까.

휴온스 김세연ⓒ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휴온스 김세연ⓒ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이에 대해 김세연은 "구단에서는 상식의 틀을 깨면서 저를 믿어주시고 주장 제안을 해주셨던 것 같다"며 "처음에는 가볍게 제안을 하신 줄 알았다, 선뜻 하겠다고 대답한다고 정말 리더가 되는게 아니지 않느냐"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팀리그 시스템은 리더가 테이블을 살피고 와서 벤치타임 상의를 해야한다,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팀원들이 충분히 뭉쳐서 해결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전하더라"며 "구단에서 총 세 번을 물어보셨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없느냐'고 하셨는데 그때 승낙을 했었다"고 주장 선임(?)의 전말을 밝혔다. 

혹시 덜컥 리더를 맡은 것을 후회할까. 이에 대해 묻자 김세연은 "후회는 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결과적인거지만 개인투어보단 팀리그에서의 성적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팀이니까 책임감이 절로 들고 '어떻게 내가 이런 승률을 냈지?'하는 성적이 나오더라고요, 힘든 것을 이겨내고 팀에 보탬이 됐으니까요, 어린 나이에 주장을 한다는건 어떻게 보면 커리어잖아요, 8위를 했으니 구단에서 또 주장을 맡겨주실지는 모르겠지만...근데 이제 맡아도 제가 못하지 않을까요(웃음)"

휴온스 최혜미-김세연, PBA 
휴온스 최혜미-김세연, PBA 

팀 내 실질적인 리더는 베테랑 김봉철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팀리그 정규리그가 끝난 후 김세연이 직접 밝혔다. 어린 선수들인 최혜미와 김세연은 부진한 성적에 흔들릴 때도 많았다고. 특히 경험도 연륜도 부족한 상태에서 리더직을 떠안은 김세연은 쉽지않은 시기를 보냈다. 그럴 때마다 김봉철이 선수단 케어를 도맡았다. 김세연은 그 안에서 팀워크를 조금씩 배웠다.

이제 남은 것은 '왕중왕전' 격인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이다. 팀 성적은 아쉽게 됐지만 이제는 끝난 일. 시즌 마지막 개인투어에 집중해야한다.

문제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성적이다. 슬럼프라는 생각은 최대한 안 하려고 한다. 부정적인 생각에만 묻혀있을 수는 없다. 

김세연은 "안 풀리면 몸이 아플때까지 연습을 한다, 내가 당구를 진짜 많이 사랑하는데 요새는 그만큼 잘 안되니까 분하다"라며 "우승을 하면 물론 좋겠지만 우승을 하지 못해도 할건 좀 하고 탈락을 했으면 좋겠는데 예선에서 자꾸 떨어지니 힘들다"라고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흡사 오래 만난 친구처럼 시원하고 스스럼없는 말투로 당구에 대한 열정을 말했다. "가끔은 쉬고 싶지만 안돼서 열받더라도 할 건 해보자"고 각오를 전해왔다. 

올 시즌을 웃으며 마칠 수 있는 마지막 관문 '봄당구'가 아직 남아있다.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2023은 오는 3월 2일부터 11일까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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