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계장 감독, 이우창 감독 중심으로 학생야구 새로운 패러다임 제공

서울 은평구 모처에서 훈련 중인 U-16 은평 베이스볼 클럽 선수단. 안계장 감독이 선수들을 향하여 중요한 포인트를 지도하고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서울 은평구 모처에서 훈련 중인 U-16 은평 베이스볼 클럽 선수단. 안계장 감독이 선수들을 향하여 중요한 포인트를 지도하고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최근 학생야구에는 새로운 움직임이 불고 있다. 학교 중심의 엘리트 야구가 여전히 대세지만,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클럽 스포츠단의 참가를 허용하면서 ‘베이스볼 클럽’도 전국 각지에서 창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를 하지 않았던 선수들도 베이스볼 클럽에 가입하여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주말리그/전국무대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순천효천고는 기존 야구부에서 ‘베이스볼 클럽’으로 전환하면서 일반 학생들도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이러한 흐름은 서울에서도 꽤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다. 적지 않은 베이스볼 클럽이 생기면서 야구부가 없는 일반 학교에 다니면서도 야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안계장 감독, 이우창 감독을 중심으로 한 은평 베이스볼 클럽도 그렇게 탄생했다.

학교는 학교대로 다니면서
엘리트 야구를 배울 수 있도록 ‘오픈’

전남고 야구부 창단 이후 휘문고, 선린상고, 배재고 감독을 역임했던 안계장(74) 감독은 학생야구에서 대표적인 지장(智將)으로 알려져 있다. 안 감독 휘하에서 야구를 배운 이만 해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 이순철, 김태업을 비롯하여 故 박정혁, 임선동, 류택현, 전형도, 노찬엽, 송구홍, 이병훈 등 프로야구판을 수놓았던 많은 이들이 안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그러한 스타들도 이제는 은퇴하여 해설위원이나 프로/아마야구 코칭스태프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쯤 되면 안 감독도 ‘휴식’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증명시켜 주는 것에 불과했다. 중국과 타이완을 오가며, 국내 야구 인재들을 파견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은평 베이스볼 클럽 고등부 감독까지 맡으면서 내년 창단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실제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록 팀 사령탑 중 안 감독이 최연장자로 기록되어 있다.

다소 어려운 여건 속에서 팀을 창단했지만, 클럽 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안 감독의 움직임은 끝나지 않았다. 안 감독은 전국을 돌면서 ‘야구를 하고 싶지만, 기존 주전 선수들에게 밀려 기회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모으는 데 애를 쓰고 있다. 그러한 선수들을 모아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면, 서울 지역에서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6세 이하 중학부는 쟁쟁한 서울의 학교들을 상대로 3승을 거둘 만큼, 매서운 실력 향상을 선보이고 있다.

16세 이하부를 맡고 있는 이우창 감독은 “선수단 대부분 야구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다. 그렇지만, 다른 엘리트 선수들을 뛰어 넘는 선수들도 분명 있다. 이 선수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은평 BC U-19팀에 합류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팀으로 성장할 수 있다.”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안계장 감독 역시 이러한 확신이 있기에, 주중/주말을 가리지 않고 출근하여 선수들의 지도를 돕는다.

은평 베이스볼 클럽에서 안계장 감독은 고문이자 지도자이자 선수들이 다가가기 쉬운 '할아버지 멘토' 이기도 하다. 사진ⓒ김현희 기자
은평 베이스볼 클럽에서 안계장 감독은 고문이자 지도자이자 선수들이 다가가기 쉬운 '할아버지 멘토' 이기도 하다. 사진ⓒ김현희 기자

베이스볼 클럽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 소속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정식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장충, 충암, 덕수, 휘문고 등 이미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 진학을 한다고 해도 학교는 학교대로 다니고, 주말리그나 전국대회에서 은평BC 소속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굳이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진학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또한, 기존 학교 야구부에서 기회를 잘 못 받는 선수가 베이스볼 클럽으로 소속을 바꾼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이렇게 되면, 야구를 위하여 전학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밟지 않아도 된다. 특히, 은평BC는 창단팀 자격으로 주말리그에 참가하기 때문에, 전학생 출전 정지 기간에서도 자유롭다.

다만, 베이스볼 클럽 코칭스태프가 걱정하는 것은 ‘클럽 팀’에 대한 편견과 허위 소문에 대한 것이다. 야구에 대한 경험이 적은 중학 선수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클럽 팀 역시 엄연한 엘리트 야구를 구현하며, 그러한 선수들 가운데 분명 프로 선수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우창 감독은 “선수 하나를 제대로 지도하는 것 만큼은 자신 있다. 특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 때문에 상처를 받고 야구를 그만 두는 선수들을 정말 많이 봤다. 그러한 선수들을 잡아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학생 야구 선수로 만들고 싶다.”라며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사실, 축구는 이미 ‘클럽화’가 많이 진행되어 학교 축구부와 함께 또 다른 프로축구의 축으로 우뚝 섰다. 이러한 흐름이 야구에서도 진행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은평 베이스볼 클럽을 기억하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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