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한선수(좌)-현대건설 양효진ⓒKOVO, MHN스포츠 DB
대한항공 한선수(좌)-현대건설 양효진ⓒKOVO, MHN스포츠 DB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오래 쉬어서 세트 초반 흔들릴지라도 넉넉한 체력이 있다면 리듬 정도는 금세 찾는다. 남자부 1위 대한항공과 여자부 1위 현대건설이 나란히 챔피언결정전 1승을 거머쥐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2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대한항공이 OK금융그룹을 세트스코어 3-1(22-25, 25-22, 25-20, 25-18)로 돌려세우며 1선승을 거머쥐었다. 챔피언결정전은 총 5전3선승제로 열린다.

기뻐하는 대한항공, KOVO
기뻐하는 대한항공, KOVO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은 약 2주 가량의 긴 휴식을 마치고 코트에 올라섰다.

선두 대한항공은 통합우승 4연패라는 대기록을 정조준하고 있다. 공격화력이 폭발적인 최상급 윙스파이커진을 보유, 국내 리그 최고 세터로 불리는 한선수와 유광우를 내세워 올 시즌도 리그 최상위에 올라섰다. 

대한항공이 통합우승 기록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은 용병 교체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시즌 중 부상 입은 링컨을 대신해 무라드 칸(파키스탄)을 영입했지만 만족할만한 경기력이 나오지 않자 챔피언결정전을 코 앞에 두고 단기 용병인 막심 지갈로프(러시아)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조금이라도 국내진과 호흡을 길게 맞춘 기존 용병을, 그것도 큰 경기를 앞두고 바꾼다는 것은 상당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대한항공 막심 지갈로프, KOVO
대한항공 막심 지갈로프, KOVO

이 실험적인 단기임대는 뚜껑을 열자 나름대로 효과를 봤다. 정확히는 정지석의 스파이크가 제대로 터져줬고, OK금융그룹은 레오의 서브가 좀처럼 터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큰 대회 경험이 많은 노련한 대한항공 선수들이 멘탈을 다잡는데는 한 수 위였다. 

이 날 최다득점으로 활약한 정지석이 31득점(공격성공률 67.65%), 이어 새 외인 선수 막심이 20득점(공격성공률 44.44%)을 올리며 합격도장을 받았다. 곽승석의 리시브가 75%의 효율로 팀을 받쳤다. 

대한항공이 기뻐한다, KOVO
대한항공이 기뻐한다, KOVO
대한항공 곽승석, KOVO
대한항공 곽승석, KOVO

대한항공은 강서브만큼이나 블로킹 역시 우수한 팀이다. 플로터 서브로 범실 최소화를 노리는 OK금융그룹이지만 거꾸로 말하자면 리시브에 대부분을 걸었으니 흔들리면 타개책이 없다. 레오의 점유율을 높여도 곽명우의 토스가 흔들리면 게임은 저물어버린다. 대한항공은 이 점에서 시즌 내내 OK금융그룹의 천적이었다. 더불어 컨디션 좋은 블로커들이 이미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힘을 상당히 소진한 레오를 가차없이 막아섰다. 

OK금융그룹 레오가 서브를 시도한다, KOVO
OK금융그룹 레오가 서브를 시도한다, KOVO

레오는 이 날 22득점을 올렸지만 범실만 11개로 자멸하다시피 했다. 세트 후반에는 결국 차지환과 교체됐지만 반전은 없었다. 대한항공 역시 세트 초반 줄범실이 매우 많았지만 OK금융그룹을 흔들며 승리를 가져오는데는 별 문제 없었다.

여자부 역시 하루 전날인 28일,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2(18-25, 14-25, 25-20, 25-20, 16-14)의 역전승을 거뒀다.

흐름은 남자배구보다는 좀 더 극적이었다. 몸이 풀리지 않은 듯 1, 2세트를 정신없이 헤매던 현대건설은 초반 흐름을 잡은 흥국생명이 슬슬 내려앉을 3세트부터 리듬을 되찾았다. 모마가 8득점을 몰아치며 흥국생명의 빈 코트를 흔든 뒤 4세트에는 토스 10개를 기준으로 7개를 독차지했다. 모마의 4세트 순간 최고 점유율은 76%, 평균 점유율은 51%에 달한다. 

챔프전 1차전을 승리한 현대건설이 기뻐한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공격면에서 조화로운 운영의 경기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양효진(16득점)의 점유율 대비 효율이 뛰어났다. 수비에서는 흥국생명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고예림(세트당 36%), 위파위(세트당 39%), 김연견(세트당 45%) 등의 수비 전선이 견고했다. 

흥국생명은 토스 운영, 미들블로커, 어택커버 등의 활용이 안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체력이 바닥난 현재는 더하다. 흐름의 대부분을 윙에 의존하는 팀이므로 김연경, 윌로우, 레이나의 탄력이 살아있을 때 집중도를 크게 올려 빨리 끝내야 승부를 볼 수 있다.

흥국생명도 OK금융그룹도 내리 일주일이 넘는 기간 격일제로 쉴 새 없이 질주했다.

OK금융그룹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와야 했고,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를 3차전 모두 치렀다.

챔피언결정전은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트로피를 노릴 수 있다. 

패배한 흥국생명이 허탈해한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패배한 흥국생명이 허탈해한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팀의 챔프전 우승확률은 남자부가 72.22%, 여자부는 52.94%에 달한다. 22-23시즌 흥국생명의 역스윕 악몽을 보면 수치라는 것이 늘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에 먼저 도달해 힘을 아끼고 포스트시즌을 먼저 달려오는 상대를 분석한만큼 기선제압에 크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흥국생명은 모마의 공격 감각을 흔들어 깨웠으니, 30일 2차전 대결에서 주도권을 한번 더 뺏기게 되면 상황이 매우 어려워진다. 1차전 후반부터 보여줬던 경기력이 또 나오면 삼산으로 향하는 발길이 무거워질 전망이다. 

남녀부 챔피언결정전은 만약 끝까지 치르게 되면 오는 4월 5일 여자부 5차전, 6일 남자부 5차전으로 막을 내린다. 8일에는 V-리그 시상식이 예정되어있다. 

 

사진= KOVO, 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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