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계란프라이 한 개를 제 밥에 얹어주셨어요. 따듯한 마음이 느껴졌고 미소까지 전하며 많이 먹으라고 하는데 가슴 뭉클 했습니다."

얼마 전 골프존 카운티 안성W 골프장을 찾아 캐디로 일하고 있는 북한 이탈주민 S씨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는 낯설고 물선 남한에서 그것도 북한에서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한 계란 프라이를 정을 듬뿍 담아 얹어주는 박세하 대표로 인해 삶의 용기도, 직장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5년 째 이곳에서 캐디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에서 내쫒지 않는 한 안성W서 평생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계란 프라이 하나가 뭐 그리 감동스러울까 싶지만 모든 게 어색한 타향에서의 손 내밀어 줌은 용기와 희망일 것이다. 아주 사소함이지만 캐디 S에게는 큰 울림이 되었던 것이다. 아주 작은 것이 큰 것을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줬다.

프로야구 김진욱 감독이 kt의 사령탑 제의를 받고 수락한 이유는 아주 유명한 일화다. 호텔 커피숍에서 kt 사장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서는 김 감독에게 믹스커피 한 잔을 내민 것이다. 그의 취향인 믹스커피 스타일까지 섬세하게 챙긴 것이다. 이런 분과 함께라면 기꺼이라며 수락을 했다고 한다.

필자도 몇 년 전 해남 파인비치 골프장을 갔다가 아침에 식사하는 것을 보고 점심에 왼손잡이임을 알고 수저를 왼쪽으로 세팅해놔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아니 파인비치 직원의 세심함으로 인해 필자에겐 최고의 명문, 뜨거운 감동이 늘 찰랑거린다.

아무리 맛있는 빵일지라도 가운데부터 먹을 수는 없다. 아주 작지만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고 또 그것을 기억해 주는 사람에게 우리의 마음은 기울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J.F. 카네기는 "조그만 친절이, 한 마디의 사랑의 말이, 저 위의 하늘나라처럼 이 땅을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 준다"고 했다.

라운드 후에 골퍼에게 따듯한 인사 메시지와 좋았던 내용을 락커 모니터로 전달하고 있는 렉스필드 골프장은 그래서 20년째 사랑을 받고 있다. 순천의 모 골프장 캐디는 18홀 라운드하면서 스냅 사진을 찍어 고객에게 감동 앨범을 선물하자 '아름다운 캐디'라며 제보 한 적도 있다. 얼마 전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면서 서툴지만 직접 드립 한 커피를 내밀던 캐디의 마음에 뭉클함이 느껴졌다.

골프장 오너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작고한 전 오크밸리 이인희 고문은 직원들의 기념일을 일일이 기억하기로 유명하다. 이 고문은 골프장서 근무하는 김정일 부장(그 당시)을 불러 "생일 축하 한다"며 자신이 쓰고 있던 만년필 듀퐁을 선물했고, 김 부장은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서원밸리 최등규 회장도 라운드 하면서 일하는 코스 일용 직원들에게 물을 건네고 막걸리 드시라며 따듯함을 전하기도 한다.

센추리21 박재준 회장 역시 봄이면 두릅을 따고, 고구마와 감자를 심어 주변에 나눔을 실천한다. 작고하신 골드.코리아 이동준 회장은 인사 잘하는 골프장 입구 경비원을 총무과에 채용하고, 10년 넘게 성실하게 근무한 운전기사의 보직을 골프장 경기과로 채용하는 등 사소함까지 챙기곤 했다. 또한 미국 백화점의 선구자로 불렸던 워너 메이커는 손님에게 욕을 해 투서가 날아온 한 직원에게 "자네 어머니가 아프시다고 들었는데, 그 때문에 자네가 실수를 했나 보네"라며 돈과 휴가를 보내 평생 반성하며 근무했다고 한다.

이렇듯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오너가 기억해주는 힘은 배가된다. 칭찬과 관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나를 기억해주고 나아가 칭찬까지 해준다면 그를 어떻게 배신하겠는가. 부부사이에도 결혼기념일을 챙기면 기쁨이지만, 처음 만났을 때 그 순수한 마음과 그때의 말을 기억해주면 감동이 되는 것이다. 시골뜨기 오드리 헵번이 영화 '로마의 휴일'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면접 후에 나가면서 주운 휴지를 지켜본 감독의 디테일 덕분이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길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상대의 사소함까지 기억할 수 있는 내가 되자. 그 사람의 취향을 알고 내민 믹스커피 한 잔과, 따듯한 정 듬뿍 담아 얹어준 계란 프라이 하나는 삶의 강력한 힘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우린 살면서 기억해야 한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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