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로서의 스캇 보라스의 '명과 암'을 보며 제리 맥과이어와 대조

제리 맥과이어(사진 우측, 톰 크루즈 분)는 단 하나 뿐인 고객 로드 티드웰(사진 좌측, 쿠바 구딩 주니어 분)과 일거수 일투족을 같이 한다. 이러한 영화 속 낭만을 야구판에서 볼 수 있을까? 사진=영화 제리 맥과이어 스틸컷
제리 맥과이어(사진 우측, 톰 크루즈 분)는 단 하나 뿐인 고객 로드 티드웰(사진 좌측, 쿠바 구딩 주니어 분)과 일거수 일투족을 같이 한다. 이러한 영화 속 낭만을 야구판에서 볼 수 있을까? 사진=영화 제리 맥과이어 스틸컷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의 이야기처럼 오프시즌은 ‘단장의 시간’이다. 바로 이 단장의 시간을 통하여 팀의 전체적인 전력을 완성하게 된다.

한, 미, 일의 단장들은 그래서 동분서주하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국가를 가리지 않고 비행기를 타거나, 장거리 운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원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 선수 계약시에 반드시 맞이해야 하는 에이전트가 그러하다. 이제 국내에서도 에이전트의 시대가 열린 만큼, 수십 억 이상의 거액으로 계약하는 선수들에게는 A급 에이전트들이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슈퍼 에이전트라 불리는 ‘스캇 보라스’가 어지간한 국내 팬들도 알고 있는 만큼, 스토브리그에서는 오히려 선수보다 더 많이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한다.

구단주 입장에서 보라스는 ‘악마’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구단에서는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두는 선수와는 계약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과는 별개로 선수 입장에서는 본인의 몸값을 극대화 해 주는 이를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특히, 생애 첫 FA를 맞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거액의 다년 계약을 통하여 고용 안정성과 부를 동시에 축적하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 보일 만하다.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화 될 때마다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스크린에 보여 준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 르네 젤워거 주연)’가 그러하다. 영화 속에서 맥과이어는 에이전트 역할 이상으로 선수 한 명에게 정성을 다 하는 모습을 보인다. 맥과이어의 고객은 단 한 명 뿐다. 그러나 그가 슈퍼볼에서 결정적인 터치다운에 성공하면서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와 인터뷰를 마다하고 에이전트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우리가 해 냈다.’라며 기뻐한다. 아마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다만, 이러한 장면은 1990년대 감성으로 넘길 수 있다는 사실이 세삼 씁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토론토 입단 당시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왼쪽)와 류현진 | 사진=토론토 구단 홍보팀 제공
토론토 입단 당시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왼쪽)와 류현진 | 사진=토론토 구단 홍보팀 제공

필자가 영화 ‘제리 맥과이어’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스캇 보라스를 언급한 이유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에이전트와 선수 사이는 비즈니스만 남게 될 수밖에 없으며, 그것 또한 지극히 미국답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계약서에 의하여 진행되는 비즈니스는 그 계약 관계가 끝나면 그대로 헤어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어떠한 미련도 가질 이유도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는 셈이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는 A급 선수가 적었던 시절의 옛날 이야기로 남게 될 수 있다.

특히, 스캇 보라스는 첫 FA 자격을 얻은 특급 선수, 대형 계약이 가능할 수 있는 선수, 그리고 포스팅을 통하여 거액의 계약을 노릴 수 있는 선수들의 계약 규모를 기대 이상으로 극대화 시키는 데 상당히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렇게 선수 몸값을 높여야 본인의 에이전트 수수료도 같이 오르기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특급 슈퍼 스타들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는 노장 선수들에게는 눈길을 덜 줄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박찬호가 2007년 오프시즌에서 보라스를 해고하고 새 에이전트로 제프 보리스를 선임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류현진이 1~2년 정도 메이저리그에서 더 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왔던 이유도 보라스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계약을 통하여 메이저리그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다른 선수들의 존재를 어루만질 수 있는 에이전트의 존재 또한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더 이상 보라스의 벼랑 끝 전술이 옛날 방식’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심상치 않다.

비즈니스 관계로 대변되는 선수와 에이전트 사이에 낭만을 기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철 지난 옛날식 발상일 수 있다. 혹자는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라는 비판을 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제리 맥과이어의 한 장면처럼 선수가 에이전트를 향하여 “제리 맥과이어! 나의 에이전트! 너는 나의 콴(영웅임을 표현함과 동시에 사랑과 존경을 드러내는 단어)이야!‘라며 진심 어린 포옹을 해 주는 장면이 그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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