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폴란드 투창 국가대표 마리아 안드레이칙, 안드레이칙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사진= 폴란드 투창 국가대표 마리아 안드레이칙, 안드레이칙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스타 선수들의 땀과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스포츠 용품은 경매장에 자주 올라가는 단골이다.

선수들이 착용했던 유니폼이나 관중석으로 날아간 공, 선수들의 사인이 새겨진 소장품 등이 시간이 지나며 가치가 상승하고 가격이 비약적으로 뛰며 경매장에 '억' 소리나는 가격을 달고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해당 선수의 팬들이나 희귀 애장품을 모으는 수집가들은 거액을 들여서라도 경매장에 올라온 물건을 구하려 애를 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니폼이나 트로피, 실축 공이나 사인이 새겨진 공 등의 일반적인 애장품 외에도 기상천외한 물건들이 가끔 경매에 올라와 감동을 주기도 하고, 반면에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기도 한다. 

이 중 특별한 사연을 담은 물건 하나가 최근 경매에 올라와 전 세계에 감동적인 울림을 전했다. 

사진= 폴란드 투창 국가대표 마리아 안드레이칙, 안드레이칙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사진= 폴란드 투창 국가대표 마리아 안드레이칙, 안드레이칙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지난 달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창 던지기 선수 마리아 안드레이칙(25, 폴란드)은 자신이 올림픽에서 획득한 은메달을 경매에 내놓았다. 마리아 안드레이칙은 지난 달 6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해당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난생 처음 따는 올림픽 메달이었다. 

그러나 안드레이칙에게 있어서 메달보다 값진 것이 있었다. 생면부지의 생후 8개월령 아기가 선천적 심장병으로 죽어간다는 소식을 들은 안드레이칙은 망설임없이 메달을 경매에 내놓았다. 메달은 폴란드의 슈퍼마켓 체인점인 '자브카' 가 20만 즈워티(한화 약 6천만원)에 구입했다. 

그는 메달을 판매한 돈을 전부 아기에게 기부하며 "(은메달은) 옷장에서 먼지에 덮이는 대신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게 내가 아픈 아이를 돕기 위해 경매에 내놓은 이유다" 라고 밝혔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자브카 측은 지난 달 23일, 다시 안드레이칙에게 메달을 돌려주며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감동으로 울렸다. 

이처럼 훈훈한 사연을 담은 소장품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이런게 팔린다고?' 싶을 정도로 당혹스러운 물건들도 상상초월의 가격을 달고 경매에 올라온다. 

사진= FC바르셀로나를 떠나며 눈물짓는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 
사진= FC바르셀로나를 떠나며 눈물짓는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 

지난 달 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린 고별 기자회견에서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는 무려 21년이나 몸 담았던 구단 FC바르셀로나를 떠나는 심정을 밝히며 눈물을 보였다. 메시는 이 날 기자회견에서 "구단이 결별을 통보했을 때 마치 큰 통에 담긴 차가운 물이 한꺼번에 내게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며 고통스러운 심정을 드러냈다.

바로 이 때 메시가 눈물과 콧물을 닦은 휴지가 경매에 올라가 화제가 되었다. 맨 앞줄에 앉아있던 남자가 메시가 버리고 간 휴지를 극적으로 주워 경매에 올린 것이다. 

지난 달 17일, 아르헨티나에 본사를 둔 남미 전자상거래 마켓플레이스 메르카도 리브레는 "리오넬 메시가 바르셀로나 고별 기자회견에서 눈물과 콧물을 닦은 휴지가 최근 100만 달러 (한화 약 11억)에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고 밝혔다. 

해당 물품을 경매에 올린 판매자는 "여기 메시의 콧물로 DNA를 채취하면 메시를 복제할 수 있다" 고 황당한 주장을 펼치며 판매를 시도했다. 이후 문제의 휴지를 판매하는 글은 사이트에서 내려갔다.

누군가 코 푼 휴지를 정말 100만 달러에 구매했는지, 아니면 판매자가 판매를 체념하고 거래를 중지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심지어 해당 상품은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아르헨티나 기업인 밀롱가 커스텀스가 '메시의 콧물 휴지' 라는 패러디 상품으로 출시했다. 

사진= 지난 2016년 승부차기 공을 실축한 이후 망연자실한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
사진= 지난 2016년 승부차기 공을 실축한 이후 망연자실한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

메시의 몸이 닿은 물건이 경매에 올라간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6월,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의 승부차기에서 아르헨티나의 첫 번째 키커로 나온 메시가 찬 공이 관중석으로 날아가버렸다. 해당 실축으로 아르헨티나는 칠레에게 우승을 넘겨주고 말았다. 

이 때 관중석으로 날아간 메시의 공을 페드로 바스케스라는 사람이 주웠다. 해당 공에 대한 경매 문의가 즉시 쏟아졌고, 최고 제시액은 2만 7000유로(한화 약 3천 700만원)로 밝혀졌다. 

사진= 맨유 명장 감독으로 불리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씹던 껌,  영국 일간지 메트로 캡쳐 
사진= 맨유 명장 감독으로 불리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씹던 껌,  영국 일간지 메트로 캡쳐 

이에 더해 급기야 '씹던 껌' 까지 경매에 올라왔다. 지난 2013년 5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은퇴 전 마지막 경기인 웨스트브로미치전에서 씹다 버린 껌이 바로 경매의 주인공이다. 

퍼거슨 전 감독이 씹던 껌은 한 맨유 팬이 주워 간직했다가 지난 2019년 3월,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 에 올렸고, 심지어 팔리기까지 했는데 그 가격마저도 상상을 초월했다. 무려 39만 파운드(한화 약 6억 2천만원)에 팔린 것이다.

심지어 그 껌을 정말로 퍼거슨 전 감독이 씹었는지조차 불투명하지만,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값을 부르며 '명장이 씹던 껌' 을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였다. 껌을 판 수익금 전액은 장애 어린이 선수들을 지원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재단으로 귀속되었다. 

이처럼 어떤 물건이든, 심지어 씹다 뱉은 껌이라고 해도 스타급 선수, 스타급 감독의 '숨결' 이 스치기만 하면 경매장에서는 보석보다 비싼 가격으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메시 콧물 휴지' 사건처럼 스타선수가 상징하는 근본적인 가치를 무시한 채, 유명세가 주는 눈 먼 가치에만 매달리는 현상도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어 한편으로는 씁쓸한 이면을 시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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