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성춘ⓒMHN스포츠 정혜민PD

[MHN스포츠 권성준 기자] 프로토스를 상징하는 단어는 '한 방'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프로토스가 한 방으로 경기를 뒤집은 게임들은 아직도 수많은 팬들에게 명경기로 회자된다.

송병구, 허영무, 도재욱, 장윤철 등 한 방을 추구하는 프로토스는 정파 프로토스라고 분류된다.

한 방 중심의 정파 프로토스도 처음 시작한 사람이 있다. 이젠 스타크래프트 1 해설로 더 유명한 임성춘이 정파 프로토스의 시초라고 평가받는다.

초창기 짧았지만 화려했던 전성기를 가졌기에 '잊혀진 프로토스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임성춘 해설. 임성춘 해설을 만나 과거의 영광을 되돌아보았다.

사진=임성춘ⓒMHN스포츠 정혜민PD

- 최근 근황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아프리카 TV'에서 ASL (스타크래프트 1), ATS (TFT 롤토체스) 게임을 중계하고 있습니다.

- 상당히 초창기에 프로게이머를 시작하셨습니다.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없던 시절부터 한 건데 프로게이머를 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저는 거의 유치원 다닐 때부터 게임을 좀 좋아했었어요.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 다 게임을 되게 많이 했어요. 컴퓨터도 되게 일찍부터 배워서 게임을 했고요. 그러다가 98년도에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나왔을 때 PC방을 다니게 됐어요.

당시엔 제가 DJ를 하고 있었어요. 근데 그때는 밤늦게 일이 끝나면 택시 타고 집에 돌아가기가 부담스러우니까 새벽에 피시방에서 스타를 시작했었어요. 하다 보니까 재미를 떠나서 잘하게 되니까 대회를 나가보게 됐어요.

- 임성춘 해설 별명으로 '잊혀진 프로토스의 왕'이 있습니다. 당시 프로토스 중 최고였고 남들과 다른 뛰어난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럴 수 있었던 자신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하나에 빠지면 노력을 되게 많이 하는 타입 같아요. 보통 사람 이상으로 하는 편입니다. 노력이 되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제가 진짜 미친 듯이 하는 타입이에요.

- 현역 시절 노력을 되게 많이 하셨나요?

근데 실력이 줄어들게 됐던 것은 그 노력이 조금씩 줄어들게 되면서 줄어들었던 것 같아요.

- 임성춘 해설 현역 시절에 대해 떠도는 말을 들어보면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들 합니다. 그게 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스타크래프트) 초기랑 성적을 많이 냈던 때는 엄청 노력파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좀 복잡했어요.

현재처럼 게임단들이 대우를 잘해주거나 하던 시절이 아니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쓸데없는 고민이 되게 많았어요. 그 당시에 여기저기 계약을 할 때도 계약 조건도 별로 좋지 않다 보니 의욕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또 나이는 그 당시 활동하던 사람 중에 제일 많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막 시간에 쫓기는 그런 기분도 들고 자리를 잘... 그러니까 게임 같은 경우에도 당시에 항상 나왔던 말이 "이게 얼마나 가겠냐?" 그랬어요. 그런 소리 때문에 이것저것 복잡한 상황에서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 보니까 허송세월을 보내게 되었어요.

사진=임성춘ⓒMHN스포츠 정혜민PD
사진=임성춘ⓒMHN스포츠 정혜민PD

- 임성춘 해설의 플레이 스타일은 '한 방'을 추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한 방' 스타일을 추구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당시 대부분의 게임들은 힘이 중요했던 시절이었어요. 전략 같은 경우에도 이후에 발전이 된 거지 제가 한창 잘 할 때에는 전략 같은 부분이 그렇게까지 많이 중요하지 않았어요. (전략의) 개수도 적고 많이 잘 생산한다던가 초반에 유리하게 만들어 놓은 상황을 계속 굴려가던가 해서 힘으로 싸우던 시대였어요.

- 그런 시대에서 자연스럽게 추구하게 되었나요?

그렇죠. 게다가 저는 복잡한 전투를 즐겨 하기보다는 정교한 타입이에요. 제가 손이 엄청 빠른 편도 아니었어요. 저는 전투를 정교하게 하는 데에 신경을 되게 많이 썼어요.

- 또 임성춘 해설 플레이 스타일 중에 초반에 도박적인 플레이를 절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스타일을 추구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그런 도박성 플레이를 안 좋아했어요. 졌을 때 그 허무함이라고 해야 되나... 일반적인 플레이를 했을 때는 지더라도 상대가 잘했거나 내가 살짝 실수를 했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도박성 플레이를 하게 되면 졌을 때 후회가 엄청 남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안 좋아했어요.

- 현역 시절 플레이했던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요?

가장 사람들이 많이 얘기했던 경기를 떠올려 보자면 예전에 변성철과 했던 게임이 기억나요. 그때 저그가 사우론 저그라고 엄청 많은 확장 멀티를 가져가는 전략이 유행이었어요. 그런 상태의 저그를 제가 앞마당만 먹고 자원이 거의 다 떨어졌을 때쯤 힘으로 이겼으니까요.

사진=OGN 제공 / 현역 시절 임성춘 해설
사진=OGN 제공 / 현역 시절 임성춘 해설

- 지금 말씀하신 변성철과의 경기가 2000년 Game-Q 월드 챔피언십 위너스 8강 경기입니다. 공식적으로 '한 방 러시'가 탄생한 경기라는 평가를 받는데 '한 방 러시'는 기존에 준비가 되어 있었던 전략이었나요?

어려운 상태였었죠. 기본적으로 앞마당을 가져간 상태에서 어떻게든 하나, 뭐 트리플... 하나의 확장을 더 가져가고 장기전을 하는 편인데 완전히 갇혔었어요. 제가 나가기 싫어서 안 나간 게 아니었어요. 갇힌 상태, '와 이건 진짜 큰일 났다.' 싶은 상황에서 정교한 싸움으로 이긴 거죠.

- 자연스럽게 상황이 만들어진 건가요?

그렇죠. 되게 위기 상황이었어요. 위기 상황에서 그걸 또 극복해 나가니까 보시는 분들이 좋아했던 거겠죠.

- 또 다른 명경기로 2001년 한빛 소프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 D조 김갑용과의 경기가 있습니다. 지금의 프로토스와 저그전과 유사한 전투 방식으로 경기를 했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전투 방식을 고안했었나요?

한빛 소프트배 하고 코카콜라배 시절에는 제가 성적이 잘 내기 힘든 때였어요. 그때가 맵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어요. 프로토스는 도저히 살 수가 없었던 시절이었어요. 전략이 필요해지기 시작했어요. 워낙 컨셉맵들이 많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그러니까 '로스트 템플' 같은 맵에서 제가 많이 했었던 플레이를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때가 또 마침 임요환 선수가 전략이라는 개념을 여기저기 보여주기 시작한 시기여서 많은 사람들이 힘보다는 전략 쪽에 빠져있던 때였거든요. 프로토스가 당시 맵에서는 전략으로 어떻게 해보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맵에 맞는 전략들을 만들어내서 나갔던 거였죠. 둘 다 아마 제가 8강까지 진출했을 거예요. 그리고 그다음 시즌부터 전략들이 활성화가 되고 프로토스들이 할만한 맵들이 나오면서 프로토스 우승자들도 나왔던 거였죠.

제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한빛 소프트배하고 코카콜라배 두 개 중 하나에서 16강, 8강을 하는데 똑같은 맵을 5번을 했어요. '네오 블레이즈'(한빛 소프트배 사용)라는 맵인데 저는 그 맵을 역대 최악의 맵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역대 최악의 맵을 5번을 했으니 좀 쉽지 않았죠. 저는 그때 8강 갔던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 임성춘 해설의 중앙 힘 싸움 스타일이 정파 프로토스라는 프로토스의 상징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됐습니다. 과거에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이 프로토스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나요?

그런 생각까지는 안 했고요 그냥 당시에는 전략이 얼마 없었는데 그 틀안에서 저는 저만의 운영을 깨달은 거죠.

성적이 잘 나왔을 때 시작은 비슷하지만 더 정교한 싸움을 할 수 있고 하이 템플러 컨트롤이나 질럿과 드라군이 왔다 갔다 해주는 플레이가 제가 우승 기록 여러 번 냈을 때에는 저만큼 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 당시에는 그게 정답이었기 때문에 그 스타일을 오래 가져갔죠. 오래 가져가다 보니까 좀 뒤처지는 그런 것도 느꼈어요.

사진=임성춘ⓒMHN스포츠 정혜민PD
사진=임성춘ⓒMHN스포츠 정혜민PD

- 프로게이머 시절 이뤄보지 못해 가장 아쉬웠던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온게임넷'이나 'MBC 게임'에서 하는 대회들을 우승을 못 해본 것이 있습니다. 그런 대회들이 커지는 시기가 제가 힘이 빠질 때쯤이었어요.

(온게임넷 스타리그와 MSL이 양대리그로 자리 잡은 이후 다른 대회들은 공식 우승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함)

- 이제는 프로게이머로 기억하기보다는 게임 해설 위원으로 떠올리는 팬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 정도로 오랜 기간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시는데 꾸준한 활약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다시 '아프리카 TV'에서 이 일(해설)을 많이 하게 된 건 몇 년 안 됐고요 이전에 'MBC 게임' 문 닫고 나서는 꽤 방황을 많이 했죠. 'MBC 게임'도 없어지고 스타리그도 없어지고 했을 때 저는 진작에 LOL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어요.

북미 때부터 해서 꽤 (점수가) 높았어요. 제가 시즌 2에서 2000점을 일찍 넘기고 나서 '아 할거 다 했다.'해서 개인 방송도 좀 하고 이것저것 게임에 대해서 많이 준비를 했는데 제가 관련된 일을 하진 못했어요. 그러다 갑작스럽게 스타크래프트 2 감독을 잠깐 하다가 다시 또 이렇게 스타크래프트 1을 하게 된 거죠. 몇 년간 좀 힘들었어요.

- 지금도 수많은 스타 팬들이 사랑하는 것으로 '성춘쇼'가 있습니다. (MBC 게임 프로그램 '성춘쇼'가 아닌 해설 중 나누는 만담을 뜻하는 별칭) '성춘쇼'에 대해서는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한 마디로 재미있고 대화하는, 만담하는 시간이잖아요. 방송 끝나고 나서 보통 많이 하는데... 저는 처음에 2003년도에 'MBC 게임'에서 마이너 리그, MSL 바로 밑에 있는 하부 리그에서 중계를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저는 위트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당시와는 좀 안 맞았었죠. 일반적인 정식 중계를 많이 했고 농담 같은 것은 잘 안 했죠.

제가 처음부터 그런 식(농담을 하는 방식)으로 많이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우려가 좀 많았어요. 왜냐하면 이런 사람 없었으니까. 그런데 요즘 같은 중계 분위기를 보면 여기저기서 다 재밌게 하려고 농담도 많이 하고 분위기도 잘 띄우려고 노력을 많이 하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좀 이미지메이킹이 잘 된 거죠. 없었던 스타일의 중계를 했던 사람이 나타난 거니까요. 그런데 그게 지금은 거의 뭐 매뉴얼화된 것처럼 다들 중계를 하다 보니까 저는 잘 했던 것 같아요.

초기에 중계를 너무 평범한 스타일로 했으면 제가 오래 못 갔을 것 같아요. 제가 말을 잘하는 타입도 아니고 원래 말주변도 없고 낯도 많이 가리는 내성적인 스타일이거든요.

- 지금도 위트 있는 해설을 추구하시는 건가요?

너무 과하지 않는 선에서 조절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막 재미있는 중계를 떠나서 중계 퀄리티와 같은 디테일을 되게 중요시해요. 예전에는 제가 아무리 해봐야 '그냥 쟤는 웃긴 애' 이런 이미지가 컸어요. 그런 평가가 좀 많았죠.

그래서 요즘은 재미도 재미지만 질적인 부분 신경을 엄청 많이 쓰고 있어요. 스타도 그렇고 TFT도 그렇고 엄청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중계하는 사람 중에서 저만큼 노력하는 사람은 전 못 봤어요.

사진=임성춘ⓒMHN스포츠 정혜민PD
사진=임성춘ⓒMHN스포츠 정혜민PD

- 이번 ASL 시즌 11 결승전이 역대 최다 시청자를 갱신했습니다. 지금 해설로 활동하시는 ASL이 마지막 남은 스타리그인데 ASL의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아프리카 TV'에는 워낙 즐겨보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또 스타크래프트 1 같은 경우에 다른 게임을 하는 BJ들도 관심을 가져요. 유행은 돌고 도는 것 같아요. 다른 게임으로, LOL이 갑자기 유행했다가 배그가 유행했다가 지금은 또 스타크래프트 1이 유행하는 것처럼 이런 식으로 계속 유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게 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하고 보기도 편한 친숙한 게임이니까요. 다대다 싸움보다는 일대일 구도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꽤 많으시니까요. 일대일 구도의 게임이 지금 스타밖에 없는 거잖아요. 좀 오래가지 않을까 싶어요.

- 마지막으로 e스포츠 팬들에게 남길 인사나 하고 싶었던 말 부탁드립니다.

계속 좋아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런 성원이 있기 때문에 제가 계속 해설을 할 수 있는 거고요. 저는 선수 때는 정말 노력을 열심히 하다가 힘이 빠져서 노력이 좀 줄어들었지만, 지금의 저는 언제 은퇴를 할지 모르겠지만 은퇴할 때까지는 죽어라 게임을 보고 게임을 하고 중계 퀄리티 신경을 많이 쓰도록 할 겁니다.

스타 같은 경우에는 티가 안 나잖아요? 아무리 준비하고 해봐야 또 실제 현장에서 중계를 해보면 노력에 대한 티가 안 날 때가 많아요. 대부분이 그래요. 근데 저는 예를 들어서 ASL 중계를 하면서 어느 순간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하면 되나, 어떤 노력을 하면 되나를 깨달았었거든요. 그러면서 유명한 선수들 게임 방송을 3~4년 동안 거의 밥만 먹고 계속 계속 봤어요. 그러니까 죽어라 봤어요. 엄청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겁니다.

TFT 같은 경우도, 제가 오늘은 TFT 중계를 하러 왔으니까... 웬만한 최하위권 선수보다 게임 많이 했고 봤어요. 지금 800게임 정도 했고 500시간 정도를 시청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크게 얘기는 안 했지만 이번 인터뷰를 하는 김에 엄청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게으른 사람이 되지 않겠습니다.

임성춘 해설의 정확하면서도 재밌는 해설은 임성춘 해설의 숨은 노력 속에 있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도 많은 스타 팬들의 사랑을 받는 해설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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