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정민ⓒMHN스포츠 정혜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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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권성준 기자] 김정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해설가 김정민이다.

김정민 해설은 스타크래프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버워치, 배틀 그라운드와 같은 게임뿐 아니라 '도시어부'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최고의 명품 해설로 꼽힌다.

이젠 해설가로 유명한 김정민 해설이지만 과거엔 프로게이머로 빛나던 시절도 존재했었다. 현역 시절 '귀족 테란'이라는 별명을 가진 당대 최고의 테란 중 한 명이었던 김정민 해설.

프로게이머로서 김정민은 어땠을까? 정석 플레이를 정립하여 테란의 기초를 닦았던 김정민 해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사진=김정민ⓒMHN스포츠 정혜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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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스포츠 팬들에게 밝히는 근황

안녕하세요. 지금도 똑같이 e스포츠 해설하고 있고 지금은 오버워치 위주의 중계와 스타크래프트나 LOL,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 김정민 해설의 경우 프로게이머라는 개념을 최초로 만든 1세대 프로게이머 중 한 분인데 어떻게 프로게이머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계가기가 궁금합니다.

(프로게이머를 시작한) 계기가 없어요, 그냥 한 거예요. 왜냐하면 저희 때에는 프로게이머라는 게 사실은 말이 프로게이머지 제가 알기로는 연봉을 받았던 사람이 손에 꼽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이기석 쌈장 형 같은 사람들이 조금 대우를 받은 걸로 알고 있어요.

사실 그때는 프로라는 환경 자체를 생각해 본 것도 아니고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에요. 그냥 자연스럽게 게임을 하면서 랭크를 올리고 PC방 대회를 나가고 좋아하는 걸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프로게이머라고 부르게 되었죠. 그러니까 되어버린 거예요. 원해서도 아니었고 환경에 맞춰서 계속 꾸준히 했어요. 스타가 너무 재밌었으니까.

- 김정민 해설은 현역 시절 임요환 선수하고 당대 테란을 양분한 게이머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었던 자신의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프로게이머를 예전에 해서 아쉬움이 되게 많은 사람이에요. 제가 그렇게 잘했었나 하는 생각도 막 있었어요. 요환이 형이라는 너무 잘하는 사람도 있었고... 저는 (게임) 스타일도 무난한 스타일로 게임을 많이 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대회에서 제가 원래 게임하던 스타일을 많이 못 보여준 사람인 거 같아요.

제가 원래 (게임) 템포도 되게 빠르게 하는 편인데 대회에서는 그런 모습이 두드러지게 못한 편인 거 같아요. 그래서 프로게이머 때를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많아요. 아쉬움이 좀 많습니다.

-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현역 시절 김정민 해설을 두고 '뭘 해도 안되는' 말이 나오는 정석 테란으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스타일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제 이전에도 비슷한 유형들은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누가 정립했다.' 이러는 말은 좀 과한 거 같아요. 저는 압박을 통해서 극한의 이득을 보는 플레이를 정말 많이 했던 사람입니다. 적당하게 덮쳐서 겁주면서 컨트롤 같은 걸로 극한의 이득을 뽑아내던 게임 스타일로 많이 했습니다. 즉 당시 기준으로 보면 효율적인 게임을 한 거죠.

어떻게 보면 내가 투자한 것에 비해서 좀 더 이득을 보는, 싸움 위주의 겁주는 플레이 같은 것들을 정말 많이 즐겼어요. 거기에 운영이라는 것이 들어가게 돼요.

그런데 제가 거기서 조금 알려진 편이었나 봐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정석 테란, 빌드 기초에 힘을 쓴 사람과 같이 너무 기분 좋게 생각해 주셨어요. 제가 겸손한 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옛날이라서 그냥 게임에서 빌드 정립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으니까 요즘도 되게 기분이 좋아요.

- 현역 시절 했던 경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요?

정확한 사항은 아니지만 경기 결승 졌던 것은 거의 다 기억이 남구요(웃음). (팀이) 프로리그에서 져서 슬퍼했던 것은 뭐 딱 하나 이런 것보다도 다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현재는 T1이지만 과거에는 T1이라는 이름이 아니었던 (당시 4U) 최연성, 요환이 형 팀을 상대했던 LG IBM이라는 대회에서 저희가 0:3으로 지고 있었어요. 최연성 선수에게 올킬 당하는 상황이었는데 제가 나와서 2킬을 해서 2:4로 진 적이 있어요.

근데 저는 옛날 게이머잖아요 99년에 데뷔했는데 너무 옛날 게이머다 보니까 그때는 임팩트가 소위 정석 '귀족 테란'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근데 LG IBM 이때에 오랜만에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경기력으로 집중을 많이 받았어요. 최연성이라는 당시 괴물을 이기고 용욱이도 이기고 졌어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자꾸 해주니까요. 지금도 가끔 그때 얘기를 하면 LG IBM 얘기를 많이 해줘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그거 말고도 요환이 형에게 져서 스타리그 결승 탈락했을 때 이런 거도 기억에 남네요.

- 방금 말씀하신 임요환 선수에게 져서 스타리그 결승 탈락한 경기인 2001년 SKY 스타리그 4강에서 엘리전 끝에 한 세트 승리한 게임이 명경기로 남아있습니다. 당시에 어떤 생각을 하셨었는지 궁금하네요.

사진=OGN 유튜브 / 경기 당시 김정민 해설
사진=OGN 유튜브 / 경기 당시 김정민 해설

제가 이겼었나요? 어설프게 기억이 나요. 아마 맵이 인큐버스였을 겁니다. 솔직히 경기 내용이 자세히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제가 그 맵만 한 판 이겼다. 그리고 섬맵에서 너무 아쉽게 져서 그때 당시에는 '아쉬움이 굉장히 컸다.'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솔직히 그때 당시에는 너무 오래전이라... 20년 전이어서 '져서 아쉬웠다.' 정도의 느낌만 있어요. 당시는 4강이 5판 3선승제가 아니었어요. 요즘에는 항상 그렇게 하지만 저희 같은 정말 옛날 세대 프로게이머들은 3판 2선승제여서 너무 아쉬웠어요. 기회도 별로 없었고요.

- 게임 스타일과 관련해서 2002년 SKY 스타리그에서 했었던 장진남 선수와의 경기가 김정민 해설의 조이기 플레이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경기였습니다. 조이기 전략은 어떻게 구상할 수 있었던 전략인가요?

사진=OGN 유튜브 / 경기 당시 김정민 해설의 조이기 전략
사진=OGN 유튜브 / 경기 당시 김정민 해설의 조이기 전략

저는 원래 계속 몇 년간 저그를 조여놓고 극한의 이득을 보는 플레이를 좋아했고 정말 많이 했어요. 제가 메카닉 테란 때문에 드러눕는 이미지가 좀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의외로 그런 편은 아니었어요. 저그전 할 때는 마린, 메딕 컨트롤로 전방 압박을 하는 플레이를 정말 많이 즐겼어요.

조여놓고 상대방을 급하게 만드는 (상대방에게) '너 어떻게 할 거야? 이렇게 숙제 냈는데.'라고 말하는 식의 플레이를 너무 좋아했어요. 지금도 그런 플레이를 제일 좋아해요. 평소에도 가끔씩 스타 할 때 겁주고 상대 입구에서 농성하는 플레이를 하는데 예전부터 좋아해서 연마했었어요.

그 이후에는 저보다 잘하는 게이머 윤열이라던가 지훈이가 더 업그레이드를 시켰다고 생각해요. '기초를 양산했다.'라고만 해도 좋은 거였고 저에게 '리플레이를 보고 배웠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좀 계셔서 그런 부분은 영광입니다.

- 해설 위원 하시면서 정말 많이 들어봤을 질문이지만 김정민 해설이 뽑는 역대 최고의 테란 게이머는 누구인가요?

최고의 테란은 볼 것도 없이 이영호죠.

- 예전 인터뷰 같은 걸 보면 임요환, 이윤열 선수도 많이 꼽으셨는데 지금은 완전히 이영호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저는 이영호, 임요환 이 두 명은 역대 최고의 테란 플레이어라고 생각을 확실하게 합니다. 상징성은 요환이 형이지만... 제가 테란도 게임을 해봤잖아요. 프로 게임을 해본 사람이 보는 이영호의 플레이는 정말 말이 안 돼요. 이걸 해본 사람들은 더 잘 알아요.

보시는 분들보다 조금 더 관점이 깊게 들어가면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게임을 할 수 있지?'라는 말이 나와요. 이젠 빌드가 다 정립이 됐잖아요 근데 거기서도 계속해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그리고 이영호 선수의 특유의 장점은 무난한 스타일이 아니에요. 후반 물량형 선수도 아니에요. 후반 물량도 가장 강한 편이지만 초반 러시부터 해서 그 중간중간이 굉장히 어마어마해요. 그래서 영호가 보여주는 테란의 맛은 지금 생각해도 최고예요. 정말 대단한 게이머에요.

- 수명이 짧았던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중에서 되게 롱 런하신 편인데 롱 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비결은 없는 것 같고 그냥 열심히 살아왔어요. 꾸준히 제가 할 수 있는 걸 했었고 정해진 길에서 그걸 했어요. 해설하자고 했을 때 코칭 스태프 제의를 거절하고 해설하게 됐었는데 후회 남기고 싶지 않고 성적도 좀 있었으니까 정말 해설 잘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전역하고 나서도 몇 차례의 위기도 있었어요. 쉬는 기간이 몇 달씩 길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땐 핑계 최대한 안 대고 하다 보니까 지금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엔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재밌게 일을 다양하게 좀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진=김정민ⓒMHN스포츠 정혜민PD
사진=김정민ⓒMHN스포츠 정혜민PD

- 프로게이머 은퇴하시고 거의 곧바로 해설로 전향하셨는데 그러기로 결정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아니요. 그때 제의들이 많이 오더라고요. MBC 게임도 해설 제의가 왔었고 OGN도 해설 제의가 왔었어요. 그래서 당시 OGN에서 프로리그 해설을 하자고 했고 연봉도 프로게이머 때만큼 챙겨주겠다고 과감하게 제게 제의를 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프로리그는 1티어 리그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이렇게 많은 자유를 준다면 이걸 거절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해설을) 했죠.

- 선수 시절도 롱 런 하셨지만 해설도 현재 진행형으로 롱 런하고 계신데 해설에서도 롱 런할 수 있는 비결은 어떤 것일까요?

저는 최근 들어서는 저의 단점을 잘 아는 것 같아요. 저란 사람의 단점에 대해서 항상 깊게 생각하고요. 그리고 그걸로 몰아세우기보다는 단점을 '어떻게 하면 나의 다른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해요. 지금도 해요.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자기 객관화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중계를 할 때 후회를 남기기 싫어요. 제가 중계를 하다가 후회를 해 봤어요. 중계를 하다가 제가 모자라고 부족해서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고 그랬던 적이 살면서 몇 번이나 있어요.

그런 부분 때문에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고 최근 30대 후반부터 느낀 거지만 그때 중계를 하면서 느꼈던 후회하는 감정을 결코 다시 겪고 싶지 않아요. 그러려면 제가 열심히 준비를 할 수밖에 없고 열심히의 기준이 좀 더 올라가야 하더라고요. 중간중간 나름의 슬럼프가 있었는데 그런 마음으로 하니까 오히려 요즘 마음 상태가 더 좋은 것 같아요.

- 요즘이 전성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전성기는 아니에요. 전성기는 예전에 해설 데뷔했을 때가 일이 제일 많았을 때입니다. 요즘에는 마음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자신 있게 재밌고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10 몇 년 하다 보니까 조금 알겠네요. 아직도 중계하지만 어렵습니다. 지금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 블리자드 게임 위주로 해설을 많이 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했었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1, 2 중계를 했었고 자연스럽게 섭외가 여러 번 왔죠. 예전에도 다른 게임에서 제의가 왔고 다른 게임도 은근히 중계를 했어요.

그래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이고 스타크래프트 1에서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그리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지금은 오버워치도 중계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관점에서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특별히 이유 같은 것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해온 거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게임과 행사를 중계하고 있죠.

사진=김정민ⓒMHN스포츠 정혜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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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에는 프로게이머 지망하는 분들이 많은데 김정민 해설이 생각하는 프로게이머로서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이런 얘기를 너무 많이 해왔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이겠죠. 요즘에는 아무래도 실력과 인성 이 두 가지를 뽑아야 할 것 같아요. 요즘에는 구단이 됐건 어디가 됐건 문제를 일으켜서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인성도 결격 사유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도 역시 가장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실력이 되겠죠. 그러지 않으면 아예 두드러질 가능성이 없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너무 어설픈 실력으로 고집을 오래 부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은 프로게이머 지망생분들에게 걱정을 하는 부분입니다. '게임이 재밌을 것 같아 이거 하고 싶어', '게임이 제일 재밌어' 하지만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 많거든요. 너무 어설픈 각오로는 지양하기를 초지일관으로 바라는 마음이죠.

- 마지막으로 e스포츠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제 기사를 봐주실 거라 생각하니까... 사실 제가 언젠가부터는 인터뷰를 좀 어색해했고 되게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좀 피하는 느낌이었어요.

요즘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어려웠는데 박정석 후배, 동생이 추천해 줘서 좋은 자리를 가졌고요 또 예전 프로게이머들, 스타 했던 사람들... 제가 지금 박태민, 박정석에 이어 세 번째 하는데 너무 좋은 취지인 거 같아서 너무 즐거운 마음으로 인터뷰했어요.

저도 기억이 안 나는 것들을 물어보시는데 '아 맞아 내가 저럴 때가 있었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프로게이머 때가 인생에서 가장 뜨겁고 열정적으로 했던 시기인데 그때를 곱씹을 수 있어서 감사했고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정민 해설이 오랜 기간 동안 프로게이머로서도 해설가로서도 꾸준히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자기 성찰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게이머뿐만 아니라 해설로서도 뛰어난 자기 관리를 보여주는 김정민 해설. 과거에 남들이 보고 배우던 선수에서 이젠 남들이 보고 배우는 해설이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e스포츠 팬들이 사랑하고 찾아주는 '해변킴' 김정민 해설이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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