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이효제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한다ⓒMHN스포츠 DB
LPBA 이효제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한다ⓒMHN스포츠 DB

(MHN스포츠 고양, 권수연 기자) "다음 시즌 제 목표는...8강 두 번 진출하는거요" 고등학생은 커녕 중학생 티조차 아직 벗겨지지 않은 LPBA 최연소 선수가 당차게 말했다. 

2007년생 이효제는 시즌 마지막 정규투어를 정식 선수로서 생애 첫 데뷔 무대로 삼았다.

지난 20일, 고양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9차 투어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PPQ라운드가 모두 막을 내렸다. 

'당구여제' 김가영(하나카드), '캄보디아 특급'이자 현역 남녀부 최다 우승을 기록한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등 대부분의 이름있는 강호들은 상위 시드를 받아 미리 64강에 진출한다. 때문에 256강에 해당하는 PPQ라운드는 랭킹 중하위권과 반란을 꿈꾸는 언더독들의 치열한 전쟁터다. 

LPBA 이효제, PBA
LPBA 이효제, PBA
LPBA 이효제, PBA
LPBA 이효제, PBA

직전 대회(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까지 2005년생 김사랑이 가장 어렸던 LPBA 무대는 이 날 또 한 번 기록을 깼다. 이효제는 현재 남자부 PBA의 막내둥이인 김영원과 동갑내기로,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디뎠다. 

선수풀이 현격하게 적은 여자부 LPBA는 남자부와 다르게 2부 투어, 3부 투어, 큐스쿨 등 하위 리거를 위한 승격제가 따로 없다. 선수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트라이아웃 제도를 거치거나, 와일드카드를 얻어야 한다.

첫 프로 무대를 경험한 이효제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상대는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4강까지 올라 스롱과 대접전을 치른 베테랑 김경자였다. 김경자에게 25-7로 완패했지만, 자라나는 선수인 그에겐 패배도 좋은 양분이다. 

경기 후 MHN스포츠와 만남을 가진 이효제는 "엄청 떨렸다"면서도 "막상 (경기장에) 들어왔을땐 긴장을 좀 덜 했다. 그래도 아직 긴장감이 남았는지 생각을 너무 못하고 친 것 같다"며 아쉬운 미소를 지었다. 

LPBA 이효제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한다ⓒMHN스포츠 DB
LPBA 이효제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한다ⓒMHN스포츠 DB

여성 선수들은 다수가 가족이나 주변인이 당구인으로 영향을 받아, 혹은 당구장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거나 동호인 출신으로 당구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이효제는 당구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큐대를 잡았다. 다만, 정작 주변에 당구계 종사자는 없었다. 큐를 잡은 것도 이제 겨우 1년 가량 됐다. 그러나 학교를 자퇴하고 고향인 전남 목포에서 경기도 수원으로 이사를 왔을 정도로 열정만큼은 치열하다. 

그는 "아빠가 당구를 좋아하셔서 (당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큐를 처음 잡은게 중학교 3학년 때다. 처음에는 당구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당구장에서 게임할때 잘 못 치면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이기면 또 기뻤다. 그런 승부욕을 깨닫자마자 '시합에서 이기면 기분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 선수의 길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현재 그가 가르침을 받는 곳은 동탄에서 강동궁(SK렌터카)과 차명종(인천시체육회)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강차 당구연구소'다. 현재 그 말고도 장가연 등 많은 선수들이 이곳을 배움의 터로 삼고있다. 

롤모델을 묻자 눈을 빛낸 그는 단번에 "장가연(휴온스) 언니"를 꼽았다.

휴온스 장가연ⓒ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휴온스 장가연ⓒ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23-24시즌을 앞두고 '아마추어 2위'로 PBA에 데뷔한 장가연은 데뷔전이자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8강까지 오른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최선영을 상대로 애버리지 1.667을 기록하며 전체 1위로 PQ라운드에 진출했다. 장가연 역시 04년생으로 LPBA에서는 가장 어린 축에 들지만, 이효제에게는 3살 위 언니다. 

이효제는 "(장가연은) 여자부 선수 중에 제가 유일하게 처음 안 선수"라며 "실제로 시합을 봤는데 굉장히 멋있었다. 남자 선수 중에서는 최성원(휴온스) 선수를 좋아한다. 휴온스 팬이기도 하다"라며 들뜬 감정을 순수하게 드러냈다. 이어 "차명종 프로님과 강동궁 프로님도 좋아한다"며 얼른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 갓 선수의 길을 선택한 그가 자신의 강점으로 꼽은 것은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포커페이스'였다.

멘탈 스포츠로 불리는 당구는 테이블 위 심리전이 결정적 승패를 가른다. 패색이 짙어도 이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오히려 상대방을 압박해 거꾸로 기세를 가져올 수도 있다. 

LPBA 이효제, PBA
LPBA 이효제, PBA

물론 새내기 선수인만큼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처음 당구를 배울때는 몇 달 가량 공을 치지 못하고 매일 스트로크만 배웠다"고 말한 이효제는 "아무래도 약점은 급하면 바로 (테이블 위에) 엎드리는 점이다. 시간제한에 자꾸 쫓기느라 빨리 치려고 서두르는데 그런 점을 고쳐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효제의 23-24시즌 도전은 PPQ라운드에서 막을 내렸지만, 기회는 얼마든지 남았다. 24-25시즌에도 정식 트라이아웃이나 우선선수 등록제를 통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다음 시즌 테이블 앞에 돌아올 그에게 목표를 물었다. 그러자 "8강에 최소 두 번 들어가는 것"이라는 또렷한 대답이 돌아왔다. 팀리그 진출은 당연지사 손꼽히는 목표가 됐다.

한편, 시즌 마지막 투어인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은 오는 25일 여자부 결승전이 열린다. 이후 26일부터는 남자부 PBA 경기가 3월 3일까지 개최된다. 

 

사진= MHN스포츠 DB, 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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