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번복 후 동메달 사브르 김정환
'한국 플뢰레 자존심' 전희숙의 고군분투
베테랑들의 헌신과 새로운 세대의 등장

[MHN스포츠 노만영 기자]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두 베테랑 펜싱선수가 서로 다른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8일 17일 간의 대장정을 마친 가운데 이번 올림픽은 한국 펜싱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

한국 펜싱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내며 종합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기록 러시아(금3, 은4, 동1), 프랑스(금2, 은2, 동1)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20도쿄올림픽 사브르 남자 개인전 경기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정환 선수
2020도쿄올림픽 사브르 남자 개인전 경기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정환 선수

▶돌아온 김정환의 '값진 동메달'

 

그러나 쉽지만은 않은 길이었다. 우리 대표팀은 상위 랭커들과 금메달리스트들을 앞세워 개인전 메달 사냥을 예고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신 피스트로 돌아온 김정환(38)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따내 감동을 선사했다.  

김정환은 지난 2012 런던올림픽 사브르 남자 단체전 우승멤버이자 2016 리우올림픽 개인전 동메달리스트다. 두개의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그는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레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은퇴했다. 그러나 동료들의 부름에 결국 도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다시 검을 잡게 된다.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사브르 남자대표팀 선수단. 좌측부터 구본길(32), 오상욱(25), 김정환(38), 김준호(27)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사브르 남자대표팀 선수단. 좌측부터 구본길(32), 오상욱(25), 김정환(38), 김준호(27)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코로나로 대회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정이 연기됨에 따라 정신적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그는 무너지지 않았는 강한 멘털리티를 보여줬고 결국 개인전 동메달에 이어 단체전 금메달로 한국 펜싱선수 최초 올림픽 3연속 메달 획득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아내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김정환 선수. 김정환 선수의 복귀에는 아내의 조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 때문에 파리올림픽 출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내에게 물어보겠다는 재치있는 답변을 했다.
아내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김정환 선수. 김정환 선수의 복귀에는 아내의 조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 때문에 파리올림픽 출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내에게 물어보겠다는 재치있는 답변을 했다.

경기 후 팀 동료 구본길(32) 선수는 2024 파리올림픽에도 김정환 선수를 데리고 나가겠다고 인터뷰했다. 과연 불혹을 바라보고 있는 김정환 선수가 파리에서도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해줄 수 있을지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터뷰를 통해 내년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해보겠다는 의사를 직접 밝혔다. 

 

피스트를 떠나지 못한 채 펜싱칼을 매만져보고 있는 전희숙 선수
피스트를 떠나지 못한 채 펜싱칼을 매만져보고 있는 전희숙 선수

▶'한국 플뢰레의 자존심', 전희숙 은퇴

 

플뢰레 간판스타 전희숙(37)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검을 내려놓는다.

다른 종목과 달리 단체전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한 플뢰레는 여자부 유일한 출전자 전희숙이 고군분투했지만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다. 세계랭킹 10위로 올림픽 출전자격을 얻은 전희숙은 이번 대회에서 부상 투혼까지 불사하며 한국 플뢰레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특히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답게 아시아 최강자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32강에서 일본의 아즈마 리오를 잡은데 이어 16강에서 중국의 첸 칭위안을 격파하며 당당히 8강에 올랐다. 8강에서 전 대회 챔피언이자 세계 1위의 이나 데리글라조바(러시아)를 만나 아쉽게 탈락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팔 통증을 호소하는 전희숙 선수. 플뢰레 종목은 몸통만 유효타면으로 인정되는데, 중국의 첸 칭위안이 비유효타면인 팔을 거듭 찔러 운동복을 뚫고 들어온 펜싱칼에 부상을 당한 상황
팔 통증을 호소하는 전희숙 선수. 플뢰레 종목은 몸통만 유효타면으로 인정되는데, 중국의 첸 칭위안이 비유효타면인 팔을 거듭 찔러 운동복을 뚫고 들어온 펜싱칼에 부상을 당한 상황

전희숙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은퇴의 뜻을 분명히 전했다. 이로써 24년 펜싱인생의 마침표를 찍게됐다. 전희숙은 2009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플뢰레의 위상을 드높였다.

특히 4강전에서 세계 1위 아리아나 에리고(이탈리아)를 제압하며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다. 당시 세계랭킹 4위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정길옥, 남현희, 오하나와 함께 단체전 동메달을 일궈내며 플뢰레 최초 올림픽 단체전 메달 수상의 영광을 함께했다. 이후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인전 2연패를 달성했다.

이로써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대회 은메달리스트 임미경,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금메달리스트 남현희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 20년 간 이어져 내려온 한국 여자 플뢰레의 계보를 완성시켰다.

한편 전희숙이 떠나게 되면 다음 세대인 홍서인(33)과 채송오(32)가 뒤를 이을 예정이다. 두 선수는 지난 2018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남현희, 전희숙과 함께 동메달을 합작한 멤버들이다. 홍서인은 지난 2016-17시즌 당시 세계랭킹 21위에 오른바 있다. 채송오 역시 2017 프랑스 생모르 월드컵 동메달, 2018 국제펜싱연맹 플뢰레 그랑프리 개인전 3위를 기록하며 세계랭킹 22위까지 오른 전력이 있다.

은퇴경기가 된 2020 도쿄올림픽 플뢰레 여자부 개인전 8강경기 직후 아쉬워하는 전희숙 선수 
은퇴경기가 된 2020 도쿄올림픽 플뢰레 여자부 개인전 8강경기 직후 아쉬워하는 전희숙 선수 

지난 2002년 아시아청소년펜싱선수권대회서 태극마크를 달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고등학생 전희숙은 약 20년이 지나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도쿄올림픽 직후 세계랭킹 9위에 랭크된 전희숙이 앞서 김정환의 사례처럼 다시 피스트로 돌아올지 아니면 본인의 의사대로 지도자의 길을 걸을지 좀 더 지켜봐야한다. 어느쪽이 됐든 지금껏 한국 펜싱을 위해 이바지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펜싱 인생에 팬들은 큰 박수를 보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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