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훈련과 프로정신 강조했던 KBO 최초 외국인 감독
"헤이! 로이" 수평적 네트워크, '노피어 야구'로 이어져
미담제조기 로이스터, 사비로 선수들 용돈 준 사연

백만관중을 축하하는 로이스터 감독
백만관중을 축하하는 로이스터 감독

 

[MHN스포츠 노만영 기자] 스승의 날이 되면 롯데팬들은 항상 그를 떠올린다.

지난 2007년 11월 26일, 김해 상동연습장에서 마무리 훈련 중인 선수단 앞으로 흑인 감독이 찾아왔다. 한국야구 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의 등장이었다. 이것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롯데 선수들의 첫 만남이다. 

전 롯데자이언츠 외야수 이인구 선수는 당시 감독님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에 선수단은 바짝 긴장했다고 한다. ‘8888577’ 7년 동안 롯데 자이언츠가 기록한 순위이다.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던 롯데 선수단은 새 감독의 지옥훈련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7년 로이스터 감독과 롯데자이언츠 선수단의 상견례
2007년 로이스터 감독과 롯데자이언츠 선수단의 상견례

 

선수들의 기대(?)와 달리 로이스터 감독은 자율훈련이라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술훈련이 끝나면 오후에는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훈련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당시 한국야구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의 훈련에 구단은 물론 선수들도 당황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내 적응했고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을 스스로 보강하며 전지훈련을 마쳤다.

로이스터 감독은 시즌 개막 후에도 선수들에게 ‘프로의식’을 강조했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에게인사를 하며 프로선수로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부탁했다. 새 감독의 신선한 접근법은 ‘꼴데’를 환골탈태시켰으며, 사직구장은 환호와 함께 오렌지빛으로 물었다. 정규시즌 3위, 선수들은 8년이라는 시간 끝에 드디어 가을야구의 주연이 될 수 있었다.

“헤이! 로이”, 2008년 당시 롯데자이언츠 주장을 맡았던 정수근 선수에 의하면 선수들은 감독을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로이스터 감독은 수평적인 리더쉽을 통해 선수들과 항상 소통했다. 선수단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그들의 상태를 관리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피어 야구’ 역시 이런 수평적인 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선수들은 감독을 의식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며 겁없이 휘두르고, 멈추지 않고 달렸다. 

한편 프로정신을 강조했던 로이스터 감독이지만 선수들에 대한 애정은 항상 진심이었다. 그는 연봉이 적은 어린 선수들을 위해 사비를 써서 항공비나 야구용품을 지원해줬다. 또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말도 안되는 내기를 제안하며 용돈을 챙겨주기도 했다.

프로야구 감독의 팬미팅을 진행할 정도로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받았던 로이스터 전 감독

 

로이스터가 지금까지도 롯데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그때의 야구가 그리운 것도 있겠지만 이처럼 선수들을 진심으로 아낀 참 스승으로서의 면모 때문일 것이다.

[사진=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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