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개봉 32일 만에 천만 관객 돌파
장재현 감독, '검은 사제들' '사바하' 이어 오컬트 장르 방점
"내 감독관은 발전...다음 작품 빨리 하고파"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영화 '파묘'가 마침내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한국 영화 역대 21번째이자, 올해 첫 천만 영화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장재현 감독의 공이 컸다. 오컬트 장르 불모지에서 키워내 성과라 더욱 주목된다.

장 감독은 '인도에서 온 말리', '버스' 등 단편 작품 감독에 이어 '특수본', '광해, 왕이 된 남자' 연출부에 참여하며 영화 경력을 다졌다. 

그리고 2014년 구마의식을 소재로 한 단편 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참신한 소재와 높은 완성도로 호평받으며 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감독상, 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절대악몽 최우수작품상 등 다수 수상했다.

이후 2015년 '검은 사제들'이라는 장편으로 재탄생했다. 장 감독의 오컬트 외길 10년의 본격 시작이었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장르였다. 퇴마, 구마를 소재로 한 작품이 없지는 않았지만, 동양의 무당굿과 달리 서양의 엑소시즘을 제대로 다룬 건 사실상 처음이었다. 게다가 깊이도, 스릴도 있었다.

그 신선한 재미에 관객들은 매료됐고, 54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도 잡았다. 또한 악마에 빙의된 연기를 선보인 신인 박소담은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조연상을 휩쓸었고,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검은 사제들'이 한국 콘텐츠 시장에 가져온 영향력은 꽤 컸다. 흥행 이후 영화 '변신', '사자', 드라마 '프리스트', '손 the guest' 등 구마 소재의 작품들이 연달아 제작되며 오컬트는 대세 장르로 올라섰다.

그러나 장재현 감독은 여기서 답습이 아닌 도전을 택했다. 2019년 선보인 '사바하'는 큰 틀에서는 오컬트였지만, 구마의식에 초점을 맞춘 건 아니었다. 사이비 종교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까웠다.

최종 관객수는 239만명으로 전편보다 부진했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인물과 서사의 관계는 더욱 촘촘해졌고,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오가는 것 역시 유려했다.

이후 무려 5년의 시간이 흘러 선보인 신작이 '파묘'다. 이번에는 풍수지리사와 무당이라는 동양적 소재로 오컬트를 선보였다. 한국을 넘어 일본 귀신까지 가져오며 스케일을 키웠다. 또한 화끈한 소재뿐 아니라 기존의 정형화된 서사 구조를 파괴하는 시도를 감행했다. 역시나 답습보단 도전이었다. 이는 장 감독이 가진 감독관 때문.

그는 영화 개봉에 앞서 가졌던 인터뷰에서 "'검은 사제들' 때는 캐릭터만 있고 이야기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바하'는 이야기가 너무 무겁다고 했다. 제 감독관은 발전이다. 위험하지만 같은 걸 또 하고 싶지는 않다. 늘 발전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개봉 32일째인 지난 24일 누적 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오컬트 영화 최초의 기록이자, 장재현 감독 개인도 최초의 타이틀이었다.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도 흥행하고 있다.

'파묘'의 성공은 단순히 상업영화 한 편의 흥행 그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도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의 장르 확장. 장 감독의 10년 노력의 결과물은 '파묘'의 천만 관객 달성으로 방점을 찍었다. 비주류였던 오컬트 장르를 주류로 만들고, 심지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긴 시간에 걸쳐 몸소 보여줬다. 

OTT 플랫폼 성장 이후 맞이한 극장가의 침체, 신선한 스토리의 부재 등 영화산업이 직면한 문제에도 장 감독의 도전 정신과 성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 감독의 차기작이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뭐가 됐든 분명한 건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오리라는 것. 그리고 그 기조는 오컬트 미스터리에 걸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 감독은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제 영화들이 사실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고, 희망이 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차기작에 대해 "전 공포영화 DNA가 많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밝지도 않다. 차기작은 여러 가지 소재 생각하고 있는데, 일단 '파묘'를 빨리 보내야 할 것 같다"라며 "영화 만들면서 이것보다 더 못 만들겠다 싶으면 부담이 생길 텐데 이번 영화 찍으면서 많이 배웠다. 다음 작품도 빨리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라고 전해 기대를 높였다.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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