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국내 인기 4대 프로 스포츠 중 유일하게 2군 제도가 없어
-대부분의 프로 생활을 웜업존에서만 보낸 선수가 존재하는 현실
-KOVO “2군 제도, 구단들이 인지하고 공감해…다만 도입까지는 시기상조”
-그럼에도 배구 ‘2군제도’ 필요한 이유

위 사진 포함, 이하 사진들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MHN스포츠 DB
위 사진 포함, 이하 사진들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MHN스포츠 DB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내 청춘, 나의 배구는 웜업존에서 끝났어요”

겨울 스포츠의 대목으로 자리 잡은 배구,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프로 배구 V-리그는 지난 2005년 출범하여 올해 18주년째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 해 데이터 분석회사 TLOG가 조사한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 구단 ‘TOP 10’에서 여자 배구단 흥국생명 핑크 스파이더스가 4위를, 남자배구 삼성 블루팡스가 10위에 오르는 등,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프로 스포츠 리그로 거듭났다.

다만 현재 배구는 4대 국내 인기 프로 리그(배구, 야구, 축구, 농구)에서 유일하게 2군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리그이기도 하다.

2군 제도는 1군 선수들 즉, 구단의 주축 선수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선수들이 자리하는 곳으로서, 프로에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 선수와 부상 선수 등이 1군 도약을 위해 준비하는 일종의 육성 시스템이 담겨있다.

국내 프로 배구의 2군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언급이 됐다. 특히 2군 제도 도입을 통해 내부 육성을 다지고, 경쟁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존재했다.

이에 KOVO 역시 몇 년 전부터 2부 리그 방식으로 운영 논의를 실무 위원회에서 다루었고, 세부적인 운영계획까지 논의가 되면서, 프로 배구의 저변 확대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다만 당시 각 구단의 반응은 온도 차가 분명했다. 일부 구단이 운영 상황상 참여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2군 제도 도입이 멀어지게 됐다.

결국 2군 제도는 도입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아쉬움은 현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다가오게 된 것이 슬픈 현실이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MHN스포츠 DB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MHN스포츠 DB

프로 배구선수로 활동하다 은퇴를 한 A 선수는 지난 28일 본 기자를 통해 “소속 팀 뎁스가 좋다 보니, 대부분의시간을 웜업 존에서 보냈던 것 같다"라며 "물론, 내 실력 역시 훌륭하지 않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다 보니 왜 내가 배구를 했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이에 배구가 나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아쉽지만 은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졸업 이후 프로에 입단하여 처음부터 월등한 실력을 보이는 선수는 드물다. 

아마추어 배구에서 프로 지명을 받았다고 해도, 선수들은 너무나도 어리다. 그렇기 때문에 말 그대로 유망한 선수 ‘유망주’로 불리고 있으며, 주전급 선수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전급 선수가 아닌 선수들은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 탓에 웜업 존에만 머물게 되고, 심하게는 어릴 적부터 하던 배구를 쉽게 그만두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군 제도는 이러한 선수들을 키워 낼 수 있는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즌 중 부상을 당한 선수가 재활을 거쳐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실전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KOVO 로고
KOVO 로고

이에 같은 날 KOVO 관계자는 MHN스포츠와 전화 통화에서 “2군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구단들이 인지하고 공감 하고있다. 내부에서도 2군 도입을 위해 논의 중이다"라고 통감했다.

그러면서도 "도입을 위해서는 세부 사항 등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 다만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여러 단계를 거쳐 구축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KOVO 규정상 남자부 선수 엔트리는 21명, 여자부 18명으로 정해져 있다. 현재도 선수가 충분하지 않기에, 구단들이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2군 제도를 도입한다면, 기존 1군 선수의 뎁스가 약해질 수 있으며, 선수 수급난에 오히려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또 프로 배구의 경우, 구단 운영비가 야구와 축구 등 타 종목에 비해 적은 편이기에 2군 운영까지의 비용 문제가 구단의 운영을 발목 잡고 있다.

그럼에도 프로 배구에서 2군 제도는 꼭 필요하다. 선수 육성은 구단의 경기력 향상을 넘어 마케팅 효과까지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이어주기 때문이다.

KOVO 역시 “여건이 안 된다면 비시즌 기간에 2군 리그 격의 대회를 구상 중이다"라고 밝히며 프로 배구 발전에 앞으로도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MHN스포츠 DB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MHN스포츠 DB

프로 배구는 남자 여자부 나눌 것 없이 새로운 팬들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이러한 프로 배구가 앞으로도 계속 팬들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결국 코트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이 행복해야 한다. 배구 코트는 지금 당장의 A급 선수들만이 뛸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비록 현재 B급, C급 선수로 분리되는 선수일지언정, 꾸준히 피와 눈물이 섞인 노력을 통해 우뚝 설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 배구에서 2군 제도는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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