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컬링연맹 김용빈 전 회장ⓒ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대한컬링연맹 김용빈 전 회장ⓒ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컬링의 국민적 부흥을 다시금 일으키겠다"

대한컬링연맹은 3일, 김용빈 회장(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의 자진사퇴 소식을 전했다. 김 회장은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현 회사의 경영에만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대한컬링연맹 회장직, 대한체육회 이사직 사임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대한컬링연맹의 회장 임기는 4년으로, 절반도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1월 제9대 대한컬링연맹 회장으로 당선됐다. 그가 신임회장에 올라서던 당시에도 컬링연맹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선거 이후 이의제기, 무효, 소송전, 직무대행 사퇴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 끝에 김용빈 전 회장이 선임됐다. 김 전 회장은 취임 당시 컬링계 부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내세웠다.

김 전 회장은 컬링을 넘어 골프, 농구까지 손을 뻗었다. 축구, 배구단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2021년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 대회를 열었고 지난 해에는 프로농구단을 인수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끊이지 않는 잡음이 있었다. 지난 해 9월 9일 인천에서 개막할 예정이었던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 대회가 취소되며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지난 해 9월 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골프대회 취소는 골프장의 준비 미흡, 임대료와 예치금 사전 입금, 대회기간 일반 고객 입장 허용 때문"이라고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대회측에서는 "계약금과 임대료 넣는 날짜를 계속 어기고 말로만 '보내준다'고 했다"며 "(김 전 회장 측이) 자금난에 빠진 것 같다"고 반박했다.

[사진='엘크루' 대우해양조선건설 김용빈 회장, 2021 엘크루 셀러브리티 우승자 유해란]
[사진='엘크루' 대우해양조선건설 김용빈 회장, 2021 엘크루 셀러브리티 우승자 유해란]
대우조선해양건설 노동조합이 김용빈 회장과 경영진 규탄 집회를 벌이고 있다, 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조선해양건설 노동조합이 김용빈 회장과 경영진 규탄 집회를 벌이고 있다, 전국건설기업노조 

같은 날 김 전 회장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조선해양건설지부(이하 노조)가 서울 중구 소재 대우조선해양건설 본사 앞에서 한국테크놀로지와의 합병 추진과 더불어 임금체불과 협력업체 미지급금 문제와 관련해 경영진 규탄 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노조는 성명문을 통해 "지난 7월 21일,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사는 임금, 단체협약 체결과 함께 두 회사 합병 추진에 대해 동의한다는 것에 합의했다"며 "임직원 모두는 이 합병이 기업으로서의 유지 가능성을 상실한 한국테크놀로지 정상화에 있음을 알고있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합병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건설 정상화에 쓰여야 할 자금이 유출되는 등 대주주의 전횡을 용인하는 합병이 이뤄진다면 노사간 합의정신 위반", "현재 직원들은 개인 카드로 식사를 해결하고 숙소 임차료도 미지급됐다, 경영진의 자금조달 노력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 해 7월 김 전 회장은 여자프로배구단과 프로축구 K리그2에도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노조 측은 "급여가 밀리는 상황인데 과도한 스포츠 마케팅으로 자기 홍보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꼬집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건설과 스포츠단 운영 법인인 데이원스포츠는 지분 관계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데이원스포츠의 모기업인 데이원자산운용은 김 전 회장이 2021년 인수한 회사다. 

고양 캐롯 점퍼스, KBL 제공
고양 캐롯 점퍼스, KBL 제공

김 전 회장의 해명과는 다르게 구단 자금 운용력에 대한 의혹은 계속해서 쏟아져나왔다. 지난 해 10월에는 김 전 회장이 인수한 농구단 '고양 캐롯 점퍼스'가 무자본으로 구단이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데이원자산운용은 지난 해 상반기 순적자만 6억5천906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1억8천949만원에 불과하다. 지출비용을 빼면 5억5776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에 욕심내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자금 사정이다.

직접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데이원스포츠는 국내 프로농구 최초로 캐롯손해보험을 네이밍스폰서로 앞세웠다.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까지 구단주 겸 총괄 대표이사로 내세우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고양 캐롯 점퍼스는 KBL 가입비조차 제대로 납부하지 못해 또 한번 논란을 일으켰다. 특별회비를 2회로 나눠 5억원을 먼저 지불하고 추후 10억원을 납부하기로 했지만 1차분부터 기한 연기를 요구했다. 이 중 1차 가입비 5억원을 간신히 납부했고 오는 3월 잔여금 10억원을 납부해야한다.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조 측은 지난 달 22일, '임금채권자'로 기업회생절차를 실시했다. 채권 규모는 34억원 규모다. 

요점을 뜯어보면 한결같이 '지급되어야 할 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스포츠단을 인수하고 대회를 여는 것 자체가 무리한 확장이다. 회장의 일방적인 '스포츠 사랑'이어도 문제가 되며, '기업 홍보'를 위한 무절제한 홍보 수단이라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일각에서는 농구단의 정상적인 운용조차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축구단, 배구단까지 언급했던 김 전 회장은 불안정한 '스포츠 사랑'을 내려놓고 기업을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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