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 1호 계약이 성립됐지만, 아직 국내 에이전트 시장은 '불모지'
- 자격 요건에 제한 많고, 44만원 이라는 높은 수수료도 '걸림돌'

아직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공인 에이전트가 '불모지'나 다름 없다. 무엇보다도 자격 시험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다. 자료사진ⓒ김현희 기자
아직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공인 에이전트가 '불모지'나 다름 없다. 무엇보다도 자격 시험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다. 자료사진ⓒ김현희 기자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원종현(키움)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첫 프리 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1호 FA 계약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FA 시장에 나온 다른 선수들의 연쇄 이동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특히, 셀러리캡이 도입되는 현 시점에서 FA 계약에 대한 구단들의 머리 싸움도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 모든 이해타산 싸움에 존재하는 이가 바로 대리인, 즉 에이전트(Agent)다. 이미 메이저리그에는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를 중심으로 스토브리그의 계약 소식이 줄을 잇기도 했다.

KBO리그에서는 공인 에이전트 도입이 이루어진지 얼마 되지 않지만, 국내 사정에 맞춘 자격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 시험을 통과해야 정식으로 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에이전트의 문?
그러나 자격 요건을 따져보면?

흥미로운 것은 KBO에서 제시하고 있는 에이전트 자격 요건에 일부 에이전트사(社)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부분은 KBO 규약 제 6장 제 42조, 대리인에 관련한 항목이다. 특히, 제42조 2항에는 ‘대리인은 동시에 구단당 3명, 총 선수 15명을 초과하여 대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정 대리인이 선수들을 독과점하는 것을 엄중하게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KBO리그만의 특수한 상황이기도 하다. 관련하여 법의 판단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풍문도 들려 오는 만큼, 이 조항에 대해 향후 어떠한 법적인 해석이 오갈지 지켜볼 만하다.

그런데, 선수협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선수 대리인의 결격사유’ 또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처음 ‘공인 에이전트’가 시행된다고 했을 때, 선수협에서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공인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겠다’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런데, 결격 사유를 보면, 의외로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결격사유 10번을 살펴보면, ‘구단의 감독, 코치, 선수, 임직원, 구단계열사 임직원, KBO 임직원, KBO 계열사 임직원, 언론사 임직원’에게 에이전트 자격을 부여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구단이나 KBO의 경우는 충분히 납득을 할 수 있지만,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는 다소 ‘갸우뚱’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만약에 아들이 프로야구선수인 ‘직장인 아버지’가 아들을 위하여 공인 대리인 시험을 본다고 가정한다면, ‘회사를 퇴사해야’ 시험을 볼 자격이 생길 수도 있다. 아버지가 만약에 프로야구단이 있는 삼성, SSG, LG, 두산, 롯데, KIA, 한화, KT, NC 소프트, 키움증권 계열사에 재직되어 있다면 아예 시험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1회 공인 대리인 자격 시험 설명회에서 ‘대기업 계열사 임직원의 시험 자격 여부’를 공개적으로 질의한 바 있었는데, 대답은 ‘안 된다’였다. 어지간해서는 일반 직장인은 KBO리그 공인 에이전트가 될 수 없는 셈이다.

이는 다른 종목(축구), 그리고 메이저리그와는 확실히 다른 구조다. 구단당 3명, 전 구단 15명 이상 대리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 억대 연봉 선수가 아닌 이상 에이전트 스스로 수익 구조를 만드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KBO에서는 에이전트 자격을 갖추면서도 본업을 지니려는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는 특수한 구조를 지닌 셈이다.

공인 에이전트 시험의 ‘높은 장벽’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높은 수수료’다. 선수협에서는 자격시험 수수료 44만 원을 납부할 것을 요구한다. 즉, 이 정도 수수료를 내지 못하는 이는 시험을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셈이다. 그마저도 60점 미만으로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다시 시험을 봐야 하는데, 재시험 특례(불합격자의 경우, 60점 이상 취득하지 못한 과목만 재시험을 치를 수 있음)에 대한 수수료 납부에 대한 특례는 별도로 명시된 것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본업을 하면서도 에이전트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법조인’들이다. 실제로 공인 시험을 본 이들 중 다수는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즉, 아직 국내 에이전트 시장은 ‘에이전트 하나만 해서는 제대로 1년 살이를 할 수 없는’, 걸음마 상태인 것이다. 그만큼 제약도 많다.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은 “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하여 저연봉 선수들에게 무료 봉사를 하고 싶은데, 자격 요건이 안 돼서 아예 시험 볼 생각도 안하고 있다.”라며, 의외로 높은 자격시험 요건에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판 스캇 보라스’가 나오려면 당분간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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