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축구협회(KF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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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금윤호 기자) 지난 2003년 출범한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다.

동아시아 10개국의 축구 발전과 건전한 경쟁을 위해 창설된 이 대회는 한국을 비롯해 북한, 일본, 중국이 우승을 다투며 이어져 왔다.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의 출전이 어려워 국내파 선수들의 대표팀 승선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은 남자부에서 그동안 8번의 대회에서 다섯 차례 우승을 거둘 정도로 이 대회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여자대표팀은 2005년 대회에서 우승한 뒤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2022 EAFF E-1 챔피언십 개막을 앞두고 한국의 대회 참가 역사를 되돌아본다.

▶2003년 제1회(일본 개최)- 우승보다 강렬했던 '을용타'

당시 한국과 중국, 일본이 자동 진출하고 북한이 불참해 홍콩이 본선에 올랐다. 안정환과 유상철, 최진철 등 2022 한일 월드컵 멤버들을 앞세운 한국은 홍콩과 중국을 제압하고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과 0-0으로 비겨 2승 1무로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안컵 예선에서 베트남과 오만에 패해 '오만 쇼크'로 체면을 구긴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은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다만 이 대회 당시 뒤에서 반칙을 가하며 비신사적인 행위를 했던 중국 선수의 뒤통수를 때리고 퇴장당한 이을용 선수의 이른바 '을용타'는 대표팀의 우승보다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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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제2회(한국 개최)-남자부 꼴찌, 여자부 우승

이 대회부터 여자부 경기도 열렸다. 남녀 모두 남북한과 중국, 일본이 참가했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끈 남자대표팀은 1차전에서 중국 선수 3명이 퇴장당했지만, 1-0으로 비겨 실망감을 안겼다. 이어 북한과도 무승부를 거두고 일본에 0-1로 패해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후 본프레레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 진출권을 따내고도 얼마 뒤 경질됐다.

반면 안종관 감독이 이끈 여자대표팀은 당시 19살인 박은선의 맹활약으로 중국과 북한을 꺾고 2승 1무로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A대표팀이 타이틀이 걸린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이 때가 처음이고 아직까지 유일하다.

2008년 제3회(중국 개최)-짜릿한 중국전 역전승, 정대세 깜짝 등장

허정무 감독이 새로 부임한 남자대표팀은 1차전에서 중국에 끌려가다 박주영의 멀티골과 곽태휘의 발리슛으로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어 북한, 일본전에서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의 연속골로 1-1로 비겼다.일본과 승점, 골득실이 같았으나 다득점에 앞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당시 저돌적인 돌파로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북한의 정대세는 '인민 루니'로 불리며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여자부는 일본이 우승했고, 한국은 3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2010년 제4회(일본 개최)-'공한증' 깨졌으나 제2의 '도쿄 대첩'

김판곤 감독이 이끈 홍콩이 북한을 제치고 본선에 참가했다. 허정무 감독의 한국은 홍콩을 대파했으나, 2차전에서 중국에 0-3 충격패를 당했다. 32년 동안 이어진 중국전 무패 '공한증' 역사가 끝났다. 이어 치른 일본전에는 선제골을 허용하고 김정우가 퇴장당하며 수세에 몰렸다.

그러나 이동국과 이승렬의 골로 역전에 성공했고 김재성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통쾌한 3-1 역전승을 거두며 제2의 '도쿄 대첩'이 완성됐다. 중국이 우승을 거두고 한국은 2위에 올랐다. 여자부에서는 일본이 2회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2013년 제5회(한국 개최)-욱일기에 맞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남자부에서 호주가 특별 초청돼 본선에 출전했다. 홍명보 감독을 신임한 한국은 호주, 중국과 연속 무득점 무승부를 거뒀다.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일본전 당시 일본 응원석에 욱일기가 걸렸고, '붉은 악마'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대형 플래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어수선한 상황에 한국은 윤일록의 동점골을 지키지 못하고 1-2로 패했다. 일본이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은 3위에 머물렀다. 여자대표팀은 지소연의 활약으로 일본을 꺾었으나, 1승 2패로 최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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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제6회(중국 개최)-슈틸리케의 전성기, 전가을의 환상 프리킥 골

대회는 중국 우한의 찜통더위 속에 진행됐다. 앞서 치른 아시안컵 준우승 기세로 분위기를 탄 슈틸리케호는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이때 김승대와 이종호, 권창훈 등 새 얼굴들이 맹활약했다. 남자대표팀은 일본, 북한과 비기고도 1승 2무의 성적으로 세 번째 대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여자대표팀은 아쉽게 2위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중국, 일본을 꺾으며 선전했다. 특히 일본전 후반 추가시간 2-1 역전극을 완성한 전가을의 환상적인 프리킥 골은 여자대표팀 역사상 최고의 골로 선정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2017년 제7회(일본 개최)-'전북 트리오' 앞세워 일본 격파

새로 대표팀을 맡은 신태용 감독은 잇따른 비판을 잠재울지가 관심사였다. 중국과의 첫 경기는 2-2로 비겼지만, 북한을 1-0으로 꺾었다. 마지막 고비 일본전은 경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전북 트리오' 김신욱과 이재성, 김진수를 중심으로 공격이 불을 내뿜었다. 김신욱의 멀티골과 정우영의 프리킥 골로 3-1 역전한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에 염기훈의 한 골을 추가해 4-1 대승을 거두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 여파로 일본을 이끌던 할릴호지치 감독은 대회가 끝나고 사퇴했다. 여자부는 북한이 우승을 거두고 한국은 4위에 머물렀다.

2019년 제8회(한국 개최)-3회 연속 정상·첫 개최국 우승

직전 대회는 부산에서 개최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남자대표팀은 홍콩을 2-0, 중국을 1-0로 격파하고 일본전을 맞았다. 전반전에 터진 황인범의 득점이 결승골로 연결돼 1-0 승리를 거두고 3회 연속이자 다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홈팀은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이 대회에서 보기 좋게 깨뜨렸다. 3경기 내내 활약한 황인범은 대회 MVP에 선정됐다.

콜린 벨 감독 체제로 재정비한 여자대표팀은 중국과 비기고 대만을 눌렀으나, 일본에 패해 아쉽게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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