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스 PAOK 소속 선수가 된 이다영(앞)-이재영 자매, 연합뉴스
사진= 그리스 PAOK 소속 선수가 된 이다영(앞)-이재영 자매, 연합뉴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한국은 끝내 쌍둥이 출국을 막지 못했다. 쌍둥이 자매는 그리스 PAOK 소속 선수가 되었다.

그리스 현지 언론들은 지난 29일(이하 현지시간), "국제배구연맹(이하 FIVB)이 한국배구협회의 반대를 뚫고 이재영, 이다영(25) 자매를 영입했다" 며, "이재영과 다영 자매는 이제 PAOK 선수다" 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이어 "자매는 조만간 테살로니키로 이동해 문서 계약을 마무리할 것" 이라며, "둘은 그리스 여자프로배구 시즌의 엄청난 동력이 될 것" 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 일어난 자매의 학교폭력 사태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반응이었다. 

PAOK 구단은 그리스로 건너온 쌍둥이 자매에게 통역과 자동차, 집까지 제공하는 조건을 걸었다.

지난 2월,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어 국내 전반에 엄청난 이슈를 몰고왔던 이재영, 다영 자매는 소속팀인 흥국생명 선수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배구협회에서도 자매의 국가대표를 영구 박탈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흥국생명 측은 이재영, 다영 자매의 보류권을 유지하려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선수 등록을 포기했다. 악화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재영, 다영 자매에게서는 진심어린 사과와 자숙의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 메신저와 자필 사과문 등으로 피해자에게 "제가 했던 잘못된 행동과 말들을 잊지 않고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며, "자숙하고 평생 반성하며 살아가겠다, (피해자들이) 받아준다면 직접 만나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겠다" 던 이재영, 다영 자매의 눈물은 결국 '악어의 눈물' 이었다.

사진= 그리스 PAOK 소속 선수가 된 이다영(왼쪽)-이재영 자매, 연합뉴스
사진= 그리스 PAOK 소속 선수가 된 이다영(왼쪽)-이재영 자매, 연합뉴스

자매는 지난 6월 30일, 스스로 공중파 방송사인 MBC를 찾아갔다. '억울한 심경을 밝히기 위해서' 가 이유였다. 

그렇게 찾아간 방송국에서 자매는 "칼을 들었지만 찌르지 않았다", "사과문도 구단에서 시켜서 그냥 받아적었다", "말을 안 들으면 그냥 꿀밤 때리고 입 때리고 배 좀 꼬집었다" 는 '해명'을 내놓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자매의 적반하장식 태도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자충수를 둔 자매는 더 이상 자숙하지 않았다. 대신 '살 길' 을 모색했다. 피해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것도 모자라 국내 진출이 막히자 해외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선수생활을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배구협회는 이에 대해 강경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선수 국제 이적 규정에는 '배구 유관기관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고 그 집행 기간이 만료되지 아니한 자, (성)폭력, 승부조작, 병역기피, 기타 불미스러운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거나 배구계에 중대한 피해를 끼친 자' 의 해외진출을 제한한다고 명시되어있다. 당연히 자매들에게 국제이적동의서(이하 ITC)를 발급해주지 않겠다는 의견이었다.

그러자 FIVB은 대한배구협회에 맞섰다. "학교폭력 징계는 한국 내 문제다" 라며 PAOK 구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FIVB 측은 협회에 "29일 오후 7시까지 이적 수수료 1천 300만원을 받을 계좌번호를 보내라" 며, "계좌번호를 보내지 않으면 직권으로 자매의 ITC를 승인하겠다" 고 전했다.

사진= 이재영(왼)-이다영 자매의 그리스 진출, 스포츠 에이전시 CAAN 공식 트위터 계정
사진= 이재영(왼)-이다영 자매의 그리스 진출, 스포츠 에이전시 CAAN 공식 트위터 계정

협회는 지난 28일, FIVB측에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자매는 그렇게 FIVB의 직권으로 지난 29일 오후 9시, ITC를 정식으로 발급받았다. 쌍둥이들의 승리였다. 

이재영, 다영 자매는 아직도 속앓이를 하는 피해자들에겐 어떤 공식적인 사과도 보상도 없이 그리스로 출국해 새로운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비록 연봉은 자매 도합 9만 5천 유로(한화 약 1억 3천만원)으로 한국에서의 1/10으로 줄었지만 다시 프로선수로 재기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협회측은 쌍둥이들의 복귀와 출국에 계속 반대했지만 이 과정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없었다. 

설령, 쌍둥이 자매가 방송에 나와 자신들의 잘못을 자백했다고 해도 진상조사는 필요하다. 그러나 협회는 쌍둥이가 반성문을 썼다는 이유로 "조사할 필요가 없다" 고 말했다. 소속팀인 흥국생명은 진상파악을 요구했지만 협회는 응하지 않았다.

결국 협회의 안이한 대처로 인해 정식적인 소명절차조차 생략된 쌍둥이 자매는 ITC발급을 허용받았다. 자매가 빠져나갈 구멍을 오히려 협회에서 만들어준 셈이다. 

국내 진출은 막혔지만, 이제 해외에서 웃으며 승리를 위해 뛰는 쌍둥이 자매들의 소식은 한동안 계속 들려올 전망이다. 아직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폭력 피해자들은 다시 쓰린 마음을 안고 자매의 소식을 지켜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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