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댓글부대' 임상진 역 출연
"기자 역할, 예민하고 리얼하게...그래서 더 어려웠죠"
"소설책처럼 재밌는 뉴스...해석이 중요"
"다작 이유? 열정 찾아 일하는 모습으로 자극 주고파"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실체 없는 무언가와 싸우는 인물이라 연기하기 어렵겠다 싶었지만, 잘 만들어지면 센세이션할 것 같았죠."

배우 손석구가 영화 '댓글부대'를 통해 또 한 번 변신했다. 형사, 살인자, 군인에 이어 이번에는 기자다. 극 중 임상진 역을 맡아 실체가 불분명한 존재인 댓글부대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배우로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날 일이 많았지만, 캐릭터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했다. 기자 출신이자 원작 소설 작가인 장강명을 만나보기도 했고, 사회부, 정치부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판타지가 있는 직업군은 아니다 보니, 더 예민하고 일상적이고 리얼하게 하지 않으면 들통나요. 그래서 더 어려웠죠."

"배우 입장에서 천만 영화가 어려운 것처럼 기자가 취재해서 데스크 허락 받고 기사를 써서 1면 탑에 나오도록 전달하는 게 어려운 일인 건 당연하죠. 근데 그게 엄청난 후폭풍과 책임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사회적 책임을 가진 직업이구나 싶었죠."

기자의 성향 정도만 파악하고 세세한 부분은 손석구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채워나갔다. "영화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건 아니니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 때문이지 기자 입장에서 보면서 공감이 되는 부분도,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 더욱 신선했다.

그는 영화를 통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민했다고 한다.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영화의 초반부, 대기업 저격 기사를 쓴 후 오보로 알려지며 정직당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초반 빌드업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어떤 성격의 사람이 어떤 식으로 오보성 기사를 쓰고 좌천되고 다시 복귀하려 하는지, 또 팀알렙과 만나게 되는지. 그 과정이 기자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납득이 되도록 해야 했죠. 그래야 그 후에 이야기가 진행되니까요. 머리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요."

영화를 보고 나면 댓글부대의 존재는 물론,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뉴스의 사실 여부까지 의심하게 된다. 안국진 감독의 의도이기도 하지만, 손석구 개인으로서도 공감하며 가져왔던 생각이기도 하다. 평소 뉴스 보기를 좋아한다는 손석구. 그러나 그에게 뉴스란 소설 읽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평소에 뉴스를 많이 보고 좋아해요. 뉴스가 가진 정보의 가치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도 그만큼 재밌는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다만 해석이 중요하겠죠. 내 친구의 소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하지만, 정치나 사회 소식은 뉴스를 통해 글로 보게 되잖아요. 결국 소설책을 읽는 것과 같은 행위 아닐까 싶어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것 같고요."

'댓글부대'에는 대한민국 근대사에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과 연관 지어 표현된 요소들이 많다. 관객 입장에서는 그 덕에 몰입감이 높아질뿐더러, 해당 사건의 진위 여부까지 의문을 갖게 된다. 손석구의 생각은 어떨까. 

"댓글부대 존재를 명확히 하는 게 우리 영화의 역할이나 주제는 아니에요. 저 역시 연기하면서 그걸 확실히 알 필요는 없었죠. 대본 만나기 전엔 댓글부대 존재 자체도 몰랐고, 영화를 찍으면서도 그런 게 있을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인 것 같아요. 다만 저한테 특별하게 다가온 건 그 부분이 어느 정도 사회적 기능을 할 거라고 봤어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하는 게 우리 영화의 기능이죠. " 

"(실제 댓글부대 의혹 사건들을) 찾아보기는 했어요. 일부가 영화 속에서 연상되게 나오니까요. 근데 전 기본적으로는 사회 이슈를 대할 때 중립 기어를 갖고 봐요. 의견 갖지 말자는 게 아니라 그걸 알기 너무 어려워진 사회에 살고 있다고 보거든요. 음모론일 수가 없다고 확신했다가도 의심이 생기더라고요."

영화 '범죄도시2',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넷플릭스 시리즈 'D.P.' '살인자ㅇ난감',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까지. 최근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모두 성공을 거뒀다. 그의 작품 고르는 안목이 남다른 것 같기도 하다.

선택 기준은 뭘까. 손석구는 "감독님을 보고 선택한다"고 전했다. 이번 '댓글부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국진 감독이 영화를 통해 의도하고자 한 것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감독님이 하고 싶은 얘기가 분명히 있다고 봤어요.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특이한 사회현상을 다루는 것도 좋았고요. 이번에도 이 소재를 선택해 쓰셨다고 해서 모르는 걸 건드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분명 있어서 하신다는 믿음이 있었죠."

그동안의 출연작이 화제를 모으고 흥행했기에 자연스레 이번 영화에 거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손석구는 "흥행을 바라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는 않은 것 같다"고 웃어보이며 섣부른 예측을 피했다.

대신 그는 "영화를 할 때는 어떤 특이점이 있어서 하는 거다. 배우들, 스태프들과 같이 만들면서 어떤 부분이 발현됐으면 좋겠다 하는 특이점을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의도가 몇만 명이 공감할지를 생각할 순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안 감독의 영화를 통해 의심하는 자세를 심어준 것처럼, 손석구 역시 배우로서 주고 싶은 영향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곧 그가 꾸준히, 바쁘게 다작을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했다.

"결국 전 이게 직업이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잖아요. 그런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면서 자극을 주고 싶어요. 자기 열정을 찾아서 뭔가를 계속 하는 모습. 나이가 서룬 중반, 마흔 되면 그걸 찾기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처럼 그걸 찾아서 많이 하는 모습 보여주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배우로서 단순히 재미를 전하는 것에 더해서 원하는 게 그런 거예요."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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