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국민의 힘 소속 의원들은 이기흥, 정몽규 회장을 욕할 자격 없다.
한국 스포츠는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내년 1월 대한체육회장과 대한축구협회장 등 주요 선거들이 예정된 가운데, ‘연임’이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3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4선에 도전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들의 연임을 둘러싼 논란은 뜨겁다. 업무방해, 배임 등 다양한 의혹 속에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며, 이들의 연임 반대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기흥 회장과 정몽규 회장이 체육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비판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과연 자격이 있는가 하는 질문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회장과 정 회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승수 의원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했고, 박정하 의원은 “공정성을 훼손하고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맹렬히 비판했다. 신동욱 의원은 “체육회가 동호회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준 행동을 살펴보면, 이들의 비판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책임 없는 침묵과 직무유기
국민의힘 문체위 의원들은 정몽규 회장과 이기흥 회장을 꾸짖었지만, 정작 자신들은 중요한 순간에 책임을 저버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회 표결에서 이들은 기본적인 의무조차 다하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힘 당론에 따라 모든 것을 방관했을 뿐 아니라, 본회의장에서 집단적으로 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어야 했다. 표결 불참은 단순한 무책임을 넘어, 국민을 대변해야 할 책무를 저버리는 행동이다. 국회 앞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행동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있을 때, 국회의원들은 뒤로 물러서는 데 급급했다. 이는 선거철마다 투표를 독려하며 국민에게 신뢰를 구하던 이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과거 선거에서 쏟아낸 감언이설들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명분과 행동의 괴리
이러한 맥락에서 진종오와 배현진 의원을 포함한 문체위 국민의힘 의원들의 태도는 더욱 문제적이다. 진 의원은 이기흥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IOC에 서한을 보내는 등 체육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 자신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며 직무를 방기했다. 배현진 의원 역시 정몽규 회장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며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자신은 국민의힘의 집단 퇴장 행보에 동참했다.
이는 명분과 행동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다. 국민은 이러한 모순을 간파하며, 이들의 주장에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외침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이기흥 회장과 정몽규 회장의 연임 반대는 명분상 타당해 보이지만, 이를 주장하는 이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설득력을 잃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말뿐인 구호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실천이다. 자신들이 비판하는 대상과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외치는 이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뿐이다.
한국 스포츠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 또한 스스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진정한 공정성과 투명성은 행동으로 증명되는 것이지, 말로만 외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진종오와 배현진을 비롯한 국민의힘 문체위 의원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국민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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