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추억 남기고 잠실로...박찬호, KIA 팬들에 마지막 인사 "어떻게 여러분을 잊을 수 있을까요"
(MHN 권수연 기자) 장기간 KIA 타이거즈의 한 축으로 활약해온 박찬호가 12년 만에 옷을 갈아입는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18일 프리에이전트(FA) 내야수 박찬호와 4년 최대 80억 원(계약금 50억·연봉 총 28억·인센티브 2억)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박찬호는 지난 2014년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의 선택을 받았다. 이후 2019년에 주전 유격수로 도약, 직전 시즌에는 134경기에서 타율 0.307, 5홈런, 61타점, 20도루, OPS 0.749를 기록하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내야의 중심을 맡아온 박찬호는 KBO리그 도루왕(2019, 2022년), 수비상 유격수 부문(2023~2024년) 2회,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2024년) 1회를 차지한 바 있다.
그의 KIA 1군 통산 기록은 1,088경기 타율 0.266, 23홈런, 353타점, OPS 0.660이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로 134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0.287, 5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정든 팀을 떠나게 된 박찬호는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더 이상 제 이름 앞에 '기아 타이거즈'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슬프다"며 "낯설기만 했던 광주에 첫 발을 내딛은지 어느덧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사실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시작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부모님 곁을 떠나 예상하지 못한 팀에서, 지인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맞이해야 했던 새로운 삶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시작된 광주에서의 시간은 제 인생의 페이지를 하나씩 써 내려가는 여정이었다. 그 어느 한 페이지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며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들마저 지금의 저를 만든 소중한 밑거름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겨두고 가는 팬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보잘것없던 저를 기아 타이거즈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병원에서 제 손을 잡고 '우리 막내아들이야'라며 응원해주시던 할머님, 우승 후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해주시던 주민 아버님, 어디서든 우리 아이 손을 가득 채워주시던 팬분들...어떻게 여러분을 잊을 수 있을까요"라며 큰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박찬호는 "기아 타이거즈 팬 여러분! 빼빼 마른 중학생 같았던 20살의 청년이 이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소중했던 광주 생활을 마무리하려 한다"며 "기아 타이거즈와 함께여서, 기아 타이거즈 팬분들과 함께여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함께 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 비록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진 못하지만 항상 응원하겠다"는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하 박찬호 SNS 게시글 전문
안녕하세요 박찬호입니다.
더이상 제 이름 앞에 ‘기아 타이거즈’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슬픕니다. 낯설기만 했던 광주에 첫 발을 내딛은 지 어느덧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버렸네요. 사실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시작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부모님 곁을 떠나, 예상하지 못한 팀에서, 지인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맞이해야 했던 새로운 삶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시작된 광주에서의 시간은 제 인생의 페이지를 하나씩 써 내려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그 어느 한 페이지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들마저 지금의 저를 만든 소중한 밑거름이었습니다.
데뷔 첫 경기부터 첫 안타, 첫 홈런, 끝내기, 도루 타이틀, 골든글러브, 수비상, 그리고 ‘우리’였기에 가능했던 우승의 순간까지. 신혼생활과 두 딸의 출생도 이곳에서 맞이했기에 광주에서의 12년은 절대 잊지 못할 인생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보잘것없던 저를 기아 타이거즈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아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병원에서 제 손을 잡고 “우리 막내아들이야”라며 응원해주시던 할머님, 우승 후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해 주시던 주민 아버님, 어디서든 우리 아이 손을 가득 채워 주시던 팬분들… 어떻게 여러분을 잊을 수 있을까요.
광주를, 기아 타이거즈를 떠난다는 게 아직 실감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올 시즌 동료들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팬들의 응원과 함성을 조금이라도 더 마음에 담아 두려고 했습니다. 이별이 너무 힘들 걸 알았기에 혹시 찾아 올 이별의 순간에 스스로 대비하려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떠나는 팀에 걱정은 없습니다. 동생들 모두가 마음만 단단히 먹는다면, 무너지지 않는다면 제 빈자리쯤이야 생각도 안 나게끔 더 뛰어난 선수들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기아타이거즈 팬 여러분! 빼빼 마른 중학생 같았던 20살의 청년이 이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소중했던 광주 생활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기아타이거즈와 함께여서, 기아타이거즈 팬분들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모두가 가족같았던 단장님, 감독님, 프런트, 코칭스텝, 선수단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비록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진 못하지만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끝으로 12년간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주신 기아타이거즈 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받았던 과분했던 사랑과 응원을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고 추억하겠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2025. 11. 18 박찬호 올림
사진=KIA 타이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