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 송지효 "돋보기 쓰니 '여보' 소리가 절로...잘 어울린단 말 듣고 싶어요" [mhn★인터뷰②]
영화 '구원자' 선희 역 출연 지난 5일 개봉
(MHN 장민수 기자) 배우 송지효가 영화 '구원자'를 통해 새로운 연기 변신에 나섰다.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의외의 발견과 동료 배우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구원자' 선희 역 송지효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구원자'(감독 신준)는 축복의 땅 오복리로 이사 온 영범(김병철)과 선희(송지효)에게 기적이 찾아온 가운데, 이 모든 것이 누군가 받은 불행의 대가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오컬트다.
송지효는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어가는 선희 역을 맡았다. 그러나 그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욕심이 났던 건 배우 김히어라가 연기한 춘서 역이었다고. 아들에게 불행이 찾아오자 처절하게 울부짖는 인물이다.
송지효는 "뭔가를 잃으면서 오는 처절함이 더 입체적이고,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었다. 미팅할 때 춘서 역이 아직 캐스팅 전이면 날 고려해달라고도 했다"며 배우로서 욕심 나는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히어라의 캐스팅 이후에는 "내가 입고 싶은 옷과 어울리는 건 다른 것 같았다"며 충분히 납득이 됐다고.
배우로서 아쉬움이 남았을지언정, 스크린 속 송지효는 점차적으로 변화하는 인물을 충실히 그려냈다. 아들에게 일어난 기적을 목도하고는 자신도 기적을 갈망하게 된다. 그 욕망의 단계적 상승을 표현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송지효는 "선희는 갖고 있던 걸 잃었다. 사람이 힘들면 어딘가에 의지하게 되지 않나. 처음에는 신앙이었지만, 아들의 회복을 보고 그 대상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의지하고 집착하게 된다. 또 나는 왜 원하면 안 되냐고 말하기도 한다"고 인물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런 단계적인 변화가 더 있었는데 조금 편집됐다"고 더 섬세하게 표현되지 못한 것에 아쉬운 마음도 내비쳤다.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로서는 어땠을까. 송지효는 "엄마로서 느낌보다 아이의 불편이나 짜증이 이해되는 게 컸다. 아픔을 공유하는 느낌이 좀 많이 들었다"고 일반적인 모성애와는 다른 포인트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눈이 점차 멀어가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실제로는 시력이 매우 좋아서 저시력자의 시선이 어떤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고. 그러나 인물의 외적 묘사를 위해 착용한 돋보기가 역으로 도움이 됐다.
그는 "사고를 당해 불편하다고 한다면 번져서 안 보이는 건지, 형태가 안 보이는지, 보이는데 흐릿한지. 감독님과 많이 논의했다. 그런 어려움이 있었다"며 "실제 촬영할 때 돋보기를 썼다. 근데 눈이 좋은데 돋보기를 쓰니까 진짜 안 보이더라.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느낀 불편함 덕분에 극을 한층 풍성하고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었다. 그는 "돋보기를 쓰니까 자꾸 부르고 더듬고 찾게 되더라. 그래서 대본에 없는 '여보'라는 단어를 되게 많이 쓰게 됐다. 돋보기를 쓰니까 부르게 되고 거리감이 없으니까 움츠러들고 만지게 되더라"고 돌아봤다.
이어 "다 찍고 나서 감독님이 후시 녹음으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여보'를 따로 땄다. 어디에 쓰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다"라고 비하인드도 전했다.
영범 역 김병철과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지만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편안했다고. 그는 "난 감정 굴곡이 큰 사람이다. 반면 선배님은 그런 게 없으시다. 늘 한결같고, 내 굴곡을 잘 받아주셨다"며 "의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연기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 송지효는 "내가 고민하는 지점을 선배님이 분석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질문을 해주셨다. 그렇게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하게끔 도와주셨다"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춘서 역 김히어라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집중력이 장난 아니더라. 에너지가 엄청 강하다. 또 유쾌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다"라며 촬영 이후에도 꾸준히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애정을 과시했다.
치열했던 촬영 후 마침내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배우로서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을까. 송지효는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했다. 잘 어울린다, 잘했다는 말 듣는 게 제일 좋다"며 배우, 방송인, 사업가 모든 측면에서 더 열심히 달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편 '구원자'는 지난 5일 개봉했다.
사진=마인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