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끝난 30주년 부국제, 화제성 잡고 '영화제' 의미 높였다...아쉬운 점은 [M-scope]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지난 26일 폐막 17만 5,889명 방문...전년 대비 2만 명 증가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 첫 경쟁 부문 도입 지각 속출, 예매 시스템 및 지역 특색 부족 등 지적도
(MHN 장민수 기자) 서른 살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관객들의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축제를 마쳤다.
지난 17일 개막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6일 폐막식을 끝으로 열흘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내달 부산에서 열리는 제106회 전국체전 및 추석 연휴를 고려해 올해는 예년보다 약 한 달 가량 일찍 개최됐다. 그럼에도 관객수는 작년보다 대폭 늘어났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올해는 전년 대비 2만 명 늘어난 17만 5,889명이 공식 선정작 328편(커뮤니티비프 87편 포함)을 관람했다. 10일간 부산 전역에서 개최된 다양한 이벤트와 3년 만에 재개된 포럼 비프에는 6만3000여 명이 참가했다. 공식 굿즈 또한 매진 행렬이 이어지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신규 행사와 함께 더욱 다채로워진 이벤트도 펼쳐졌다. 국내외 명사의 영화 이야기부터 깊이 있는 강연까지 담긴 까르뜨 블랑슈와 씨네 클래스를 신설해 선보였다. 커뮤니티비프를 영화의전당으로 가져온 야외 이벤트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오픈 토크, 야외무대인사, 아주담담, 마스터 클래스, 스페셜 토크 등 67회의 이벤트가 진행됐고, 323회의 GV(게스트와의 만남)를 통해 관객과 소통의 자리가 마련됐다. '다시, 아시아영화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진행한 포럼 비프는 9개 세션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8회째를 맞은 커뮤니티비프는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올해 5주년을 맞은 동네방네비프는 부산 안팎 15개 장소에서 39회 상영을 진행했으며, '마을영화만들기'에서는 7개 팀이 단편 7편과 메이킹 다큐 3편을 제작해 커뮤니티비프에서 상영하는 성과를 거뒀다. 20회를 맞은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은 역대 최대 규모인 54개국 1,222개사, 총 3만6명의 참가자를 기록하며 입지를 굳혔다.
30주년에 걸맞은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이 화제성 잡기에 큰 몫을 차지했다.
개막작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손예진 등을 시작으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 까멜리아상의 실비아 창 감독, 한국영화공로상의 정지영 감독이 부산을 찾았다.
또한 마이클 만, 마르코 벨로키오, 기예르모 델 토로, 션 베이커 등 세계적 거장들과 배우 줄리엣 비노쉬, 양조위, 밀라 요보비치, 서기, 니시지마 히데토시, 허광한 등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관객과 소통했다. 영화제 중반 이재명 대통령의 깜짝 방문 또한 눈길을 끌었다.
개막식도 큰 화제를 모았다. 배우 신예은은 카메라에 잡히자 애교 넘치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화면을 이어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또한 각종 귀여운 포즈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에서 공유되며 영화제를 향한 관심을 한층 높였다.
레드카펫에서는 배우들의 의상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역 출신 김유정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옆트임 드레스로 성숙미를 뽐냈고, 배우 전종서와 금새록은 파격적인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그룹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깜짝 등장해 환호를 얻기도 했다.
올해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처음 신설된 경쟁 부문 시상이었다. 폐막식에서 진행된 '부산 어워드' 시상에서는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이 대상을 차지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나홍진 감독은 "만장일치로 쉽게 결정된 작품"이라고 밝히며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외 배우 서기의 감독 데뷔작 '소녀'가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한창록 감독 '충충충'이 심사위원 특별상, '지우러 가는 길' 이지원과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키타무라 타쿠미, 아야노 고, 하야시 유타가 배우상을 수상했다. 예술공헌상은 '광야시대' 류창, 투난 미술감독에게 돌아갔다.
OTT 시리즈 작품들이 꾸준히 초청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영화만을 대상으로 한 시상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최대 영화제'임을 되새길 수 있는 좋은 시도였다.
최근 몇 년간 OTT 초청작들의 지나친 홍보로 '영화제'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지난해에는 영화의전당과 맞은편 KNN 건물 등에 OTT 작품들의 대형 광고판이 자리해 '넷플릭스 축제'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다행히 올해는 그 정도가 줄어들었다. 해운대 인근에는 OTT 작품 홍보물이 늘어서 있었지만, 영화제 메인 장소인 영화의전당 주변에서는 눈에 띄는 광고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덕에 '영화제'의 분위기가 한층 살아난 경향도 있었다.
배우들의 연이은 지각 사태는 옥에 티로 꼽힌다.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 윤여정 등이 교통 체증 문제로 예정된 행사에 지각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그러나 기다린 관객 및 취재진에게 사과 없는 태도로 빈축을 샀다.
영화제 측에서는 "항상 교통 체증을 예상해서 예정보다 일찍 이동에 나선다. 근데 이번에는 유독 교통이 혼잡했다"고 설명하며 "다음부터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현장 예매 활용도 및 온라인 예매시 시스템 체계 부족 등도 아쉬운 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부산만의 특색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영화제 접근성 축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대체로 새로운 도전의 의미와 화제성까지 고루 잡은 30회 부산국제영화제다.
개막에 앞서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 박광수 이사장은 "장기적으로는 칸이나 베니스 영화제 같은 글로벌 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판단되면 글로벌 영화제로 전향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첫 단추는 나쁘지 않게 채워졌다. 내년 31회는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한층 높아진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MHN DB, 부산국제영화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