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국내 챔피언 등극한 이승진 "최성원 발동 걸리면 못 막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일문일답]

2025-09-09     권수연 기자

(MHN 권수연 기자) 프로 입문 7시즌 만에 빛을 봤다. 

55세 이승진은 지난 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4차 투어 'SY 베리테옴므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최성원(휴온스)을 세트스코어 4-1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이승진은 이번 우승으로 우승 상금 1억원을 더해 종전 상금랭킹 13위(1000만원)서 시즌 1위(1억 1000만원)로 껑충 뛰어올랐다.

토종 챔피언이 탄생한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개막전인 우리금융캐피탈부터 직전 3차 투어까지는 모두 외인 챔피언이 득세했다.

지난 2019년 프로당구 출범 시즌부터 꾸준히 PBA 무대를 누빈 이승진은 대구광역시를 대표하는 프로당구 선수다. 직전 시즌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냈지만, 올 시즌은 개막전부터 4강에 오르며 첫 우승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우승 후 이승진은 "너무 행복하다.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인생 가장 행복한 날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고 이번 대회는 운이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하 'SY 베리테옴므 PBA 챔피언십' 우승자 이승진 일문일답

우승 소감?
너무 행복하다.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인생 가장 행복한 날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번 대회는 운이 좋았다. 내가 잘했다기 보다는 상대 선수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승전을 돌이켜 보면 공이 잘 맞지는 않았지만, 최성원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에게 기회가 많이 생겨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4세트에 최성원 선수가 역전승을 하면서 불안하기도 했다. 최성원 선수가 발동이 걸리기 시작하면 못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출범 때부터 PBA에서 뛰었다. 이렇게 우승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했나.
이런 날을 바라보고 당구를 하진 않았다. 앞서 우승 시상식에서도 말했지만, 프로당구가 출범하면서 ‘당구를 하기 전에 PBA에서 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PBA에 왔다. 외국에 가지 않아도 세계적인 선수들을 PBA에서 만날 수 있고, 내 당구 역량을 늘릴 수 있겠다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5세트 2-10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행운의 뱅크샷 득점이 나왔는데.
제가 공을 잘못 쳤는데, 득점이 들어갔다. 사실 기분은 덤덤했다. 점수 차가 꽤 있었고, ‘이게 기회가 될 수 있겠다’란 생각으로 집중하려고 했다.

고향인 대구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하러 찾아왔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저를 작게 후원하시는 분들을 비롯해 친구 내외가 새벽부터 일찍 올라와 4강부터 응원해줬다. 부산에서도 큰 형과 조카, 서산에 사는 지인들도 얘기도 없이 경기장에 와서 깜짝 놀랐다. 식구들과 지인들을 비롯해 20명 가까이 경기장에 오셨다.

당구는 언제 시작했나.
고등학교 때 친구가 당구를 조금 친다고 해서 당구장을 따라가봤는데, 재미가 있어서 금방 빠져들었다. (당구를 이후 계속 친 건가?) 군대를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당구를 놓은 적이 없다. 선수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당구 종목이 생기면서 국가대표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서른 즈음에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당구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나.
2009년도에 아내와 결혼했는데, 그때 대구에서 당구장 매니저를 하고 있었다. 결혼하고 아내에게 1년만 당구 선수를 하겠다고 했다. 당시에 몇 차례 입상을 했지만, 2000만원 정도 적자를 냈다. 그래서 당구장을 차렸다. 당시에 선수를 그만두고 당구장을 운영했지만, 당구를 치지 못해서 선수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10년 전에 당구장을 그만뒀다.

이번 우승이 선수를 하면서 가장 많은 상금인가.
그렇다. 그때 당구장을 정리하면서 받은 돈 보다 더 많다. 1억원이라는 큰 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웃음).

이번 시즌 PBA 첫 국내 우승자다. 많은 선수들에게 축하 연락을 받았을 것 같은데
맞다. 정말 많은 연락이 왔다.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PBA에서 활약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저희에게 희망이 됐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번 우승을 하기 전에 가장 마지막 우승이 언제인가.
2016년 국토정중앙배에서 1쿠션과 3쿠션을 한 게 마지막 우승이다. 당시 1쿠션 결승전에서는 강동궁(SK렌터카), 3쿠션에선 조재호(NH농협카드)를 꺾고 우승했다. 그때도 적은 나이가 아니었던 만큼 우승을 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당시에 1쿠션 시합이 새벽까지 진행됐고, 오전 9시에 3쿠션 결승전을 치렀다. 주위에선 1쿠션 결승전을 포기하고, 3쿠션 결승전에 집중하라는 얘기도 했는데, 나는 시합하는 게 너무 즐거워서 결승전에 모두 나갔다.

평소 대회에 나설 때 루틴이 궁금하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당구장이 문 열기 전인 오전 9시부터 2시간 정도 혼자 연습을 한다. 이후에 연습장에서 동호인들과 게임을 하고, 오후 6~7시쯤에 집으로 돌아간다. 주위에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니 “우렁각시 숨겨놨냐”고 얘기하기도 한다(웃음). 그래도 선수라면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하기에 이런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PBA 초기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당구가 늘었다. 지금도 당구가 계속 는다. 많이 배우는 것 같다. 톱랭커, 젊은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나보다 수월하고, 정확하게 칠 때가 많아서 선수들에게 많이 물어보기도 한다. 또 경기들을 보면서 혼자서도 연습하며 부족한 부분을  고친다. 늘 배우려는 마음이다. 지금도 당구가 늘고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

현재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도 있다. 선배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가장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당구가 있을 수 있었다. 나이와 시간에 상관 없이 힘든 길을 다져왔기에 지금과 같은 환경이 생길 수 있었다. 많은 연세에도 선배님들이 지금도 당구를 하시는 이유가 그저 당구가 좋아서 일 것이다. 건강 잘 챙기셔서 오래도록 당구를 즐기셨으면 좋겠다.

10년 만에 우승을 했다. 또 이 자리에서 볼 수 있을까?
내가 또 할 수 있을까?(웃음) 물론 하고 싶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우승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승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관 없다. 나는 그저 당구가 좋고, 당구 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에서 KTX를 타고 킨텍스로 오는 순간도 너무나도 설레고 행복하다.

 

사진=P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