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일자리 '5만1500개' 증발... 위기의 독일 車산업
지난해 7월~올해 6월 독일 제조업 일자리 11만4000개 감소, 이 중 車부문이 절반 EY “다른 어떤 산업 부문도 이렇게 강력한 고용 감소 없었다” 中 전기차 약진·도널드 트럼프 관세 정책·내수 침체가 삼중고로 작용 독일 GDP 2023·2024 연속 역성장, 2025년 2분기 -0.3%로 재하락
(MHN 이주환 기자) 독일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자동차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1년 새 5만 명 넘는 일자리가 사라지며 제조업 전체 고용 둔화의 절반을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현지시간 26일, 산업과 경제적 도전의 '퍼펙트스톰'이 독일 자동차 산업에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1년 사이 수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독일 연방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한 EY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독일 자동차 산업에서 약 5만 1500개(전체 종사자의 약 7%)의 일자리가 줄었다. 같은 기간 독일 산업 전반의 일자리 감소는 11만 4000개로,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이 자동차 부문에서 발생했다.
CNBC에 따르면, EY는 보고서에서 “다른 어떤 산업 부문도 이렇게 강력한 고용 감소를 기록한 적이 없다”고 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자동차 부문에서 11만2000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업계를 짓누르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약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독일·유럽 경기 부진이 한꺼번에 겹치며 ‘퍼펙트 스톰’을 만들었다.
독일 경제는 2023년과 202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2025년 1분기 0.3% 성장으로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2분기 -0.3%로 다시 뒷걸음질했다. 수익성 악화와 수요 둔화, 생산능력 과잉이 맞물리며 구조조정이 확산하는 형국이다.
수출 환경도 녹록지 않다. EY의 얀 브로힐커는 미국 시장은 관세 변수로, 중국 시장은 수요 둔화로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도 독일 자동차 수출은 미국에선 관세 때문에, 중국에선 수요 위축으로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고, “산업계 일자리가 앞으로도 감소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전반에선 전기차 전환 속도와 혁신 격차, 보호무역주의 확산, 유럽 내 수요 부진이 고용뿐 아니라 공급망·투자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징성도 크다. 자동차는 독일 제조업의 고용·수출·R&D를 지탱해온 ‘국민 산업’이다. 그럼에도 자동차 부문이 제조업 감원의 절반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구조적 체질 개선 없이는 반등이 쉽지 않다는 신호로 읽힌다.
산업계에선 고전압 전동화 기술, 소프트웨어·E/E 아키텍처, 배터리 공급망 내재화와 함께 미·중·EU 통상 리스크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동시에 내수 진작과 노동·교육 정책을 통한 전환기 재훈련(reskilling) 지원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해법은 속도와 선택에 달렸다.
완성차·부품사의 선택과 정부의 정책 지원이 맞물려 전동화-디지털화-친환경 규제라는 3대 축에 신속히 적응할 때만 고용 충격을 완화하고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