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에 '36조 원' 투자… 한미 경제협력&현지 경쟁력 동시 강화
지난 3월 발표액서 50억 달러 증액… 제철·자동차·로봇 등 미래산업 집중 루이지애나 270만 톤 전기로 제철소 신설… 저탄소 강판으로 미국 핵심산업 공급 美 생산능력 추가 확대·배터리팩 현지 조달… 공급망 내재화 본격화 3만 대 규모 로봇 공장 추진, 보스턴다이내믹스 중심 ‘스팟·아틀라스’ 생산 거론
(MHN 이주환 기자) 미래차·철강·로보틱스를 한 축으로 묶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대미(對美) 직접 투자가 본격화됐다.
현대차그룹은 26일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향후 4년간 미국에 260억 달러(약 36조 원대)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발표한 21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를 증액한 것으로, 미국 정부 정책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현지 사업 기회를 선점해 모빌리티를 비롯한 미래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룹은 “이번 투자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응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업 기회를 선점해 모빌리티를 비롯한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한미 경제 협력이 더욱 확대되고 양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제철–자동차–로봇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미국 현지에서 닫는(완결하는) 일이다.
먼저 루이지애나주에 연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EAF) 제철소를 신설해 저탄소·고품질 강판을 미국 자동차 등 핵심 전략 산업에 공급한다. 제철소가 가동되면 현대차그룹은 철강–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미국 내 밸류체인을 구축, 원가·품질·납기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완성차 측면에서는 미국 생산능력을 지난해 약 70만 대에서 추가로 확대한다. 전기차(EV)·하이브리드·내연기관 등 다층 라인업으로 소비자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부품·물류 계열사의 설비 증설을 통해 부품 현지화율을 끌어올린다. 특히 배터리팩 등 EV 핵심부품의 현지 조달을 강화해 완성차–부품사 간 공급망 내재화를 본격화한다.
로보틱스에서도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공장 신설 계획을 처음 공개했다.
자사 로보틱스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미국 내 로봇 생산 허브를 세워 향후 확대될 로봇 생태계의 중심 거점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구체적 부지와 시기는 추후 확정되며, 스팟(Spot), 아틀라스(Atlas) 등 주력 제품 생산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AI·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등 미래 신기술 분야에서 미국 주요 기업과의 협력을 넓히고, 보스턴다이내믹스·모셔널 등 현지 법인의 사업화 속도도 높인다.
해외와 병행해 국내 투자도 확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인24조 3천억 원을 투입한다(전년 20조 4천억 원 대비 19% 이상 증가).
구성은 연구개발(R&D) 11조 5천억 원, 경상 투자 12조 원, 전략 투자 8천억 원. 제조 인프라에선 오는 하반기 기아 화성 ‘EVO 플랜트’를 완공해 PBV(목적기반차) 전기차 양산을 시작하고,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에서 대형 전기 SUV를 시작으로 다양한 차종을 순차 투입한다.
이번 대미 투자는 IRA·통상·관세 등 정책 변수 속에서 현지화 심화와 한미 공급망 연계를 동시에 겨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철–부품–완성차–로봇–소프트웨어로 이어지는 현지 통합 생태계를 구축해, 비용 구조 안정화와 기술·제품 출시 속도, 그리고 규제 대응 탄력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사진=현대차그룹,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