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담 속 흔들리는 생산라인... 현대차 노조, 노봉법 통과 이후 파업투표 가결

지난 25일 모바일 투표 가결… 오는 27일 쟁대위, 28일 출범식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상여 900%·정년 최대 64세 연장 요구 중노위 ‘조정 중지’로 합법 파업권… 사측 “일괄 수용은 어렵다” 상반기 영업이익 7조2,352억 원, 7.7% 감소… 관세 등 영향에 부담

2025-08-26     이주환 기자

(MHN 이주환 기자) 주 4.5일제·상여 900% 등 ‘역대급’ 요구를 둘러싼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바로 다음날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권을 확보했다.

지난 25일 현대차 노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체 조합원 4만2,18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3만9,966명(투표율 94.75%)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3만6,341명이 찬성해 가결됐다(재적 대비 86.15%, 투표자 대비 90.92%).

반대는 3,625표(재적 대비 8.59%, 투표자 대비 9.07%), 기권은 2,214표(5.25%)로 집계됐다. 같은 날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이유로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이에 따라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게 됐다.

노조는 오는 27일 노사 의사결정기구인 쟁의대책위원회에서 파업 수위와 시기를 정하고, 오는 28일 정식 쟁대위 출범식을 열 계획이다.

실제 파업 돌입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노사 간 간극이 커 ‘강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파업을 가결했으나 파업 실행 이틀 전 잠정 합의에 도달해 무분규를 이어간 바 있다.

한편, 이번 노조 요구안의 뼈대는 정년‧근로시간‧통상임금 소급 보상‧임금체계 네 축으로 요약된다.

먼저 정년은 현행 만 60세에서 만 64세까지 연장을 요구한다. 현대차는 현재 만 60세 정년 이후 ‘숙련재고용’ 제도로 61~62세 기간에 촉탁계약직 형태로 추가 근무하는 관행이 있지만, 노조는 회사 주도의 재고용은 고용 안정성이 낮다고 보고 정년 이후 재고용자에 대한 조합원 자격 부여와 퇴직자지원센터 설립 등 복지·재고용 제도 보완을 함께 주장한다.

근로시간은 금요일 근무를 4시간으로 줄여 주당 총 36시간을 만드는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임금 삭감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통상임금 소급분 보상도 핵심 쟁점으로, 지난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조합원 1인당 평균 2천여만 원의 위로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전체 조합원 4만2천여 명을 기준으로 사측 부담은 약 8,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기본급 14만1천3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비율을 통상임금의 750%에서 900%로 확대하는 방안까지 담겨 ‘역대급’ 요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사 측은 대내외 불확실성—특히 미국 관세 압박과 전기차 수요 둔화—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7조2,3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했으며, 관세 등 영향에 따른 손실이 누적되는 만큼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라인 중단에 따른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권 확보는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아 노조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 등에서 현대차 노조와 유사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으며, 주 4일제 등 더 강한 근로시간 단축 안을 거론하고 있어 도미노 파업으로 번질 소지도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출 물량, 협력업체 생태계,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력까지 고려하면 노사 합의의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일부에선 7년 연속 무분규 달성이라는 상징성과 글로벌 관세 변수 등 악재를 감안할 때 막판 타결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임단협 17차 교섭까지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조정 중지’ 단계까지 온 만큼, 노사 모두 명확한 절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강대강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