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감독' 윤계상, 그의 영리한 복귀 전략(칼럼)
'트라이' 첫 주 순조로운 출발 윤계상, 주가람 감독 역할로 극찬
(MHN 홍동희 선임기자) SBS 새 금토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극본 임진아, 연출 장영석/이하 ‘트라이’)가 방송 첫 주 만에 시청자들의 마음에 성공적으로 '트라이'했다. 순조로운 시청률 상승세와 온라인의 뜨거운 반응, 그 중심에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극찬을 받는 배우 윤계상이 있다. 연출을 맡은 장영석 감독이 "대본을 보자마자 떠올렸다"고 할 만큼, '괴짜 감독' 주가람과 배우 윤계상의 만남은 시작부터 성공이 예견된 조합이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좋은 작품을 만난 행운을 넘어, 20년이 넘는 경력의 베테랑 배우가 자신의 커리어를 얼마나 현명하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하이킥'의 추억 소환, 가장 잘하는 무기를 꺼내들다
'트라이'의 주가람 감독은 겉보기엔 능청스럽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인물이다. 폐부 직전의 럭비부를 맡아놓고 선수들보다 더 해맑고, 훈련보다는 엉뚱한 훈계에 더 열을 올린다. 특히, 교내 고사상에 럭비공을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자, 보란 듯이 케이크 위에 럭비공을 꽂아버리는 장면은 그의 '괴짜'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백미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 시트콤 '하이킥' 시절부터 대중이 사랑했던 윤계상 특유의 '생활 코믹 연기'가 완벽하게 되살아났음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대중적 호감도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대중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모습을 영리하게 들고 나왔다.
짠내와 진심 사이, 깊이로 증명한 내공
하지만 주가람이 단순히 웃기기만 한 캐릭터였다면, 복귀작으로서는 다소 아쉬웠을 것이다. 그는 도핑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추락한, '짠내' 나는 과거를 가진 인물이다. 윤계상은 이 캐릭터의 그늘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문득 스치는 공허한 눈빛과 표정으로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특히 훈련장을 이탈한 주장 윤성준(김요한)을 찾아가, 자신의 실패담을 털어놓으며 진심을 전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윤계상의 깊이 있는 감정 연기는, '괴짜'라는 껍질 속에 숨겨진 '진짜 어른'의 모습을 드러내며 그가 더 이상 '하이킥'의 윤계상이 아닌, 깊은 내공을 지닌 배우임을 증명한다.
결국 윤계상의 선택은, 톱클래스 배우의 '커리어 관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코믹 연기')로 대중의 마음을 열고, 그 안에 지난 20년간 쌓아온 연기 내공('진정성')을 채워 넣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시켰다. 단순히 좋은 작품을 기다리는 것을 넘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마저 매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판을 스스로 설계해낸 것이다.
이 영리한 베테랑 배우의 성공적인 복귀가 '트라이'의 기분 좋은 순항을 이끌고 있다.
사진=MHN DB, MBC,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