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이 되려면...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오늘의 책)
오늘 주목할 만한 에세이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MHN 이나영 인턴기자) 오래도록 주목 받는 고전으로 버니지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을 소개한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기존의 형식을 부수는 실험적인 소설을 통해 20세기 문학과 모더니즘 문학의 혁신을 이루었다고 평가 받는다. 내면에서 솟아나는 질문과 연상들을 자유로이 탐구하는 '의식의 흐름' 기법은 울프가 고안한 글쓰기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 문단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작가이며 20세기 여성주의 비평의 선구자로 불리우는 소설가.
'자기만의 방'은 1928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내 여자대학인 거턴과 뉴넘에서의 강연을 위해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글쓰기를 시작한 울프가 강연 발표문을 발전시켜 완성한 에세이. 예술 이론, 문학사, 권력과 지식, 여성의 글쓰기에 대해 예리하게 논하며 여성주의의 고전이 된 도서다. 성을 중심으로 문학적 유산을 논의한 최초의 이론서로서 역사적 의의가 큰 작품.
■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이미애 옮김|민음사
'자기만의 방'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은 이것이다.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반드시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 책의 결론으로서 제시되는 연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 울프는 창작을 위해 물적 토대, 경제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으면서 동시에 오로지 고유한 자신으로 존재하며 마음껏 사유를 구가할 수 있는 공간을 요구했다. 재정적 독립과 공간적 독립이 모두 필요한 것.
여성이 자기 재산을 소유할 수 있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교육의 혜택에서 배제되어 왔던 당대에 울프는 여성의 가난을 추적하며 여성이 처하는 빈곤과 가사 노동 등이 창작이 요하는 자유와 영감을 방해하는 현실을 목격한다. 그리고 "가난은 픽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물었다. 울프는 정신적 활동에 물질적 차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명시했다. ▶"지적인 자유는 물질에 의존합니다." ▶"시적인 천재성이 내키는 곳으로 빈부 차별 없이 불어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확고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고의 궤적에서 울프는 여성을 썼거나, 여성이 쓴 사료들을 지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누이 주디스를 가정하기도 한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재능을 타고났지만 환경과 조건을 가늠하자면 긍정적인 미래가 상상되지 않았다. ▶"16세기 재능을 타고난 여성은 미치거나, 총으로 자살하거나, 마을 밖 외딴 집에서 반은 마녀로 반은 현자로 두려움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생을 마쳤을 게 빤하다는 점입니다." ▶"그 누이는 젊어서 죽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 줄도 쓰지 못했지요" ▶"그런데 나는 한 줄도 못 쓰고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아직 살아 있다고 믿습니다. 그녀는 여러분 안에, 내 안에,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오늘 밤 여기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안에 있습니다"
울프는 그 자장 속에서 뒤틀린 소설을 썼던 19세기 당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며 가장 지고한 창조성의 지평을 전망한다. 분노와 항의로 얼룩지지 않은 ▶"여성으로서, 그러나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여성으로서" 쓰라는 것. 울프는 다분히 성을 염두에 두거나 의식적인 편향성을 가지고 쓰인 것은 비옥해질 수 없기에 필연적으로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한다. 남성성이나 여성성으로부터 구속받지 않고 두 마음이 화합하고 조화하는 자유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을 권유한다.
▶"여러분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 그것만이 중요한 일입니다"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단조롭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오, 하고 나는 말할 겁니다. 그 말을 고귀하게 들리게끔 표현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오로지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십시오"
사진=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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