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이 옆집처럼 이어진다" ETRI, 6G로 초저지연 메타버스 시연 - ①

서울-대전-부산 800km 초저지연 연결 수백km 떨어진 도시 간 가위바위보 해도 지연없어 국내 대기업들의 방향성과 현황은?

2025-06-06     이종헌 기자
6G 기반 메타버스 실시간 공연 선보이는 ETRI 방승찬 원장

(MHN 이종헌 기자) 한국의 차세대 통신기술이 산업과 사회를 바꿀 새로운 장을 열었다.

지난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TRI 컨퍼런스 2025’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세계 최초로 6G 기반 800km 초저지연 메타버스 실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 방승찬 ETRI 원장은 “실시간 원격 게임 및 협업 메타버스 공연 시연은 세계 최고 기술력”이라며, “일반 네트워크와 달리 6G는 수백km 떨어진 도시 간에도 지연 없는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증 시연은 서울-대전-부산 세 도시를 유선망으로 연결, 서브테라헤르츠(Sub-THz) 대역과 10GHz 광대역폭을 활용한 6G 다중 송-수신 기술로 구현됐다.

현장에서는 대전과 부산 스튜디오와 실시간으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진행하고, 노래와 춤 공연을 주고받았다. 800km라는 거리에도 불구하고 동작, 음성, 영상의 지연이나 끊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메타버스 아바타가 실시간으로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는 모습은 현실과 가상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초실감’ 경험을 보여줬다.

시각장애인 안내로봇 '에디' 선보이는 방승찬 ETRI 원장

이날 행사에는 약 2,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국회의원, 과학기술계 인사 등 각계 주요 인사가 함께했다.

ETRI는 이 밖에도 시각장애인 안내로봇 ‘에디(Eddie)’의 실시간 안내 시연, 세계 최초 ATSC 3.0 확장 표준의 남미 TV 국가 표준 채택 추진 등 첨단 ICT 성과를 공개했다.

‘에디’는 4족 보행 플랫폼에 실시간 음성 안내와 대화 기능을 탑재한 멀티모달 AI 기반 로봇으로, 시각장애인이 장애물을 만났을 때 상황을 소리로 안내하며 실제 안내견 역할을 수행했다. 2027년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안내견 시험 합격을 목표로 한다.

멀티모달 교감형 인공지능 로봇

“공간의 한계 사라진다"...6G와 메타버스가 바꿀 미래

ETRI의 이번 시연은 단순한 기술 데모를 넘어, 6G와 메타버스가 결합할 때 산업과 사회, 그리고 인간의 경험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미리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6G는 5G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네트워크로, 테라헤르츠(THz) 대역, 10Gbps 이상의 속도, 1ms 이하의 초저지연, 그리고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등 첨단 기술이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현실과 가상, 산업과 일상, 도시와 도시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엔지니어와 부산의 연구원이 마치 한 사무실에 있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3D 설계를 논의하는 원격 협업이 가능해진다.

또한 전국의 공장, 물류센터, 도시 인프라가 실시간으로 가상공간에 복제(디지털 트윈)되어, 어디서든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즉각적으로 관리-제어할 수 있다.

수백 km 떨어진 예술가와 학생이 한 공간에서 공연하고 수업을 듣는 실감형 공연-교육도 현실이 된다. 이와 함께, 시각장애인 안내로봇, 원격 의료, 몰입형 재활 등 사회적 약자와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서비스 역시 6G와 메타버스의 결합으로 한층 진화할 수 있다.

이처럼 6G와 메타버스는 ‘공간의 한계’를 지우며,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혁신의 길을 열고 있다.

대기업, 6G 메타버스 혁신의 중심에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국내 대기업들이 있다. 6G와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실제로 기업들은 어떤 준비와 시도를 하고 있을까?

삼성전자는 6G 테라헤르츠(THz) 무선통신, XR(확장현실) 기기, AI 네트워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앞장서며, 글로벌 표준을 이끌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초고속-초저지연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에는 집 안에서 XR 기기를 쓰고 해외에 있는 동료와도 마치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협업하거나, 실시간으로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하고 있다.

LG전자는 산업 현장에 특화된 메타버스와 XR 솔루션, 그리고 디지털 트윈(현실 공장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복제해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팩토리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공장 설비를 가상공간에서 미리 점검·제어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고장 위험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현대차와 KT는 6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AAM, 하늘을 나는 택시 등) 같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초저지연 네트워크 덕분에 차량 간 실시간 정보 교환이 가능해져,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자율주행과 교통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다.

네이버는 ARCVERSE와 제페토 같은 디지털 트윈 및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현실의 도시와 공간을 가상세계에 그대로 옮기고 있다. 사용자는 집에 있으면서도 세계 각지의 가상 공간에서 일하거나, 친구들과 만나는 등 새로운 방식의 소통과 경제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단순히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과 일상 서비스에 6G와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해 우리의 삶과 일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6G와 메타버스. 사진= 챗지피티 이미지 생성

산업과 사회, 근본적 변화의 시작점

6G와 메타버스는 단순히 더 빠른 네트워크, 더 실감나는 가상현실을 넘어 산업 구조, 일하는 방식, 인간의 경험과 사회적 가치까지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변화를 예고한다. 디지털 트윈, 초실감 원격 협업, 사회적 포용 서비스 등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ETRI의 시연은 대한민국 ICT 혁신의 현주소이자, 미래 산업과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신호탄이다. 향후 대기업들의 전략적 투자와 기술 융합이 본격화되면, ‘공간의 한계’는 더욱 빠르게 사라질 전망이다.

본지는 이번 6G 메타버스 시연을 기점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어떻게 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지, 각 기업의 전략과 실제 현장 사례, 그리고 그 변화가 우리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연재를 이어간다.

 

사진= ETRI,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