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돌아오라" 창원시체육회의 호소...집 못 가는 것은 '구단 탓'이 아니다

2025-05-14     권수연 기자
희생자를 추모하는 NC 다이노스 선수단

(MHN 권수연 기자) 생계가 걸린 상인들은 다급할 수 있다. 야구가 돌아와야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된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상 호소할 대상은 NC 다이노스가 아니다.

창원시체육회는 지난 13일 오후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NC의 홈 복귀를 독촉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창원NC파크의 조속한 재개장을 모두 절박하게 기다리는 상황에서 NC 측이 이번 시즌 울산 문수구장을 대체 구장으로 사용한다는 소식은 창원시민과 많은 야구팬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겨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창원시가 오는 18일까지 재개장을 위한 모든 정비를 마치겠다고 발표했다.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고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된다면 재개장을 더 늦출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창원시는 14일 구단 복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번 더 열 예정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는 창원시에 있다. 돌아오지 '못하는' NC가 문제가 아니다. NC가 사고 수습을 위해 발을 구를 때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은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창원 NC 파크는 지난 3월 29일 LG와 NC와의 경기 도중 3루 방향 벽에 설치된 외부 구조물 '루버'가 추락해 관중을 덮치는 사고 이후 잠정적 폐쇄됐다. 당시 60kg에 달하는 루버에 맞아 머리 부상을 입은 20대 피해자가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 이후 NC파크는 재개장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었다.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점유자인 NC 구단과 소유주인 창원시, 창원시설관리공단의 입장 차가 팽팽했다. 시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했고, 비난에 직면하자 "사고를 조사하고 결과를 통보하라고 NC에 요청한 상황"이라는 입장문을 내며 여론의 화를 돋궜다. 선수단과 팬들은 떠돌았고 타 구단의 구장을 빌려달라 읍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창원시에는 지역팬과 야구팬,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창원시, 창원시설공단, NC 구단이 사고 닷새만에 겨우 합동대책반을 출범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창원 NC파크의 재개장 및 점검 등에서 미온적인 대처를 보였다. 지옥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NC는 당연히 '내 집'을 쓰고 싶어했다. 그러나 상황이 영 진전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창원시에 해결을 요구했지만 속도가 더뎠다. 

이대로 떠돌다 시즌을 마칠 수 없는 NC는 임시 구장을 찾아다녔다. 어려운 협상이 이어지고 울산시가 나섰다. NC는 오는 16일 주말 3연전 경기부터 문수야구장에서 '홈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거리가 가깝지는 않다. 선수들이 원정같은 홈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은 똑같다. 손실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NC가 울산시를 선택한 이유는 어렵지않게 짐작 가능하다.  

NC는 공식 스케줄 상 6월 1일까지 홈 경기를 울산에서 치르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창원 NC파크의 점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장소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NC가 어렵게 '임시 거처'를 구하자 불과 하루만에 창원시의 입장이 바뀌었다.

NC가 울산 문수구장을 사용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지난 8일이다. 창원시는 바로 다음날인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8일까지 NC파크 시설물 정비를 마치겠다"고 부랴부랴 나섰다. 그러면서 NC가 창원 NC파크에 '어쨌든' 돌아와야 한다는 호소를 밀어붙이고 있다. 뚜렷하게 보여준 것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손해를 보니 일단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니 구단 팬들의 피로감과 반발도 심한 상황이다.

NC는 "창원시의 발표 일정은 확정이 아닌 정비 완료 목표 시점"이라며 "창원시의 정비 일정이 지연될 경우 팬 여러분께 더 큰 실망감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예정대로 16일부터 울산에서 홈 경기를 치르고 창원 홈 경기 개최 시점은 실제 구장 점검 및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재개장이 목표인 창원시는 국토교통부가 지시한 점검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MBC의 전날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창원시에 보낸 공문에서 창원시 점검 보고서가 핵심적인 결함 발생 원인을 분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C파크 건물에 붙은 다이노스 간판과, 관중석 천장 조명을 결합하는 볼트와 너트도 풀려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콘크리트 일부에도 금이 간 상황이다. 국토부는 당초 구장 정밀안전점검을 요구했고, 자연재해 점검을 포함하면 6개월 가량의 장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달 동안 손을 놓다시피 했던 창원시는 약 2주 만의 재개장을 장담하며 'NC가 오지 않으면 상인들이 힘들다'는 호소만을 앞세우고 있다. 구단의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았던 창원시가 급하게 연고를 방패 삼아 애원하는 모양새가 달게 보이지만은 않는 상황이다. 

한편 NC는 오는 16일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말 3연전부터 홈 경기를 문수야구장에서 치른다. 13~15일에는 SSG 랜더스와 주중 3연전을 치른다.

 

사진=연합뉴스,NC다이노스,울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