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불과 100일만'...무너진 국제질서와 분열된 미국
DEI 정책 폐지로 국내 갈등 심화 미중 무역전쟁 점화, 금융시장 초토화
(MHN 윤세호 인턴기자)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국제 질서와 미국 사회 전반에 심대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오는 29일(현지시간)로 취임 100일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본격화하며 기존의 국제질서를 대대적으로 뒤집고 있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자유무역 질서를 거세게 흔들었고, 파리기후협약 탈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등 다자주의 체제에서 이탈했다.
특히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맞아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 침공 책임을 묻는 결의안에 미국이 북한, 러시아와 함께 반대표를 던진 장면은 국제사회에 충격을 줬다.
지난 2월 28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해 공개적으로 압박하며 사실상 쫓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양보"라고 주장하며, 종전 협상에서도 러시아 입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대부분 국가에 10% 기본관세를 도입하고, 한국을 포함한 57개 경제주체에 품목별 고율 관세를 적용했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오는 5월 2일부터는 소액 소포에도 120% 관세를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과는 관세율이 누적 145%에 달하는 치킨게임을 벌였고, 중국도 125%의 보복관세로 맞섰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 전쟁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글로벌 금융시장도 패닉 상태에 빠졌다.
뉴욕증시는 상호관세 발표 직후 4거래일 연속 하락,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S&P 500 지수는 12% 폭락했다.
미 국채시장과 달러화 가치도 동반 하락하면서 세계 금융 시스템에 심각한 충격을 가했다. 말 한마디에 증시가 왔다갔다하는 모습은 마치 일론 머스크의 도지코인 사태를 보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며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해 연방 정부 지출 대폭 삭감을 추진했다. 머스크는 하루아침에 수만 명을 해고하고, 주요 연방 기관의 인사권과 정보 시스템에 손을 뻗쳤다.
그러나 무리한 감축으로 인해 소송이 속출했고, 테슬라 불매 운동, 미 전역과 유럽으로 확산된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머스크의 전횡에 부담을 느끼며, 지난 3일에는 "결국 머스크도 떠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오는 5월부터 정부업무에서 손을 떼고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정부 개입 축소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은 계속해서 부담을 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정책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강경 발언을 했다가, 불과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캐나다, 멕시코에도 부분적 관세 면제를 선언하면서 정책 일관성이 무너졌다.
이러한 혼선은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웠고, 월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 발언 하나에 따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을 연출했다. 주요 기업 CEO들은 관세 충격으로 인해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고, 실제로 애플과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국에도 서슴없이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 소유권을 미국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영토 확장적 발언을 했다.
또한, 가자지구를 전후 복구 과정에서 미국이 통제하는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동맹국 캐나다와의 관계는 관세 압박과 편입 주장으로 냉각되었고, 그린란드에서도 반미 정서가 고조되었다.
미국의 주요 동맹 네트워크는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도 약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폐지, 성소수자 권익 축소, 대학에 대한 정부 개입 강화 등으로 진보진영과의 갈등을 격화시켰다. 하버드대 등 주요 대학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부 보조금 중단 압박에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반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하거나 SNS에 게시물을 올린 외국인 유학생들의 비자를 대거 취소한 조치는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C) 문화를 반대하는 보수층의 지지를 강화하는 한편, 사회 전반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42%로 집권 2기 출범 이래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경제운용에 대한 지지도도 37%에 불과하다.
반면, 불법이민자 추방 강화와 같은 일부 정책은 중도층에서 부분적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의 강한 지지를 등에 업고 기존 시스템을 전복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뒷받침할 최대 시험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본격적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AFP/연합뉴스, AP/연합뉴스, UPI/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