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후끈 달군 국내 아마추어 ‘장기왕’은 누구?‘
일반부 최강자 강민승 우승과 함께 프로 문턱 넘어
장기는 바둑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브레인 스포츠 종목이다. 국내에서는 바둑보다 더 많은 동호인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국내 경기에 국한되다 보니 상금 규모가 적고 언론의 조명도 덜 받아 대회 소식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1년 내내 크고 작은 장기대회가 전국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6일 대구광역시 서구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6회 달구벌 전국장기대회도 그중 하나다. 전국 아마추어 강자들이 총집결한 최대 규모의 아마추어 장기대회인 달구벌 전국장기대회는 국적과 소속을 불문하고 한국 장기를 사랑하는 아마추어면 누구나 출전 가능한 일반부와 만 70세 이상이 출전하는 시니어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날 대회에 앞서 열린 개막식에는 권장섭 대한장기협회 총재, 김승래 대한장기협회 회장을 비롯해 김상훈 국회의원(국민의힘)과 이재화 대구시의회 부의장, 정영수 서구의회 의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 자리에서 권장섭 총재는 “장기는 역사가 깊지만 하나의 문화로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력하나마 장기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뜻을 모아 달구벌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남녀노소가 모든 벽을 허물고 함께 즐길 수 있고, 치매 예방의 과학적인 근거도 있는 장기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상훈 의원은 “달구벌 전국장기대회가 서구에서 개최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참가 선수는 평소에 연마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의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대회 개막을 축하했다.
128명이 경합을 벌인 이번 대회 일반부 최종 결승전에서는 강민승(31·서울 구로)과 김용환(45·경남 의령)이 맞대결을 펼쳤다. 결승전은 기물을 가린 결과 초를 잡은 강민승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강민승은 김용환이 구축한 포진의 약점을 공략하며 앞서 나갔다. 하지만 김용환이 추격전을 펼치며 형세는 다시 미세해지는 듯했으나 이어진 전투에서 김용환이 착수를 망설이다가 시간패를 당했다.
우승을 차지한 강민승은 “이번 대회에는 강자가 여럿 나와 쉽지 않은 대국이 많았는데, 고수들을 이겼다는 것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프로 입단이 확정된 강민승은 이후 프로 무대에서의 각오에 대해 “프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다. 협회에는 좋은 프로기사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한편 64명이 출전한 시니어부에서는 부산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왕병지(72)가 결승전에서 이숭용(69)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만 화교 출신의 왕병지는 “우승을 해서 기쁘다. 1996년 한전배에서 우승한 이후 30년 만에 맛보는 우승이다”며 기뻐했다.
격년제로 열리는 달구벌 전국장기대회는 4인 1조 총 32개조가 풀리그 방식으로 진행해 각조 1위가 본선 32강전에 진출해 본선 토너먼트를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렸다. 모든 대국은 각자 제한시간 10분, 30초 초읽기 3회, 총 대국시간 40분으로 진행됐다.
이번 대회 일반부 우승자에게는 프로 초단 입단과 상금 200만 원, 준우승자에게는 아마4단과 상금 100만 원이 주어졌다. 특히 다수의 가전제품이 걸려 있는 행운상 추첨과 프로기사가 참가자들과 벌이는 다면기 이벤트도 열려 대회장은 작은 축제의 장이 됐다. 아울러 이번 대회의 풍경은 여행레저 전문 채널인 리빙TV를 통해 방영된다.